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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판교경제학자 Sep 21. 2022

인구 절벽과 도시 소멸, 산업 붕괴가 부른다

1차 산업(농업, 광업) -> 2차 산업(제조업) -> 3차 산업

#1 인구감소 시작

2021년부터 우리나라 인구는 감소하기 시작했다. 2020년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앞서는 인구 자연감소가 처음으로 시작되었고, 2021년에는 코로나19의 장기화 속에 외국인의 유입마저 멈추면서 총인구 감소가 처음으로 시작된 것이다. 오래전부터 미래의 일이라 여겨져 왔던 '인구절벽'이 마침내 현실화되었고, 앞으로 인구 감소 속도와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은 해가 갈수록 더해질 전망이다.


https://www.yna.co.kr/view/AKR20211209085551002



#2 지방은 이미 인구절벽 시작한 곳이 다수

2021년부터 인구감소가 시작했다는 말은, 그동안 우리나라 인구는 꾸준히 증가해 왔다는 말이다. 그러나 지방 도시들은 훨씬 이전부터 인구가 빠지기 시작해 왔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붉은색으로 표시된 수도권과 일부 광역시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지역에서 인구 감소가 시작되었고, // 기준으로는 151곳의 지자체에서 인구 감소가 진행되어 왔다.

https://m.kmib.co.kr/view.asp?arcid=0016373875


#3 김제·태백·나주·상주·삼척시 정점 대비 50% 이상 감소

지방 도시 중에서도 인구 정점 대비 50% 이상 감소한 곳도 여러 곳이다. 김제, 태백, 나주, 상주, 정읍, 문경, 남원, 삼척 등 제법 이름 있는 지방의 도시들이 한때 최대 20만 명 이상의 규모에서 10만 명 이하로 인구가 감소되었다.



#4 '코리아 텍사스'로 불렸던 광업도시 태백시 사례

인구문제가 하루 이틀이 된 문제가 아닌 만큼, 언론에서도 <인구절벽 >, <지방소멸> 등등의 테마로 뉴스를 연례행사처럼 다루어왔다. 마침 이번 주에도 지상파에서 태백시의 인구 소멸 위기 사례를 다루었다.

2022.9.13 SBS 8시 뉴스


인구문제를 다루는 어느 뉴스처럼 똑같은 레퍼토리다.

 과거 전성기 소환('한때 사람과 돈이 넘쳐났지만'), 지금은 휑한 거리 풍경

'왕년에 말이야(라떼는)'로 시작되는 오래된 지역 주민의 인터뷰

지자체 관계자의 코멘트

기자의 클로징 "지방은 소멸하고, 수도권 집중은 심화"



#5 수도권 인구 집중의 이면 : 산업전환

인구 소멸을 겪고 있는 지역 도시들은 제각각 나름의 이유들이 있겠지만, 딱 한 가지를 꼽으라고 한다면 결국은 '산업전환'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농업과 광업 같은 1차 산업에서 제조업 혹은 공업이라 불리는 2차 산업으로의 산업화(공업화)를 거쳐서, 서비스업의 비중이 커지는 탈산업화(deindustrialization)가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디지털 전환이 벌어지고 있다.


1차 산업->2차 산업->3차 산업+4차 산업혁명
농수산업, 광업-> 제조업(공업)->서비스업+디지털 전환



#6 인구감소와 산업붕괴의 높은 상관관계

인구가 정점 대비 50% 이상 드라마틱하게 하락한 도시들을 1위~8위 순서대로 가져오면 아래와 같다.

김제시(-61.9%), 태백시(-59.0%), 나주시(-56.4%), 상주시(-56.3%),
정읍시(-55.4%), 문경시(55.4%), 남원시(-54.0%), 삼척시(-50.4%)


이들 인구 급감 도시들 전성기 시절에 농업이나 광업과 같은 1차 산업 주요 산업으로 가지고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 최대의 곡창지대 '김제평야(김제만경평야)'를 끼고 있는 김제시(1위)와 정읍시(5위)

'광업도시' 태백시(인구 감소율 2위), '남한 최초의 광산지대' 문경시(6위), '시멘트'의 삼척시(8위)

조선시대(산업화 이전) 전라도를 대표하던 나주(3위), 경상도를 대표하던 상주(4위), '춘향이'의 남원(7위)


한때 우라나라 주력산업이었던 1차 산업은 '석탄산업합리화', '저곡가 정책'  정부 주도의 산업정책이 작동하던 반세기 전부터 벌어진 '산업전환'으로 정점을 찍고 후퇴하기 시작했고, 1차 산업으로 흥했던 도시들도 주력 산업 함께 쇠락하기 시작. 60년대 이후 산업화(공업화) 본격화되면서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인구가 향하는 '이촌향도' 벌어지기 시작하였고, '저곡가정책' 등이 농산물 가격 억제-> 농업 수익률 저하-> 일자리 이탈 이어지면서 농업에서 공업으로의 일자리 전환이 일어났다. '석탄산업합리화' 조치 등으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광업도시들도 광산이 하나  문을 닫으면서 쇠락하기 시작하였다.


최근에는 1 산업의 대체했던 2 산업도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쇠퇴하는 도시들도 나오고 있다. 산업화 이후 지역 일자리를 책임지던 제조업이 하나  서서히 경쟁력을 잃기 시작하면 서다. 조선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거제, 통영은 인구감소가 이슈화된   년이 지났고, 산업화 시대 남동임해공업지역의 핵심인 울산마저 제조업 쇠락으로 인구  유출에 이어 코로나19 이후에는 자연감소가 시작되며 인구절벽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요컨대, 산업이 붕괴되면, 일자리가 없어지고, 이것이 나라 전체의 인구증가 속에서도 일부 도시에서는 인구가 급락한 핵심 이유라고 할 수 있다.


#7 산업 전환은 소득 증가와 함께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일

일부 도시의 인구 급락을 불러온 산업의 전환은 정부의 정책 탓이 아니다. 정부 주도의 산업 정책이 없었더라도 국민소득 증가, 글로벌 시장 통합 등으로 속도의 차이가 있었을지언정 자연스레 벌어졌을 일이었다.


국민소득 1만 불은 농업만으로 달성하기는 힘들고, 2만 불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수출 경쟁력에 기반한 글로벌 시장 진출이 없으면 안 되었고, 이른바 선진국 문턱의 기준이 되는 국민소득 3만 불은 글로벌 기업, 고소득 전문서비스업에서 만들어내는 고소득 일자리가 없으면 달성하기 힘들다. 여기에 이른바 'K팝', 'K무비', 'K드라마' 등 한류 혹은 K컬처 열풍은 서비스업으로 분류되는 '콘텐츠산업'의 글로벌 진출을 통한 산업 확장과 소득 창출이라고 볼 수 있다.


#8 최근 10년 사이 인구가 50배 폭증한 판교

반면, 신산업이 성장하는 도시는 인구가 유입되면서 빠르게 증가하기도 한다. 가장 극적인 사례는 한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며, 디지털 전환의 대표적 기업들이 밀집된 판교 신도시다.


판교 신도시는 경기도 성남시의 백현동, 삼평동, 판교동, 운중동 등 4개 행정동에 걸쳐서 조성된 신도시다. 2009년 1월 첫 입주가 시작되기 전에는 2000명대였던 인구가 최근에는 10만 명까지 늘어나면서 10년 사이 인구가 50배 폭증하였다.(아래 블로그 출처. 시간 관계로 인용하는데, 4개 행정동 인구 통계 더해서 구해보면 최근 인구까지 확인 가능할 것)

https://m.blog.naver.com/nrnews/222019161082


판교에 근무하는 모든 직장인들이 판교에 거주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생활인구(출퇴근, 교육, 여가 목적으로 거주지역 외에 위치하는 인구) 기준으로 판교가 창출하는 인구 규모는 50배 이상일 것이다.


(+2023.2.10 추가) 지방에서도 새로운 공단에 인구가 유입되면서 초등학교를 신설하는 경우도 있다.


#9 산업전환 : 수도권 선순환 vs. 지방 악순환

판교와 같은 극적인 사례가 수도권 전체에서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인구 양극화를 설명하는 가장 큰 요인을 꼽으라면 결국 산업전환이 자리 잡고 있다. 새로운 세대가 원하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도시가 수도권에 많은 반면, 비수도권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물론 단순히 일자리뿐만 아니라 주거와 생활인프라도 수도권이 비수도권에 비해서 풍부하다. 그렇지만, 결국 이런 인프라도 따지고 보면, 일자리를 찾아 모인 인구에 비례해서 더 투자를 많이 하게 된다. 또 더 높은 소득과 더 높은 삶의 질을 원하는 인구가 많을수록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체와 일자리도 더 많이 몰리게 된다.


공장보다는 대기업 본사, 전문직, 테크 기업 등이 몰려있는 수도권은 우리나라 주력 산업이 몰려있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청년세대를 포함하는 주력 세대들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몰려있는 곳이다. 좋은 일자리가 몰려 있으면, 여기에서 창출되는 소득이 소비로 이어지면서 주변 상권들도 성장하고, 도시가 더 크게 된다. 수도권은 이런 선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도시가 비교적 많은 편이고, 비수도권은 반대로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도시들이 많다.



#10 자연증가와 사회적증가, 국가인구 vs. 도시인구

간단하게 인구의 동학(시기별 증가와 감소)을 이해하는 키워드를 살펴보자.

- 자연증가와 사회적증가

인구는 출생자가 발생하면 늘고, 사망자가 발생하면 줄어든다. = 자연증가(출생, 사망)
인구는 해당 지역으로 유입하면 늘고, 해당 지역에서 유출되면 감소한다. = 사회적증가(전입, 이민 등 인구 이동)

- 국가인구와 도시인구

모든 도시 인구의 합 = 국가의 인구


도시인구의 합이 결국 국가인구지만, 인구 변화의 동인은 다르다. 출생자와 사망자로 인해서 인구의 자연증가가 나타나는 것은 도시나 국가나 동일하다. 그러나 도시인구에서는 자연증가 이상으로 사회적증가의 영향도 크다.


도시인구의 변화에서는 일자리, 교육 등으로 인한 인구 이동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큰 요인이다. 왕년의 광산도시나 현재의 판교신도시처럼 인구가 급변하는 배경에는 도시로의 인구 유출입이 크게 작용한다.


반면, 국가인구 차원에서 본다면 자연증가의 영향이 압도적이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와 같이 아직까지 이민이 제한적인 나라에서는 국가 안에서 인구가 이동하는 것에 비해서 국가 사이에 인구가 이동하는 국제적 이동의 비중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의 인구변화는 출생자 수와 사망자 수에 따른 자연증가의 영향이 크다.

국가 인구의 다수는 자연증가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정하는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정리 : 도시는 인구이동, 국가는 자연감소에 초점을

앞서 나온 10가지 단락들을 정리하면 이렇다.

- 2021년 우리나라 인구가 처음으로 감소하기 시작했지만, 지방의 인구감소는 이미 한참 전에 시작되었다.

- 극적으로 인구가 감소한 지방 도시들은 한결같이 주요 산업이 붕괴한 영향이 크다.

- 반면, 판교와 같은 신도시가 다수 포진한 수도권은 새로운 세대들의 선호하는 일자리가 다수 몰려있다.

- 도시인구와 국가인구의 동학은 다르다


결론의 방향은 우선 도시와 국가의 해법이 달라야 한다. 지방소멸과 국가 인구절벽은 겉으로 보이는 현상은 같아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르게 봐야한다.


도시 인구 문제는 한마디로 '먹고살기가 힘들면 살기도 힘들다.'로 정리할 수 있다. 적어도 도시레벨에서 보면 이는 매우 설득력이 높은 명제다. 산업은 자연스레 전환하기 마련이고, 세대도 전환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산업 전환에 잘 올라탄 도시는 새로운 인구가 유입 혹은 유지되면서 번성하고, 그렇지 못한 도시는 인구 유출이 가속화되며 쇠락한다. 따라서 도시 차원에서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은 생계의 토대가 되는 핵심 산업과 기업들을 얼마나 키우고 유치하느냐가 중요하다. 산업이 쇠퇴한 도시에서 출산장려금에 너무 많은 자원을 쏟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다.


반면, 국가인구의 감소 문제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국가차원에서는 문제의 양상이 다른 만큼 다른 해법들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다음 글에서 더 자세히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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