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가상자산의 가장 큰 장점중 하나로 국제 송금을 꼽는다. 시중은행보다 송금이 빠를 뿐만 아니라 수수료도 저렴하다. 기존 은행에서 국제 송금을 할 경우 영업일 기준 최소 2일, 최대 5일까지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화자산운용에 따르면 국제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웨스턴 유니온을 이용할 경우 송금 소요시간은 3~5일, 수수료는 9.7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비트코인을 이용할 경우 송금 소요시간 1.3시간, 수수료는 0.4달러다.
하지만 가상자산은 가격도 천차만별에 높은 가격변동성을 가져 금융거래에 가상자산을 사용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1원부터 3700만원까지 다양한 가상자산 가격이 하루만에 적게는 10%, 많게는 50% 이상 등락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다. 즉 송금을 하는 도중 가격이 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가상자산을 해외 송금에 사용하기 위해 등장한 가상자산이 '스테이블코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이름 그대로 가격이 안정적인 가상자산을 의미한다.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 스테이블코인 가격을 법정화폐 가격과 같게 유지, 국제 송금이나 결제에 이용하는 것이다.
현재 민간기업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의 시가총액은 100조원이 넘었다. 국제 송금이나 법정화폐의 지위가 불안정한 곳, 가상자산 파생상품 거래소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테크M과 함께 스테이블코인이 어떻게 발행·유지되는지,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 알아보자.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방식은 크게 ▲법정화폐 담보 ▲가상자산 담보 ▲알고리즘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법정화폐 담보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보유하고 있는 법정화폐만큼만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1달러와 스테이블코인 1개를 연동한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100만달러를 보유하고 있다면, 스테이블코인 100만개를 발행하는 것이다.
이같은 방법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바로 테더다. 테더에서 발행한 스테이블코인 'USDT' 1개의 가격은 1달러의 가치를 가진다. USDT는 테더에 달러를 입급해 교환하거나 테더마켓에서 비트코인으로 구입할 수 있다. 반대로 1 USDT를 테더에서 1달러로 교환할 수도 있다. 즉 USDT 가격이 1달러 이하로 떨어져도 테더에서 1 USDT를 1달러로 교환할 수 있기 때문에 USDT의 가격은 1달러가 유지된다.
USDT는 가장 대중적으로 쓰이는 스테이블코인으로 시가총액은 약 70조원, 가상자산 시가총액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법정화폐 담보 방식은 중앙화돼 운영돼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 프로젝트가 법정화폐 담보를 적절하게 유지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선 외부 감사가 필요하다.
가상자산 담보는 법정화폐 대신 이더리움 같은 가상자산을 담보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원하는 사용자가 가상자산을 스마트컨트랙트에 담보로 맡기면 미리 설정된 비율에 따라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일종의 담보 대출이다. 담보로 맡겼던 가상자산을 다시 되돌려 받고 싶다면 동일한 스마트컨트랙트에 스테이블코인와 이자를 더해 지불하면 된다.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과정이 중앙화 돼 있는 반면, 가상자산 담보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과정은 탈중앙화돼 있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메이커다오((MakerDAO)가 발행하는 다이(DAI)가 대표적인 가상자산 담보 스테이블코인이다. DAI는 1달러의 가치를 갖도록 설계됐다. 메이커다오는 가상자산을 담보로 스테이블코인 DAI를 발행한다. 보통 담보로 예치한 가상자산 가격의 60% 정도까지 DAI를 발행할 수 있다.
이는 담보로 맡긴 가상자산 가격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담보로 맡긴 가상자산 가격이 발행(대출)한 DAI의 총 가격과 비슷해지면 스마트컨트랙트에 의해 담보가 자동 청산된다. 반면 담보로 맡긴 가상자산의 가치가 높아지면 DAI를 더 빌릴 수 있다.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해 DAI의 가치를 1달러로 유지하는 것이다.
알고리즘 방식은 법정화폐나 가상자산 등 특정 자산을 담보로 하지 않고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다.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수요와 공급을 조절해 스테이블코인의 가격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는 중앙은행이 국가 통화를 관리하는 것과 상당히 유사한 방법이다. 다만 관리 주체가 중앙은행이 아닌 알고리즘인 것이다.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가격이 설정한 기준보다 낮아질 경우 공급량을 감소시켜 가격상승을 이끌어낸다. 반대로 스테이블코인의 가격이 높아질 경우 추가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 가격을 안정시킨다.
티몬 창업자로 유명한 신현성 의장이 만든 블록체인 프로젝트 테라(Terra)가 발행하는 UST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하는 스테이블코인중 하나다. 테라는 스테이블코인인 UST(=1달러)와 채굴 토큰인 루나(LUNA)를 이용해 스테이블코인 시스템을 구축했다. UST의 가격이 1달러 미만으로 떨어지면, 테라는 LUNA를 이용해 UST를 매입, 소각해 가격을 끌어 올린다.
반면 UST의 가격이 1달러를 초과하면, LUNA 보유자들이 LUNA를 테라에 보내 UST를 추가 발행하고 LUNA는 소각한다. 이같은 방법으로 UST의 가격을 유지한다. 다만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도 거래량이 한꺼번에 몰리면 가치의 불안정이 나타날 수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서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에 대한 연준의 예상 보고서가 9월 초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미국 정부 디지털 화폐가 나온다면 스테이블코인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CBDC는 정부에서 가치를 보증하는, 정부가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각국 중앙은행은 디지털 전환과 더불어 민간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증가하자 중앙은행의 화폐주권을 지키기 위해 CBDC 발행을 고심하고 있다. 민간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 사용이 보편화돼 중앙은행의 법정화폐를 사용하지 않게 되면 중앙은행이 화폐발행자의 지위를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앙은행은 CBDC를 발행해 스테이블코인을 대체하겠다는 심산이다.
CBDC가 등장하면 스테이블코인은 사라질까? 전문가들의 의견은 조금 다르다. 영향을 받을진 몰라도 없어지진 않을 것이라는게 지배적 의견이다.
윤석빈 서강대 지능형 블록체인 연구센터 교수는 "CBDC가 발행이 민간에서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에 영향을 주긴 할 것"이라면서도 "CBDC와 스테이블코인이 연동돼 사용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유니크한 가치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도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민간 스테이블코인은 당연히 살아남을 것"이라며 "CBDC는 한번 만들면 보안문제로 인해 쉽게 바꿀 수 없다"고 설명했다. CBDC는 사이버 공격이나 위조 문제 등으로 인해 업그레이드를 바로 바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그는 "CBDC가 법정화폐면 스테이블코인은 상품권"이라며 "CBDC에 없는 기능을 담은 다양한 민간 스테이블코인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