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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크M Jul 20. 2021

[뉴머니임팩트] ③쿠팡, 기업가치 '넘사벽' 된 이유는

뉴욕 증시 상장한 쿠팡의 기업가치는 100조
유통 대기업 신세계-이마트-롯데쇼핑
시총 합친 것보다 10배 이상 큰 규모
속도의 차이가 격차 벌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산업 패러다임 변화가 빨라지면서 한국 경제 역시 새로운 격변기를 맞은 모습이다. 기업가치를 바라보는 새로운 잣대가 빠르게 자리잡으며 '뉴머니'를 얹은 혁신기업이 속속 출연하고 있는 가운데 전통 금융권과의 마찰음도 종종 들린다. 테크M은 뉴머니 시대를 맞아 새롭게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을 고민해본다. <편집자 주>


"2~3년 후에 한 번 보시죠"


몇 년 전까지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쿠팡에 대해 물으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제 아무리 빠르게 상장하고 있다 한들, 매년 쌓여가는 막대한 적자를 보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그랬던 유통기업들이 지금 쿠팡을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얼마 못 가 문을 닫을 것이라던 쿠팡은 보란듯 지난 3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해 현재 79조원의 시가총액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국내 대표 유통 대기업인 신세계와 이마트, 롯데쇼핑의 시총을 모두 합친 것보다 10배 이상 큰 규모다.


/사진=쿠팡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커녕 어디 번듯한 매장 하나 없는 쿠팡의 시가총액을 바라보며 전통 유통기업들은 비로소 '판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몸소 깨닫고 있다. 쿠팡의 뒤를 쫓고 있는 마켓컬리가 이미 2조5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고, 심지어 아직 인지도가 높지 않은 오아시스마켓조차 기업가치가 1조3000억원에 이른다.


기존 오프라인 유통과 비교할 수 없는 디지털 플랫폼의 힘을 절감하며 더 이상 유통기업의 가치가 매장수와 직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전통 유통사들은 부랴부랴 대규모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고가 논란에도 불구,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3조4000억원을 베팅한 이유도 이런 '쿠팡발 충격파'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지표로는 설명이 안되는 쿠팡의 기업가치


쿠팡이 상장과 동시에 시총 100조원을 돌파했을 때, 과연 적자기업에 이런 기업가치가 가능하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현재 쿠팡이 확보한 국내 온라인 유통 점유율과 전체 시장의 성장 규모 등을 감안해 공격적인 가정을 펼쳐도 '말이 안된다'는 얘기가 나왔다. 심지어 쿠팡은 주로 성장주의 가치를 측정하는 지표인 주가매출비율(PSR)에서도 아직까지 내수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기업 아마존보다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현재는 상장 초보단 시총이 낮아진 상태지만, 여전히 국내 유통기업과 비교하면 까마득히 높은 수준이다. 최근 쿠팡이 여러 사건사고로 인해 성장통을 겪는 상황에서도 기업가치 면에선 기존 오프라인 기반의 유통기업들을 압도하고 있다는 사실엔 여전히 변함이 없다.


이마트는 지난해 매출 22조330억원, 영업이익 2372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쿠팡은 매출 13조3000억원, 영업적자 5800억원을 기록했다. 객관적 실적은 이마트가 쿠팡을 압도하고, 자산규모도 이마트가 23조원, 쿠팡이 5조원 수준으로 차이가 크다. 하지만 시가총액은 지난 16일 종가 기준 이마트가 4조5000억원, 쿠팡이 79조45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이마트를 비롯한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거느린 오프라인 기반의 전통 유통기업과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 기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극과 극'이란 얘기다. 물론 쿠팡의 경우 성장주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경우라 상황이 다를 수 있지만, 이미 이들 사이엔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의 대입만으론 설명하기 어려운 기업가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킬 것이 많은' 전통 유통기업의 더딘 발걸음


쿠팡 상장 당시 신영증권은 '이마트, 쿠팡은 100조, 나는 5조. 왜?' 보고서를 통해 쿠팡과 이마트의 기업가치 차이에 대한 원인을 분석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이마트는 식품 부분에서 지난해 기준 국내 음식료 소비 중 19%에 달하는 독보적인 유통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고, 온라인에서도 각종 사업 강화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치며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비식품 카테고리에서 상품수가 다양하지 않고 무료배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며 트래픽을 폭발적으로 늘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이를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고 있는' 것으로 평했다. 오프라인 사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온라인 사업도 키우고, 온라인 사업 수익성도 관리하는 등 소위 '지킬 것이 많아지다' 보니 과감한 사업 확장에 한계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사진 = 이마트


쿠팡은 창사 이래 아직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지난해까지 누적적자가 무려 4조7000억원에 달한다. 올 1분기에도 약 4조7300억원의 역대 최고의 매출을 달성했지만, 영업손실 역시 약 3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그럼에도 쿠팡은 물류센터를 더 확대하겠다며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간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런 쿠팡식의 의사결정과 사업방식은 대기업에선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천문학적인 적자를 감당하며 신사업에 10년 이상 투자하는 국내 대기업은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원가절감과 저가경쟁에 익숙한 국내 유통기업들은 완전히 새로운 경쟁상대를 만난 셈이다. 그리고 시장의 평가는 혁신기업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보고서는 "모든 사업자가 온라인 사업에 '올인'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지만 시점별로 기업이 올인해야 할 '전략'은 분명 필요하다"며 "이마트가 지키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이 많아 보이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이마트에 쿠팡에 견줄 만한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부여하긴 쉽지 않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속도의 차이가 격차를 벌린다


이마트와 같은 전통 유통기업들이 오프라인 기반에 발목이 잡힌 채 온라인 영토확장에 더딘 걸음을 하는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은 다시 한 번 시장을 흔들어놨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기존 20~30대는 물론 50~60대까지 온라인 쇼핑의 주요 소비층으로 끌어들이며 오프라인 유통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한 번도 안 쓴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쓰는 사람은 없다'는 온라인 플랫폼에 발을 들여 놓는 사람이 지금도 빠르게 늘고 있다는 얘기다.


/사진=쿠팡


쿠팡과 같은 플랫폼 유통 기업들은 이런 충성도 높은 이용자 기반과 독창적인 물류 시스템을 기반으로 발빠르게 신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는 반면, 전통 유통기업들은 이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점도 차이를 벌리고 있다. 쿠팡의 경우 로켓플레시, 로켓와우, 쿠팡플레이, 쿠팡이츠 등의 신사업에 이어 기업간거래(B2B) 시장 진출까지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식품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던 마켓컬리도 최근 가전제품, 화장품, 여행상품 등으로 저변을 확대 중이다.


사진 = 쿠팡


결국 이런 차별점을 통해 매출이 '나이키 곡선'을 그리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의 급속한 성장세가 투자자들에게 현재의 실적이나 자산 규모 등 정량적 지표를 넘어 더 매력적인 투자처로 보이고 있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결국 전통 유통기업들이 최근 부동산 자산 처분에 나서며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온라인 분야의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는 점도 이런 시장의 평가가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막대한 고객 트래픽이 확보되면 바잉파워가 강해지기 때문에 매입단가를 낮출 수 있고, 다양한 신규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며 "그래서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플랫폼 업체들의 밸류에이션이 산술적인 계산이 어려울 만큼 높은 것이라고 할 수 있고, 온라인 유통시장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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