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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크M Jun 14. 2021

스마트워치, 이제는 겉보다 '속'을 보자

세이코 '아스트론' / 사진=위키피디아


1969년 12월25일, 일본 세이코(SEIKO)가 세계 최초의 쿼츠 시계 '아스트론(Astron)'을 선보였다. 태엽 대신 전지로 움직이는 쿼츠 시계의 등장은 시계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꿔놨고, 기계식 시계를 고집하던 스위스 시계 업계를 벼랑 끝 위기로 몰고갔다.


이로부터 40여년이 지난 2015년 4월24일, '애플워치'의 등장으로 시계 시장은 '쿼츠 혁명'에 비견되는 '스마트워치 혁명'을 맞이한다. 애플워치를 두고 스위스 시계 업계 관계자들은 "우리는 스마트워치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 "스마트워치에는 영혼이 없다"고 무시했지만, 불과 4년 만인 2019년 애플워치 판매량은 스위스 손목시계를 다 합친 수치를 넘어섰다.


기계 대신 OS 깎는 장인들


스위스 시계 장인들이 0.01mm의 오차와 싸우며 무브먼트를 깎는 동안 애플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은 '워치OS(WatchOS)' 업데이트를 갈고 닦았다. 운영체제(OS)는 IT기기의 영혼과도 같은 존재다. 훌륭한 OS 없이는 아무리 뛰어난 하드웨어도 쓸모 있는 존재가 되기 어렵다.


애플워치 시리즈6 / 사진=애플


애플워치가 처음부터 승승장구 했던 건 아니다. 처음 호기심에 애플워치를 산 소비자들은 매일 충전을 해야 하고 뭔가 터치하기에 화면은 너무 작으며, 결정적으로 별 쓸모가 없었던 초기 모델에 등을 돌렸다. 결국 애플워치는 출시 1년 만에 판매량이 반토막 났다.


애플워치를 살린 건 소프트웨어의 진화였다. 운동 상태를 감지하는 '활동' 앱, 피트니스 기구를 사용한 운동 결과를 애플워치에 전송하는 '짐킷' 앱 등이 나오며 비로소 '쓸모'가 생겼다. 이후 혈중 산소포화도, 심전도 측정 등을 통해 '사람 살리는 기기'로 거듭나며 다시 판매량에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헬스케어가 살린 스마트워치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스마트워치 시장은 때 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지난해 전년 대비 20% 가까이 성장한 스마트워치 시장은 올 1분기에도 35%의 전체 출하량 증가를 나타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내놓은 '애플워치6'와 '애플워치SE'가 호조를 보이며 올 1분기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50% 늘었다. 이에 따라 점유율도 지난해 1분기 30.3%에서 올 1분기 33.5%로 높아졌다.



애플은 올 가을 내놓을 '워치OS 8'에서 신체적 건강을 넘어 정신 건강까지 챙겨주는 다양한 기능들을 탑재하며 점유율 확대에 고삐를 쥐고 있다. 지난해 '워치OS 7'부터 탑재된 '심호흡' 앱은 명상을 돕는 '마음챙기기' 앱으로 진화했다. 또 애플워치가 인식할 수 있는 운동 유형에 태극권과 필라테스가 새롭게 추가됐다.


'워치OS'로 쌓은 애플의 금자탑


애플이 코로나19 위기를 틈타 시장 영향력을 강화한 동안 삼성전자와 화웨이 등 경쟁사들은 점유율 측면에서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들의 10만원대 저가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며 파이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스마트워치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7% 성장했으나, 전체 시장 성장률에 다소 미치지 못하며 점유율이 8%로 소폭 하락했다. 2위 화웨이 역시 지난해 10.1%였던 점유율이 같은 기간 8.4%까지 쪼그라들었다.


/사진=카운터포인트리서치


애플이 다른 경쟁사와 달리 저가 공세에도 굳건한 지위를 지키고 있는 건 OS 차별성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스마트워치 OS 플랫폼 점유율 측면에서 애플 워치OS는 전체 시장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구글의 '웨어 OS' 점유율은 전체 시장의 4%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스마트폰 OS 시장에서 안드로이드가 80%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거의 존재감이 없는 수준이다. 삼성, 핏빗, 가민 등 다른 제조사들도 각자 자체 OS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는 데, 성능이나 생태계 측면에서 애플의 워치OS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구글 OS 동맹으로 애플 추격 나서


이런 추세를 뒤집기 위해 최근 제조사들은 OS 혁신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삼성전자와 구글이 손을 잡았다는 점이다.


구글은 최근 개발자 콘퍼런스인 '구글 I/O 2021'에서 자사 '웨어OS'와 삼성전자 '타이젠'의 장점을 합친 단일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OS 통합을 통해 구글과 삼성이 '윈-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 입장에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의 연동을 강화하며 시장을 확대할 수 있고, 구글은 웨어 플랫폼의 저변을 크게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구글 제공


삼성전자는 오는 28일 열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온라인 행사에서 새로운 워치 OS를 공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MWC 공식 홈페이지에 삼성전자는 "우리는 개발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도록 스마트워치를 재구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런 통합 OS는 삼성전자가 올해 하반기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갤럭시 워치4'와 '갤럭시워치 액티브4' 등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화웨이도 최근 자체 OS인 '훙멍2'를 공개하며 자사 '화웨이 워치3' 시리즈 등에 탑재해 자체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미국 무역제재로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지 못하게 된 화웨이는 훙멍2를 통해 'OS 독립'에 나서며 자체적인 사물인터넷(IoT) 생태계 구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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