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테크M Jul 20. 2021

[뉴머니임팩트] ①카카오뱅크가 미운 여의도?

위기감 커진 여의도 금융가 "카뱅도 결국 은행" 플랫폼 가치 평가절하
쿠팡-야놀자가 입증한 뉴머니...자신감 찬 판교 "이젠 금융혁신 재평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산업 패러다임 변화가 빨라지면서 한국 경제 역시 새로운 격변기를 맞은 모습이다. 기업가치를 바라보는 새로운 잣대가 빠르게 자리잡으며 '뉴머니'를 얹은 혁신기업이 속속 출연하고 있는 가운데 전통 금융권과의 마찰음도 종종 들린다. 테크M은 뉴머니 시대를 맞아 새롭게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을 고민해본다. <편집자 주>


바야흐로 모바일 시대다.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으로, 그리고 다시 모바일로 플랫폼 대전환이 이뤄지며 기업을 평가하는 가치척도 또한 새로운 형태를 띄기 시작했다. 이를 기반으로 쿠팡이 100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기업공개(IPO)를 이뤄낸 가운데, 이젠 카카오가 모바일 금융을 앞세워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다만 기존 산업군의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해온 기득권의 견제구도 잇따르는 상황. 특히 그 어느 곳보다 기득권의 입김이 강한 여의도 금융가의 '카카오뱅크' 대공세가 거세지는 분위기다. 다만 '꿈'보다 '현실'을 보라는 은행들의 공격에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도 동조하지 않고 있어 주목된다.   


사진=테크M 편집국

여의도의 차가운 시선..."인터넷은행도 은행, ROE 얼만데?"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 타이틀을 쥐고 있는 카카오뱅크는 이달 중 기업공개(IPO)를 공식화한다. 오는 26일 진행될 공모에 앞서, 카카오뱅크가 내건 공모희망 범위는 주당 3만3000~3만9000원, 공모가 상단 기준 시가총액은 18조5289억원이다. 이는 국내 4대 금융지주의 한축을 담당하는 우리금융지주(시총 8조원)를 훌쩍 뛰어 넘는 것으로 KB금융지주(21.8조원)와 신한지주(20조원)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한술 더떠 장외몸값은 40조원에 이른다.  


이처럼 서울시내 지점 하나 없는 카카오의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여의도의 중심가를 파고 들자, 증권가는 일제히 리포트를 통해 "과도한 밸류에이션"이라며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DB금융투자는 "카카오뱅크의 자기자본이익률(ROE)가 당분간 10%를 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주가순자산비율(PBR)로 밸류에이션을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며 "높은 성장률을 이용해 미래 실적을 당겨서 밸류에이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어 "15.6조~18.5조원인 공모가 밴드에는 2030년까지 연평균 30% 순이익 증가율 가정이 내재돼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를 위해서는 연평균 20% 수준의 대출성장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렵게 얘기했지만 쉽게 말하면, 돈 벌기 쉽지 않은 카카오뱅크가 20조원에 달하는 몸값을 지탱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 또한 "카카오뱅크는 플랫폼이기 전에 은행"이라며 "기존 국내 은행들과 차별화되는 비은행 서비스로의 확장이 어려워 보이며, 은행업의 특성 상 ROE는 10%대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어 그는 "카카오뱅크의 장외 시가총액이 KB금융보다 높게 형성됐던 이유는 빠른 성장을 통해 여신점유율 1위로 올라설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라며 "기대했던 여신 점유율이 과도했다는 점에 대한 실망감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나아가 정 연구원은 "비대면 영업은 영업 방식의 차이일 뿐 사업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카카오뱅크가 공모가 산정에 활용한 비교회사군 또한 유사성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비교대상 기업도 이상하다...물음표만 던지는 여의도


이처럼 여의도 금융가가 카카오뱅크를 대놓고 저격하는 근거는 바로 숫자에 있다. 금융가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IPO를 통해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을 대출로 적용해도, ROE는 10% 대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매분기 12%씩 대출을 늘려도 ROE 10% 달성은 2023년에나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은 카카오뱅크가 공모가 산정에 내건 비교대상 기업 또한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카카오뱅크는 미국 여신중개사 로켓컴퍼니(Rocket Companies Inc.)와 브라질 결제서비스사 파그세구로 디지털(Pagseguro Digital Ltd), 스웨덴 증권사 노르드넷(Nordnet) AB Publ, 러시아 은행 TCS그룹 홀딩스를 공모가 산정 비교군으로 내세웠다. 이들 모두 해외 대표 혁신 금융사로 플랫폼 가치에 집중하는 곳들이다.


금융가의 또다른 관계자는 "이들 모두 카카오뱅크와는 사업 유사성이 떨어지는 곳"이라며 "꿈은 빼고, 일단 규제산업이라는 현실을 직시해야한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은행인 KB국민은행이 보유한 자본력과 카카오뱅크를 비교하면 사실상 어른과 아이의 싸움으로 비춰진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사진=카카오뱅크

판교의 탄식..."쿠팡·야놀자 봤지? PER-ROE는 정답이 아니야"


이같은 여의도의 집중공세에 대해 판교 테크노밸리에선 "세상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는 구태 시선"이라며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실제 이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지표면에선 4대 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월간 1300만명의 이용자가 카카오뱅크를 쓰고 있는데다, 국민메신저 카카오톡을 통해 개별 이용자의 금융 관련 빅데이터 또한 나날이 고도화되고 있다. 대출 상담을 위해 수시간 기다려온 과거를 밀어내고 언택트 금융회사로서의 메리트를 확실히 뽐내고 있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점포를 운영하지 않음으로서 절감되는 비용을 ATM 수수료와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해외송금수수료 인하 등 고객 혜택을 제공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정보기술(IT)을 적극적으로 활용, 자체개발 인증시스템, AI 기반의 자동저축(저금통), FDS 고도화 등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이를 위해 전체 직원의 약 절반을 개발자로 꾸린 것도 특징이다.


아울러 기존 모바일 핵심 유저층인 2030세대를 넘어 4050세대까지 기존 금융앱 대신 카카오뱅크를 선호하고 있는 것 또한 카카오뱅크의 강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1월~5월까지 4050의 카카오뱅크 이용률(모바일 인덱스 기준)은 전체 이용자 중 31%에 불과했으나, 올해 1~5월의 경우 50%까지 치솟았다. 특히 40대가 전체의 23%에 달해 핵심 고객층으로 자리한 모습이다. 'MZ' 뿐만 아니라 경제산업의 중심축인 40대까지 카카오뱅크로 옮겨온 것. 


대표적으로 플랫폼 비즈니스를 확장한 26주적금 with 이마트, 마켓컬리는 출시 2주만에 각각 56만좌, 23만좌를 개설했으며 1418세대를 위한 카카오뱅크 mini는 58만명 이상의 가입 성과를 기록하기도 했다. 연령별, 니즈별 맞춤 전략이 통한 셈. 쉽게 말해 과거의 금융은 4대 금융지주가 지배했지만, 앞으로의 금융은 카카오뱅크가 지배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같은 흐름을 빠르게 확인한 일부 증권사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긍정적인 보고서를 내놨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는 언택트 금융 모델이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 매력적이라는 점을 증명했다"면서 "총영업익 대비 판관비는 2020년 52.2%로 이미 기존 은행들을 하회했으며, 장기적으로 30%를 밑돌면서 타 은행들을 압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 또한 최근 보고서를 통해 "카카오뱅크가 주택담보대출과 중소상공인 대출 상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전체 원화 대출 시장 중 카카오뱅크가 대상으로 하는 시장이 12~18개월 뒤 65%로 현재의 14%에서 크게 늘어날 것이며 기존 은행은 긴장해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벤처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신 점유율과 주가순자산비율(PBR), 자기자본이익률(ROE), 순이자마진(NIM) 등 전통 금융의 잣대로 카카오뱅크를 바라봐선 안된다"며 "영역은 다르지만 모바일 시대 플랫폼의 위력을 쿠팡과 야놀자 등이 증명한 만큼, 카카오뱅크 또한 기존 금융권의 공격을 막아내고 새로운 시대를 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혁신가들의 놀이터, 테크M에서 관련 정보 보기

매거진의 이전글 [먹어봤다] 배홍동 비빔면과 신라면 볶음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