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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크M Oct 19. 2021

겉만 보고 속단 말자.압도적 성능 '아이폰13 프로'

그동안 '아이폰12 프로 맥스'를 썼기 때문에, 솔직히 아이폰13이 공개됐을 땐 별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막상 '아이폰13 프로'를 대여해 써보니, 역시 '아이폰은 아이폰'이다. 반납할 날이 하루씩 다가오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솟구치는 교체욕에 부랴부랴 찾아보니 이미 자급제는 4차까지 완판이다.


매번 '혁신이 없다'는 얘기를 듣지만, 여지껏 아이폰은 늘 최고의 스마트폰이었다. 냉정하게 얘기해서 접히지 않는다는 점만 빼면, 아이폰을 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달라진 게 없다고? '겉'은 그렇다


지난달 아이폰13 시리즈가 공개됐을 때, 전작과 똑같은 디자인 때문에 '아이폰 12s'가 아니냐는 비아냥을 들었다. 심지어 가로 세로 길이까지 똑같기 때문에 놀림을 받아도 할 말은 없다. 노치 크기가 살짝 줄어들었지만 확 체감할 수준은 아니고, 후면 '인덕션' 카메라가 더 커져서 약간 무서워졌다는 점을 빼면 아이폰12인지 13인지 한 눈에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아이폰12 프로 맥스'(왼쪽)과 '아이폰13 프로' / 사진=테크M


디자인이 변하지 않았다 뿐이지 나쁘단 얘기는 아니다. 실제로 보면 색상은 사진보다 고급스럽고, 소재는 견고해보인다. 스마트폰이 접히는 수준이 아니라면 바(bar)형 스마트폰에서 더 이상의 디자인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전작보다 다소 두껍고 무거워졌으며 '카툭튀'가 심해진 점은 명확한 단점이다. 단, 여기에도 이유는 있다.

애플 '아이폰 13 프로' /사진=테크M


일단 배터리가 커졌다. 아이폰13 프로 기준으로 사용시간이 1시간30분 늘었다. 애플의 첫 5G 스마트폰이었던 아이폰12의 경우 하루 종일 사용하기에 약간의 불안감이 있었다. 아무래도 5G가 배터리 소모가 많고, 설계상으로도 배터리 용량이 크지 않았다. 다행히 이번 프로 모델을 실제 써보니 기상해서 잠들기 전 충전할 때까지 충분히 잘 버텨줬다.

'아이폰12 프로 맥스'(왼쪽)과 '아이폰13 프로' / 사진=테크M


카툭튀가 심해진 건 이번 신제품이 카메라 성능에 잔뜩 힘을 줬기 때문이다. 아이폰13 프로는 역대 최대 크기의 카메라 센서에 3배 광학 줌과 매크로(접사) 촬영까지 지원한다. 더 낮은 조리개 값으로 저조도 촬영 성능도 개선됐다. 여기에 애플의 인공지능(AI) 기술 지원까지 더해 어떤 환경에서 촬영해도 높은 품질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속'을 보면 다르다


겉으로 보면 모른다. 아이폰13의 진가는 압도적인 성능의 '두뇌'에 응집돼있다. 아이폰13에 탑재된 5나노 공정 기반의 고성능ㆍ저전력 칩셋인 'A15 바이오닉'은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의 최고 사양 칩셋에 비해 CPU는 50%, GPU는 30% 높은 성능을 자랑한다. 수치만 놓고 보면 2세대 정도 차이가 나는 수준이다.


실제 써보면 허풍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전반적으로 동작 속도가 세밀한 부분까지 더 민첩해졌고, 최대 120Hz 주사율을 지원하는 '프로모션' 기능으로 인해 애니메이션의 부드러움은 경쟁사 제품 대비 월등한 수준이다. 애초에 안드로이드보다 iOS 쪽이 UIㆍUX 최적화가 잘 돼있기 때문에 같은 120Hz라도 아이폰13의 동작이 훨씬 기민하게 느껴진다.

'아이폰13 프로'의 초광각, 광각, 망원 렌즈로 각각 촬영한 사진 / 사진=테크M


A15 바이오닉은 발열이나 소모전력 면에서도 월등하다. 고사양 게임을 돌려도 발열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120Hz 주사율 지원에도 불구하고 저전력 설계로 배터리 지속시간은 오히려 더 길어졌다. 올해 경쟁사 제품이 발열 문제로 상당히 고전한 점을 생각하면, 이런 이슈없이 폭발적인 퍼포먼스 향상을 가져온 A15 바이오닉의 진화는 매우 인상적이다.

'아이폰13 프로'로 촬영한 매크로 사진 / 사진=테크M


A15 바이오닉의 결정타는 '뉴럴엔진'이다. 초당 15조8000억회의 연산을 수행하는 뉴럴엔진의 힘은 사진과 동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번에 새로 탑재된 '시네마틱' 모드는 동영상 촬영시 알아서 주요 피사체를 찾아 포커스를 맞추고 배경은 흐리게 보이는 '보케' 효과를 준다. 그 간 '인물사진' 모드에서 제공하던 기능을 동영상까지 확장한 것이다. 이를 동영상의 모든 프레임에 적용한 건 압도적인 컴퓨팅 파워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현존하는 가장 완벽한 스마트폰


아이폰13은 민첩하고 유연하고 부드럽다. 아이폰12를 쓰던 사람도 충분히 개선된 성능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이다. 세련된 디자인, 막강한 퍼포먼스, 수준 높은 카메라 성능, 신뢰할 수 있는 보안, 장기 업데이트, 탄탄한 주변기기 생태계까지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에서 기대하는 거의 모든 요소를 만족시킨다.


물론 단점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아직도 USB-C가 아닌 라이트닝 단자를 고집하는 점, 국내에선 애플페이나 애플 피트니스를 쓸 수 없다는 점, 생태계가 폐쇄적이라는 점 등이 아쉬운 지점으로 꼽힌다. 딱히 아이폰13 만의 문제는 아닌 그동안 아이폰 시리즈에 고질적으로 지적돼 온 지점들이고, 이번에도 역시 개선되지 않았다.

아이폰 13 프로 / 사진=테크M


그럼에도 아이폰은 역시 막강하다. 지난 2분기 애플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전체 영업이익의 75%, 매출의 40%를 차지했다. 출하량으론 3위인데, 벌어들인 수익은 압도적인 1위다. 아이폰 하나로 이뤄낸 성과다.


사실 아이폰12 보다 아이폰13이 얼마나 좋아졌느냐, 혁신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건 크게 중요하지 않다. 스마트폰을 살 땐 폰이 접히거나 하지 않는 이상 아이폰인가, 아닌가만 보면 된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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