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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크M May 25. 2021

포스트 코로나 시대, 시민과학과 탄소중립 사회

[탄소중립과 혁신] (23)

고영주 대전과학산업진흥원 원장


코로나19 백신 참고 이미지 /사진=디미닛 제공


세계 각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 같은 신종 감염병에 대해 나라마다 대응 시스템은 다양한 차이를 보이고 있고, 이로 인해 산업화와 도시화, 세계화에도 새로운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인류 문명을 돌이켜볼 때 1350년 유럽 인구 3분의 1에 해당하는 목숨을 앗아간 흑사병은 유럽의 봉건 질서를 무너트렸으며, 기술혁신과 제국주의 팽창의 계기가 됐다. 19세기 창궐해 흑사병보다 더 많은 목숨을 앗아간 콜레라는 도시의 상수도와 하수도 시설, 공중위생과 공공의료 체계의 기반을 구축하게 해줬다. 20세기 초 5000만명 이상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스페인 독감은 독감 백신과 보건의료 복지체계의 현대화에 이바지했다. 


21세기에도 지카 바이러스와 함께 치사율이 50%가 넘는 사스(SARS)와 메르스가 확산하면서 인류를 공포에 떨게 하더니, 그 여진이 가시기도 전에 전염이 매우 광범위하고 빠른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비정상적 일상이 장기간 지속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인류는 어떤 문명의 진화를 만들어 낼 것인가? 많은 전문가가 비대면 산업과 비대면 사회의 변화, 세계화의 약화를 전망한다. 그러나 그것은 나타나는 결과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코로나19는 신종 바이러스의 끝이 아니고 언제 또 다시 더 강력한 신종 바이러스가 나타날지 알 수 없다. 우리는 보다 근본적이고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고, 그 중 핵심이 탄소중립이라는데 전 세계 국가들이 동의하며 동참하고 있다. 


코로나19와 탄소중립 대응 '시민과학'이 필수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코로나19는 백신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면서 탄소중립은 30년 후 머나먼 일로 치부하며 심각성과 절박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탄소 중립에 대한 미온적인 대응은 또 다른 신종 바이러스를 창궐하게 하고 더 큰 재난과 재앙에 직면할 것이라는 과학적 인식과 이해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또 탄소중립이 국가와 산업,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인식하는 탓도 크고. 사회 전반적인 시민과학 문화의 취약성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가 코로나19와 탄소중립 대응 과정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바로 시민과학의 확산이다. 시민과학은 협의적으로 통상 과학기술 연구에 시민들이 참여하는 연구의 한 분류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광의적으로는 사람들이 신종 바이러스와 탄소중립에 대한 과학적인 이해를 높이고 문제 해결 연구 자체에 참여하며, 과학적 합리성으로 무장해 기존 사업과 사회의 혁신을 촉진하는 개념을 포함한다. 그것은 기존의 학습된 지식과 이론의 장벽을 넘어 새로운 지식창출과 활용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기도 하다.


많은 국민이 코로나19는 정부가 나서 백신으로 해결하고 탄소중립은 산업계가 기존의 산업구조를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국민이 위생 관리를 스스로 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며 사회적 거리 두기와 적극적인 방역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온실가스의 70%가 배출되는 도시에서 에너지를 절약하고 전기 요금을 더 부담하며 차량 이용을 줄이고 플라스틱 사용과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지 않는다면, 백신은 미봉책에 불과하고 탄소 중립은 불가능한 과제가 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탄소중립 시대의 새로운 혁신 모델


코로나19와 탄소 중립은 원인과 해결 과정 모두 과학기술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합리적인 대응과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와 과학적 합리성으로 무장한 국민 행동이 요구된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과 사회 문화 시스템은 국민이 과학적 이해와 합리성으로 강해지는 기회를 주고 있지 못하다. 교육은 여전히 주입식이고, 시험과 경쟁 위주의 지식 흡수에 집중되고 있다. 이과와 문과로 나뉘어 전문 분야별로 지식을 배워온 기성세대는 관련 분야에 종사하기 전에는 좀처럼 과학적 소양과 학습의 기회, 문제 해결 과정에 과학기술 지식을 활용하는 기회를 접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초중고 대학의 교육 과정을 과학기술 체험 창의형, 문제 해결형으로 전환하고, 성인들이 문제 해결 방식의 코로나19와 탄소중립에 대한 학습 기회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과학기술자와 시민이 소통하며 연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그램과 기회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우리가 배운 지식은 학문 분야별로 나눠져 있고, 대학, 연구소, 기업, 시민단체, 정부와 지자체 등 각자도생의 경쟁 하에 단기 성과와 결과만을 중시하며 성장해왔다. 하지만 신종 감염병과 탄소 중립 시대 미래의 지식은 전문 분야별 지식창출과 활용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이제는 전문 분야를 넘나드는 초학제적 융합이 과학기술, 인문사회의 모든 지식경계에서 확산하고, 이런 지식을 창출하고 활용하는 주체도 산학연관민 협업과 새로운 융합 모델로 확산해 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시민과학은 시민을 중심적인 주체로 세움으로써 지속 가능한 동력을 확보하는 중요한 방법론이자 혁신 모델이 될 것이다. 만약에 이 과정을 청년이 주도한다면 청년들이 일자리를 스스로 만들어내며 우리의 미래를 더욱 창의적이고 혁신적으로 바뀔 수 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은 시민 과학의 필요성을 더욱 확대하기도 하고 협업과 융합의 과정을 더욱 효과적으로 지원하게 될 것이다. 


전 국민이 코로나19 대응과 탄소중립 행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와 활용을 높이고 시민참여 연구와 융합 지식창출을 주도한다면, 그래서 코로나 19 대응과 탄소 중립의 미래 대응을 이끄는 시민 과학의 새로운 경로와 가치를 만들어 간다면 우리는 시민이 주도해 추격형 사회에서 선도형 사회로, 중진국에서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는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가진 국가가 될 것이다.


<Who is>고영주 대전과학산업진흥원 원장


고영주 원장은 대전과학산업진흥원 원장으로서 과학기술 기반 지역주도 혁신관련 기획과 전략, 평가분석, 도시의 국제협력에 주력하고 있다. 또 국가기후환경회의 전문위원으로서 미세먼지, 탄소중립 이슈에도 적극 기여하면서 대전 등 도시차원의 탄소중립과 국제협력 노력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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