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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크M Aug 02. 2021

[세가지시선] 네이버가 임금체불이라니...

기자 중심의 뉴스를 지향하는 테크M이 한 이슈에 대해서 IT전문기자 세명이 서로 다른 시선에서 이슈를 분석하는 '세가지시선' 기획기사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슈를 바라보는 여러가지 시각을 독자분들께 전달하기 위해, 기자들은 사전 논의 없이, 각자의 시각에서 이슈를 분석합니다. 사안에 따라 세명의 시선이 모두 다를수도, 같을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양한 시각이 살아있는 세가지시선에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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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가지시선] 구글 뛰어넘는 '네이버식' 조직문화 혁신 보여주길

[세가지시선] '유연한' 주 52시간이 필요하다


"누구도 쉽게 용기를 내 말하지 못한다. 판교 테크노밸리 종사자 상당수가 속으로 끓고 있지만, 이제 노동의 가치는 여론이 평가하고 있다." (인터넷 기업 A사 과장급 직원)


대한민국 공대생들이 가고싶은 기업 '2위'(취업포털 사람인 3월 설문조사) 네이버가 황당하게도 '임금체불 기업'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정말 그랬다면 석고대죄 할 일이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간단하지 않다. 모두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이유는 따로 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8일 네이버 특별근로감독 결과, 약 87억원에 달하는 연장·야간수당 미지급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사내 문화에 대해 부족함을 시인했지만, 87억원 규모의 임금 체불과 관련해서는 억울해했다. 다만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종사자 평균 연봉 1억원이 넘는 네이버가 87억원이 아까워 체불했을까.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마운틴뷰 구글 본사 내 국내 인터넷기업을 소개하는 스크린 화면/사진=이수호 기자

시간대신 '성과'로 평가하는 것이 이상한가?


내막을 들여다보면 이상하긴 하다. 네이버 임직원은 자신의 근무·휴식시간을 회사 시스템에 직접 입력해 스스로 시간을 관리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네이버뿐 아니라 카카오, 넥슨 등 대다수 IT 업계가 채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측은 근로자가 근무·휴식시간을 기재하는 과정에서 개입하거나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근무시간에 '기계적'으로 개입하는 것보다는 '자율'에 맡기되 개인의 역량을 '근무시간'보다는 '성과'로 평가하자는 얘기다.


실제 IT 업계는 투입한 '근무시간=성과'로 이어지는 제조업 분야가 아니다. 그런데 일하는 시간을 기계적으로 체크하지 않으면 임금체불 기업이 되니, 이제 네이버도 노동의 가치를 일일이 체크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보이저엑스의 남세동 대표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 계정을 통해 "여러 경로로 들어오던 근로감독의 현실적 기준을 이번에 다시 한 번 제대로 확인하게 됐다"며 "사무실에 있으면 일단은 일한 것으로 보는 것"이라고 정부의 정책을 비판했다. 남 대표의 이같은 말에 판교 테크노 밸리 구성원들 대부분 동감의 의견을 피력했다. 판교 테크노 밸리 종사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획일적으로 근로시간을 측정하고, 만일 이를 넘어서면 바로 불법이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금으로부터 약 3년전, 기자는 글로벌 테크 혁신의 중심지인 실리콘밸리를 찾았다. 밤 11시가 넘은 시간인데, 마운틴뷰 중심부의 구글 본사에는 직원들이 가득했다. 함께 야식을 먹으며, 이렇게 야근을 하면 언제 쉬는지 물었다. 그러자 한 직원은 "자신의 생애주기와 건강상태, 프로젝트 상황, 승진여부 등에 따라 직원이 스스로 시간을 투자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인 진정한 워라밸"이라며 "모든 직원들이 주 52시간제를 다 지키면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로 성공하고 싶은 혁신가를 획일적으로 가두지 말자


비슷한 맥락임이 분명한데, 최근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게임사 직원들의 유연한 근로체계가 필요하다는 말을 뱉자, 모두가 그를 '크런치 모드(특정 서비스 출시 전, 초과근로를 지칭하는 말)'에 넣어야한다며 맹비난한다. 정말 그도 주 100시간제에 청년들을 몰아넣자는 취지의 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일이라는 것이 그렇다. 해야할 때 하고,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고, 대신 일이 없을 때 쉬면 되는 것 아닐까. 물론 아예 쉴 시간을 주지 않는다면 잘못된 것이다. 그런데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괜찮은 사람들이 모인 상식적인 곳에선 사실 정부의 규제 자체가 이상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북적거리는 여름 휴가철이 아닌 한가로운 시기에 쉬고 싶은 이가 있을 수 있다. 이제 한국도 휴가 문화가 빠르게 정착되고 있고, 재충전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눈치를 주는 그릇된 조직문화도 사라지고 있다.


참신함과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혁신가를 키우기 위해선 이제 '철밥통'만 지키는 이상한 법은 뽑아내야한다. 

인적자원 밖에 없는 나라에서 일로 성공하고 싶은 이들을, 욕하고 규제하는 이들이 사라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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