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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크M Jun 21. 2021

[IT진맥] '혁신'도 사고를 방치하고 크면 안된다


#보행자 안전 위협하는 '킥라니', 그리고 방치된 킥보드들


#페달밟는 자전거와 달리 킥보드 사고는 '치명적'


#안전은 협상 대상 아냐, 기업도 이용자도 더 성숙해야


최근 IT업계 큰 화두 중 하나는 '전동킥보드 헬멧 의무화'입니다. 이미 이 법안은 시행됐고, 1달간의 계도 기간도 끝났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단속이 시작됐는데요. 단속 첫날 114건의 헬멧미착용 사례가 적발됐다고 합니다.


전동킥보드 업계에서는 법이 현실을 모른다고 쓴소리를 뱉어내고 있습니다. 매번 헬멧을 가지고 다닐수도 없고, 헬멧을 비치하더라도 위생 문제, 분실 문제 등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자전거와의 형평성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스타트업들의 이익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퍼스널 모빌리티 산업협의회'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헬멧 착용을 의무화한 개정 도로교통법이 실효성이 없다며 헬멧 의무화 대신 최고 속도 줄이기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SPMA' 기자간담회 현장 모습. /사진=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제공

보행자 사이 비집고 들어오는 '킥라니'에 인도에 방치된 킥보드들...


그런데 말입니다. 저는 이런 기업들의 주장에 선뜻 동의가 되지 않습니다. 테크M이 '혁신가들의 놀이터'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고, 여러 혁신기업들의 성장을 응원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고개가 끄덕여 지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일단 주변에 전동 킥보드 떄문에 불편을 겪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당장 강남역 근처에만 나가봐도 바쁘게 지나다니는 사람들 사이로 '고라니'처럼 툭툭 튀어나오면서 행인들을 위협하는 '킥라니'들을 너무 쉽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여전히 둘이서 함께 킥보드를 타는 모습도 자주 보입니다.


인도에 질서없이 내팽개쳐진(?) 킥보드들도 많이 보입니다. 행인들의 통행을 불편하게 하면서 아무렇게나 세워진 킥보드들을 보면서 저런 기업들의 주장에 동의할만한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공유 전동 킥보드가 이동의 '혁신'이고 소위 '라스트 1마일'을 위해 꼭 필요한 이동수단이라면, 이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의 성숙한 의식도 함께 필요해 보입니다. 이용자들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도 당연히 따라와야 할 것입니다.


한번의 사고가 치명적일 수 있는 전동 킥보드


그리고, 실제로 전동 킥보드는 위험합니다. 사고가 나지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사고가 한번 나면, 정말 생명이 위험할 정도로 크게 다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헬멧이 꼭 필요한 것이죠.


공유킥보드 킥고잉/ 사진 = 올룰로


테크M에서 일하는 기자 한명도 약 1년전, 글로벌 IT기업의 신제품 발표 행사를 온라인으로 취재한 뒤, 새벽에 전동 킥보드를 타고 집으로 가다가 자동차와 사고가 났습니다. 이 기자는 당시 충격으로 사고가 어떻게 발생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합니다. 한달 넘게 병원 신세를 진 것은 물론이고, 지금도 후유증을 걱정하며 정기적으로 병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기자는 당시 사고를 '천운'이라고 표현합니다.


헬멧이 없으면 작은 사고가 나더라도 더 심하게 다칠 수 있습니다. 특히 사고에서 머리를 보호하는 것의 중요성을 여기서 다시 얘기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자전거와 전동킥보드를 비교한곤 하는데, 내가 내 힘으로 페달을 밟아서 이동하는 자전거와 전기의 힘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전동킥보드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페달을 밟는 것은 내 의지로 충분히 제어가 가능할 수 있지만, 레버를 쥐어서 움직이는 것을 자유자재로 콘트롤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안전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안전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용자들이 전동킥보드를 출퇴근이나 짧은 거리 이동을 위해 이용하기 때문에 헬멧 의무화를 철회해야한다는 것은 짧은 거리를 이동할떄는 자동차에서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와 별 다를 바 없는 주장이지 않을까요? 


최고 속도를 낮추는 것은 환영할 일입니다. 하지만 헬멧 의무화를 철회해주면 속도를 낮추겠다는 협상은 옳지 않아 보입니다. 속도를 먼저 낮추고, 이용자들의 성숙한 이용문화를 조성한 다음이라면 얘기를 해볼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서울 강남역 인근에 놓여있는 공유 전동 킥보드. 3대 중 1대에만 헬멧이 비치돼 있다. /사진=허준 기자


헬멧을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면,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에서 가지고 다닐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킥보드에 헬멧을 비치하거나, 헬멧을 써야만 킥보드가 작동하도록 시스템을 갖춰야겠죠. 접는 헬멧을 개발해서 킥보드 안에 내장하는 형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최근 헬멧을 비치하는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헬멧을 쓴 사진을 인증하면 적립금을 주기도 한답니다. 이처럼 기업들이 안전을 위해 더 노력하고, 이용자들도 법을 지켜가며, 보행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킥보드를 이용하는 문화가 자리잡길 바라봅니다. 안전도 지키면서 이용자들의 '이동'도 혁신하는 것, 그것이 '진짜 혁신'이지 않을까요? 새로운 이동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기업들의 '진짜 혁신'을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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