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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앱이 '공공의 적'이 되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배달 앱이 생긴 이후로 장사가 더 힘들어졌다고 원성이 자자하다. 일부 지자체에선 자영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공공 배달 앱'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배달 앱을 바라보는 시각에 적대감이 가득하다.
플랫폼을 원망하는 목소리는 국내에서만 나오는 건 아니다. 플랫폼 산업의 원조격인 애플과 구글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들이 운영하는 앱마켓이 독점 횡포를 부린다며 심지어 같은 IT 업계 내에서도 이들을 '적폐'로 내몰고 있다.
이런 논란의 중심에는 '수수료'가 있다. 입점 업체들은 플랫폼 기업들이 거래 중간에 끼어 과도한 수수료를 가로챈다고 지적한다. 시장을 독점해 영향력을 키우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배만 불린다는 주장이다.
플랫폼은 수많은 이용자와 입점 업체들을 한곳으로 연결해 거래 비용을 낮추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론 상으론 이용자와 입점 업체, 플랫폼 기업이 모두 '윈-윈'하는 구조다.
소비자는 배달 앱을 통해 손쉽게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찾아 배달 주문을 할 수 있다. 음식점들은 일일이 전단지 광고 등을 하지 않고도 가게를 알리고 손님과 연결될 수 있다. 배달 앱 업체는 이 둘을 잘 연결하고 서비스 질을 높인 대가를 받으면 된다.
하지만 플랫폼 자체의 영향력이 비대해지면서 이런 구조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이용자들이 늘면서 플랫폼의 영향력은 계속 커지는 데 반해 입점 업체들은 오히려 자신들을 노출 시킬 기회가 점점 희소해지고 있다.
이런 비대칭성으로 인해 업체들은 거래 관계에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플랫폼 기업들은 희소성을 무기로 광고료 등을 받아 노출에 차등을 두는 사업 모델을 개발했다. 입점 업체들이 플랫폼을 통해 누릴 수 있는 효용의 크기가 플랫폼 업체 손에 달려있게 된 셈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플랫폼 기업들을 욕을 먹기 시작했지만, 그렇다고 플랫폼이 사라져야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이미 이용자들은 플랫폼을 통한 편리한 서비스에 익숙해졌고, 이를 되돌리는 건 마치 스마트폰에서 집전화로 돌아가자는 것과 마찬가지다.
배달의민족 수수료 인상 이슈가 한참 불거질 당시 이용자들 사이에서 배달 앱 대신 매장에 직접 전화주문을 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기도 했는데, 금방 사그라들었다. 이유는 그렇게 주문을 해도 음식값이 전혀 낮아지지 않았고, 이용자들은 불편해지기만 했기 때문이다. 일부 음식점주들은 전화로는 배달 주문을 다 소화하지 못해 다시 배달 앱을 써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공공 배달 앱을 도입하면 해당 사업에 참여하는 일부 기업들이 특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성장한 창업 기업을 죽이고 나랏돈으로 대기업에 특혜를 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세계적으로 한참 성장하고 있는 산업에 굳이 공공이 선수로 나서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도 합리적이지 않다.
결국 이용자-플랫폼-입점업체 간의 이해관계 구조를 합리적으로 개선하지 않고 다른 왜곡된 형태로 시장에 간섭을 해봐야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핵심은 플랫폼의 영향력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조율하느냐에 달렸다. 플랫폼 자체는 플랫폼 업체에서 만들었지만, 플랫폼이 갖게 된 영향력은 온전히 플랫폼 기업의 소유라고 말하기 어렵다. 이에 대한 배분을 적절히 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만드는 일이 공정거래위원회가 마련 중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 해야 할 과제다.
플랫폼 기업들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건 아니다. 플랫폼이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독점적 위치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배달 앱 시장의 절대강자인 배달의민족은 최근 쿠팡, 위메프 등 후발주자들의 추격으로 인해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정부 규제와 정치권의 견제, 공정거래위원회 합병 승인 등을 앞두고 있어 눈치보느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결국 플랫폼 기업들 역시 스스로 이익을 이용자와 입점업체들에게 적절히 분배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영향력을 휘두르다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다보면 어디서건 정을 맞을 수밖에 없다. 플랫폼 산업의 근간은 '공존'이고 '상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란 초유의 사태로 절벽 끝에 매달린 자영업자들을 위해 플랫폼 기업들의 좀 더 과감한 제스처가 필요해 보인다.
기사 작성=남도영 기자 hyu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