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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크M Oct 05. 2021

모빌리티 '혁신' 도전장 던진 '타다'를 영화로 만나다

(위)지난 9월 30일 열린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 시사회에서 다큐를 연출한 권명국 감독이 제작 의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경영 기자


어느 날부턴가 내가 살던 동네 근처에 흰색 11인승 카니발 차량들이 렌터카 차고지에 주차된 모습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혜성처럼 등장한 카니발 차량의 몸통에는 심플한 검정 글씨로 'ㅌ ㅏㄷ ㅏ'라는 라벨이 붙어 있었다.


타다는 이동 서비스 사용자들이 느낀 불쾌한 경험을 지우고, 피곤함을 덜어주는 '이동의 기본을 바꾸자'는 슬로건을 걸고 서울 시내를 달렸다. 기자도 '타다'와의 추억이 많다. 중고마켓에서 산 부피가 큰 물건을 옮기기 위해 타거나, 회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늦은 밤 승차 거부하는 택시를 뒤로 하고 타다를 타기도 했다. 일을 끝내고 피곤한 몸을 타다에 맡기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해 있었다.

 

그런데, 약 17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하하며 승승장구하던 '타다 베이직'은 출시 1년 6개월 여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기존 기득권에 해당하는 택시 업계의 반발을 이기지 못하고 '불법 논란'에 휩싸이면서, 모빌리티 산업에 '혁신'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자 했던 한 스타트업 'VCNC'는 약 5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제작사 전액 투자..."국내 스타트업의 민낯이 궁금했다"


지난달 30일 열린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 시사회에서 다큐를 연출한 권명국 감독은 "이 작품은 타다금지법이라는 최악의 위기상황을 맞이한 한 스타트업 팀이 그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나가는지를 따라가보고 싶은 한 필름 메이커의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된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작년 3월 타다금지법이 통과되고 4월에 타다와 타다베이직 모빌리티 서비스가 없어지고 나서 약 한달 뒤부터 이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그 후 6개월 동안 이 기업이 그 위기를 돌파해나가는 과정을 담았다"고 말했다.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은 제작사가 100% 전액을 투자해 만들어진 독립 다큐멘터리다. 타다 측이나 배급사로부터 투자 받지 않고, 메이저 배급사 NEW가 배급을 결정했다. 신인 권명국 감독이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담고 싶었던 메시지는 '타다'라는 스타트업 자체가 아니다. 권 감독은 우리 사회에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스타트업이 무엇인지, 더 넓게는 현재 젊은 세대들의 일하는 방식과 나아가는 방향을 따라가고 싶었다는 제작 의도를 밝혔다. 

'타다 베이직' 서비스 종료 이후 부할한 '타다 라이트'가 도로 위를 달리는 모습. /사진=김경영 기자


도전과 성장, 좌절, 재기...1년 6개월 간 '타다'가 걸어온 길


이번에 나온 타다 다큐멘터리는 '제이크'라고 불리는 타다의 박재욱 대표를 중심으로 타다를 함께 만들어온 구성원들이 주인공이다. 사건이 진행되던 당시 타다의 이야기는 공식 입장문이나 짧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최소한으로 알려졌을 뿐, 그 이면은 베일 속에 가려져 있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타다를 만든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터 등 인사이더들의 도전과 성장, 좌절, 재기로 이루어진 솔직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타다 다큐멘터리의 첫 장면에는 타다금지법으로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종료한 이후 중고 시장에 나온 타다 카니발 차량이 나온다. 출시 이후 이용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서울 시내를 달렸던 타다가 팔리는 모습을 보며 왠지 모르게 기분이 이상했다. 다큐멘터리에 여러번 등장하는 타다 카니발 차량 장면도 타다 측으로부터 제공받지 않고, 제작사가 직접 중고차 시장에 나온 타다 베이직 차량을 구매해 촬영을 진행했다고 한다. 


다큐멘터리 전반부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택시업계의 반발로 법적 공방에 휘말렸던 타다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날이다. 제이크와 타다 팀원들은 모두 모여 '종이컵 와인 파티'를 열며 자축했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합법 선고를 받은지 보름도 채 지나지 않아 그들은 다시 법의 심판대에 오르게 된다.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 중 한 장면. /사진=김경영 기자


지난해 3월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대다수 의원들은 (아마도 택시표를 의식해) '여객운수법 개정안(일명 타다금지법)을 찬성한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법사위에서 반대를 한 두명의 의원이 있었음에도 불구, 법사위원장이 순삭간에 타다금지법을 가결시키는 장면에서도 당시의 긴박했던 내부 상황을 느낄 수 있었다. 


당시 타다금지법에 강한 반대 목소리를 냈던 이철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다큐 속에서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나. 세상이 빠르게 바뀌는 것을 누가 막을 수 있겠냐"며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했다"며 당시의 아쉬움을 토로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VCNC 선장 '제이크'는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섰다. 다큐멘터리 후반부에서는 타다금지법 통과 이후, 직원의 반이 퇴사한 시점에서 '타다 라이트'라는 택시 가맹 사업과 고급택시 '타다 플러스'를 출시하며 재기를 노리는 '타다' 팀이 나온다. '최악'의 상황에 놓였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함께 위기를 돌파해 나가는 이런 모습이 바로 '스타트업 정신'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2의 타다'? 무분별한 규제가 만들어낸 '규제의 역설'


타다금지법 사태만 놓고 봤을 때 타다 베이직이 서비스를 접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이 문제가 '기존 기득권에 속하는 택시 업계 VS. 정보통신기술 기반 모빌리티 스타트업 사이의 갈등'이라는 단편적인 문제로 좁혀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순간 이러한 논쟁은 누군가에게는 '먹고 사는 문제', '생사가 걸린 문제'가 되어 버린다. 그래서 어렵고, 지금까지 쉽게 풀리지 않았던 과제 중 하나다. 


최근 국감을 앞두고 떠오르고 있는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때리기'도 왠지 지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타다 논쟁과 비슷하게 흘러가는 듯 하다. 지난해 타다가 시장에서 사라진 후, 카카오 모빌리티는 그 틈새를 이용해 택시 호출 시장의 90%를 독점하며 몸집을 불렸다. 그러자 지난해 타다 베이직을 멈춰 세운 택시 업계는 이번에 카카오를 향해 규제의 칼날을 들고 있다. 

택시업계 카카오 카풀 반대 시위하는 모습. / 사진 = 테크M DB


플랫폼 기업이 도마 위에 올랐을 때 이들의 독주를 막기 위한 목적의 새로운 규제를 세운다 해도,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소비자의 욕구를 채워줄만한 다른 플랫폼이 등장한다.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막는다고 막아지는게 아니다. 하지만 사회를 단편적으로 양분해 보는 시각은 굉장히 위험하며, 서로 다른 비전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며 플랫폼 기업은 급성장할 수 있었지만, 플랫폼 기업들은 이들이 이뤄낸 기술혁신만큼 사회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는 기존 기득권과 새로운 플랫폼 갈등이 생겼을 때 뒤에 숨어 있는 조직이 아니다. 적어도 이들이 서로 '상생'하며 각자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게끔 논의의 장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 다큐멘터리는 앞으로 우리 사회가 '혁신'과 '규제' 그 사이에서 어떻게 접점을 찾아가고, 함께 상생할 수 있을지 방법을 찾아보자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는 14일 주요 극장에서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을 통해 많은 관객들이 진짜 스타트업계의 '날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느껴보길 바란다.  


김경영 기자 management@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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