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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크M Sep 24. 2020

발이 늦은 '앵무새'는 사라질 수 밖에 없다

A라는 기업과 B라는 기업, C라는 기업이 하루의 시간을 두고 연이어 보도자료를 내놨다. "블라블라, 블라블라..."


출입기자는 각각의 개별 입장(스트레이트 기사)을 송고하고, 이 셋을 묶어 의미를 도출한다. 이를 기자집단에선 보통 '박스기사'라 부른다. 나름의 의미를 찾기 위해 기자들은 동분서주한다. 한 부서를 오래 출입한 기자일수록, 의미도출이 빠르고 정확하다.


그런데 A라는 기업이 이와 같은 내용을 공개하기 전, 내부자도 아닌데 미리 알고 있는 이들이 있다. 심지어 이들은 기자가 아니다. 이들은 기자보다 빠르게 '내부'의 소식을 '외부'에 전달한다. 그리고 더 깊이있는 분석까지 담아낸다. 구독자 100만명 달성을 눈앞에 둔 경제 유튜브 'ㅇㅇㅇTV'가 기존 경제지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얘기다.


1. 새장에 '새'가 너무 많아


포털을 통해 뉴스를 전달하는 '사업자'는 700여곳 남짓. 페이스북을 비롯한 대형 플랫폼까지 더하면 1000여곳이 넘는다.


산업 뉴스를 '정보'의 입장에서, '소비'하는 시각으로 보자면 사실 뉴스에서의 '글빨'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시대다. 똑같은 내용을 '디자인'해, 반복적으로 전달하는 매체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삼성전자'를 검색하면 제목만 다르고, 내용은 대동소이한 기사 수천여개를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관건은 포털의 선택을 받아야한다는 것. 개별 편집국은 저마다 살아남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AI(?)의 선택을 받기 위해 편집에 공을 들인다.


이상하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나는 분명 '뉴스'의 가치를 배웠다. 대충 전공서적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매스미디어를 '매체(媒體)'로 하는 보도기사의 경우,언제(when), 어디서(where), 누가(who), 왜(why), 무엇을(what), 어떻게(how)라는, 이른바 '5W 1H'의 원칙이 존재한다.


수동적 입장에 있는 대중으로서는 주체적 입장에 있는 매스커뮤니케이션의 보도내용을 그대로 '뉴스'로서 수용해왔다. 이를 통해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는 '스트레이트 기사'와 기자의 분석이 담긴 '박스 기사'가 함께 힘을 발휘했다. 이처럼 과거 대중의 '알 권리'는 다분히 매스미디어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문제는 기자의 취재를 돕고 '기사'를 쓰게 해주던, 소위 전문가들이 더이상 기자의 입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플랫폼이 되길 원한다는 점이다. 다양한 소셜미디어와 유튜브의 등장이 이같은 상황을 촉발시켰다.


2. A 기자야...사실 너 잘 모르자나...


"사실 뭔 내용인지 몰라...시간 없으니 일단 후딱 썼고 내가 뭐하는건가 싶다."


"그냥 직장인이야. 뭘 콘텐츠를 고민해 하루하루 버티면 그만이지...그러니 메이저 매체를 가야하는거야."


최근 기자를 관둔 모 지인들의 얘기다. 기자 A는 3년의 시간을, 그것도 꽤 큰 언론사의 증권부에서 보냈다. 기계적으로, 단편적으로 쓰는 외신기사를 종합하고 남들이 쓰는대로 한국거래소의 통계치를 묶었다.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2년, 길면 3년, 짧으면 1년에 한번 출입처를 옮겨다니는 기자의 얄팍한 시각이 담긴 '박스 기사'가 양산될 수 밖에 없는 상황, 사실 수십년째 언론계에서 제기돼 온 문제다. 기자보다 깊이있게 현상을 해석하는 '전문가'가 독립하면서 이같은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을 뿐이다.


3. 결론. 테크M은 다른 길을 갈 것이다.


정보의 간극은 더욱 좁혀지고 있다. '100세 시대' 경제지를 지면으로 보는 어르신들은 계속 관성대로 사신다해도, 분명 정보의 간극은 좁혀지고 있다. 그래서 테크M이 꺼내든 전략은 바로 '투트랙'이다. 테크M에는 남들과는 다른, 깊이 있는 내용을 분석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모여들고 있다. 10년에 가까운 세월을 통과한 '전문가'는 2년에 한번 출입처를 옮겨 다니는 신참내기와 분명히 다르다.


하지만 이들은 30년의 세월을 통과한 전문가를 상대로 모두 이길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남들보다 빠르게, 숨겨진 의미를 쪽집게처럼 찾아내는 '스트레이트'를 탑재했다.


물론 우리는 '[단독]'을 붙이지 않는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고, 우리의 기사는 대부분(?) 남들보다 빠르다고 자부한다. 굳이 이를 홍보해 뉴스의 가치를 다시 되짚어볼 필요가 없다. 우리는 수백여마리의 새장에서 눈에 띄는 '공작새'가 될 것이다. 발이 늦은 '앵무새'는 사라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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