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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크M Apr 19. 2021

코로나 시대, 실내 공기질과 에너지 절약의 딜레마

[탄소중립과 혁신] (12)

고배원 인테그라디앤씨 대표


우리의 일상을 바꿔버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력은 1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정도다. 재택근무, 화상회의, 마스크 착용, 손 소독 등 일하고 사는 방식이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 건축계도 이 변화의 흐름을 타고 있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달라진 건축물의 모습은 무엇이 있을까?


도시인은 맘껏 숨 쉬고 싶다


새집증후군, 미세먼지, 코로나까지. 숨 쉬는 공기에 대한 불편함을 호소하는 단어들이 이젠 익숙해질 지경이다. 코로나 시대 이전에도 현대 도시인들은 90%의 시간을 실내에서 지낸다는 통계가 있다. 코로나 시대에는 그 비율이 더 높아졌을 것이다.


지금 많은 이들이 마스크를 쓰고 공기청정기를 틀고 실내에서 시간을 보낸다.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실내 공기질의 관리가 중요해진다. 실내 공기가 답답하면 우리는 무심코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한다. 특히 코로나 시대에는 이 자연 환기를 더욱 권장한다. 공기 중 떠다니는 비말을 통해 감염이 확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 종일 실내에서 일을 하다 보면, 창문을 1시간마다 열고 환기시키는 것을 자주 잊어버리곤 한다. 하루 종일 창에 손을 대지 않는 날도 많다. 아예 창을 못 여는 건물에서 일하는 경우도 흔하다. 창을 연다 한들, 바깥의 미세먼지 농도나 도로의 소음 때문에 더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환기를 잊고 살거나, 환기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환기냐 에너지 절약이냐


건물의 환기 기능 관점에서 보면,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 탄소중립에 가까워지고자 하는 목표와 충돌할 때가 많다. 우리가 사용하는 건물들의 환기 방식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기계적인 환기장치의 힘을 빌리지 않고 창을 열어 환기하는 자연환기 방식, 기계 환기장치로 환기하는 방식, 마지막으로 이 두 방식을 혼용한 방식이다.


이 구분은 건축설비 교과서에 나오는 것이지만, 사실 가장 보편적인 환기 방식은 어쩌면 '무신경 환기' 방식일지도 모른다. 허술하게 지어진, 그리고 출입문을 활짝 열어놓은 건물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창 틈, 혹은 출입문 주변 등을 통해 '새어 들어오는' 신선한 바깥 공기를 마시는 '나도 모르게 환기' 방식의 수혜(?)를 입고 있다. 하지만 이런 건물의 냉난방 에너지 사용량은 높기 마련이다.


기계 환기방식을 사용한 건물들은 환기장치를 꺼 놓는 경우가 많다. 냉난방 시스템과 연동해 환기장치가 자동으로 돌아가도록 설계돼 있지만, 외기 도입에 필요한 에너지와 이 외기를 냉난방하기 위해 들어가는 에너지를 아끼고 필터장치 유지보수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끄는 것이다. 건물을 관리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환기장치를 꺼 놓는 것이 좋을지 모르지만,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신선한 공기 대신에 계속해서 실내공기를 재순환해가며 호흡하게 된다. 관리자의 편의와 에너지 비용 절감에 우리의 호흡을 양보해 온 셈이다.


코로나 시대 이전에는 이렇게 재순환되는 공기와 바깥 공기를 적절히 섞어 사용하도록 되어 있었는데, 이제는 실내공기 재순환을 못하게 될 수 있다. 얼마 전 공기 재순환 방식을 쓰는 온풍기를 통해 한 사업장에서 수백명이 집단 감염된 사례가 나왔기 때문이다. 바깥 공기를 들여와 한 번 냉난방하고 다시 밖으로 내보내는 방식은 재순환방식에 비해 에너지를 더 쓰게 되고, 이는 곧 더 많은 탄소배출로 이어진다.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을 코로나가 방해하는 상황이다.


뭣이 중헌디?


환기와 에너지. 무엇이 더 중요한가? 사실, 실내 공기의 이산화탄소 양이나 미세먼지 양을 센서를 통해 감지하고, 이에 맞춰 외부 공기 도입량을 자동으로 조절해가며 실내 재순환 공기와 섞고, 실내 공기의 열을 회수해 사용하는 시스템이 있긴 하다. 지금 같은 시대에 최첨단 환기 및 냉난방 복합장치가 없을 리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이는 아주 극히 일부 신축 건물에만 적용된 상태이니, 이런 최첨단 시스템을 갖춘 곳에서 일하는 국민은 전체의 10%도 안 될 것이다.


이 글을 보신 독자분들, 특히 사무실에서나 상업건물에서 일하는 분들은 건물관리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문의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건물은 환기장치를 잘 가동하고, 관리하고 있나요?"


<Who is?> 고배원 인테그라디앤씨 대표


고배원 대표는 친환경 제로에너지 건축물을 설계하고 연구하는 전문가로 미국과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건물의 에너지 효율화와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 개발을 하고 있으며, 제로에너지 학교를 비롯한 다양한 친환경 건축을 설계한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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