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과 규제, 그리고 일자리
"택시 수요의 61%는 밤에 몰린다"
'카카오택시 이용자 92.0%가 평점 5점 만점을 부여한다'
'카카오택시 기사의 66.8%가 카카오 택시의 만족스러운 점으로
"손님의 목적지를 미리 파악해 운행 관리를 할 수 있다."를 꼽았다.'
(카카오택시 효용가치 보고서, 2016년 6월 30일)
카카오택시 2년, 택시 잡기가 더 힘들어졌다
(조선, 2017년 4월 6일, https://goo.gl/u1T1Rj)
"아가씨 거긴 왜 가" 섬뜩한 택시…신고해도 무법질주
(머니투데이, 2017년 4월 7일, https://goo.gl/NmiEsE)
"고령 택시 운전기사…'안전' vs. '역차별' 논란"
(연합뉴스, 2017년 2월 26일, https://goo.gl/JHvCs3)
"우버는 혁신으로 훨훨 나는데.. 국내기업 '규제 족쇄' 여전"
(파이낸셜뉴스, 2017년 2월 13일, https://goo.gl/ZLtbcD)
"우버 양성화하면 택시 권리금 6조원 폭탄 터진다"
(조선비즈, 2015년 3월 3일, https://goo.gl/vWc1UL)
우리의 일상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서비스업인 택시는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택시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의 충돌이 택시 서비스의 공급과 수요 조건을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 살펴보면, 우리 산업 전체로 확대 적용하여 조망해 볼 수 있다.
택시업은 <관할 공무원>-<택시사업자>-<택시기사>-<모빌리티 온디맨드(ex. 택시 앱)>-<고객> 등의 이해관계자들이 있다.
기본적으로 택시 서비스의 공급 side에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등을 기반으로 택시운송사업자의 허가, 관리, 운영 등 택시 서비스의 공급자를 선별, 감독하는 <관할 공무원(관청)>이 있고, 관련 규정에 부합하는 자격을 구비한 법인이나 개인이 택시 면허를 취득한 <택시사업자(일반, 개인)>가 있으며, 이러한 면허를 바탕으로 실제로 택시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택시기사(법인, 개인)>가 있다. 부가적으로 <콜택시> 서비스처럼 고객과 택시기사를 중개하는 서비스가 존재한다.
이러한 공급 구도에 '카카오 택시', '우버' 등으로 상징되는 운송 온디맨드 or O2O 서비스가 가세한 것이 최근의 상황이다.
둘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어떤 구도하에서 고객은 '호갱'이 되고 마는가?
핵심은 <평판 시스템>과 <탄력요금제>이다.
승차거부 등의 택시 서비스에 대한 불만은 서울의 경우 '다산 콜 센터' 등에 신고하거나 교통담당 공무원이 단속에 나서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서비스의 질을 정부(지방정부)가 관리하고, 가격(요율)도 규제에 의해서 결정하고 있다. 반면, 우버는 민간기업이다. 그들의 서비스 공급은 알고리즘 의해서 실시간 조정된다. (절대 우버가 좋다고만 얘기하려고 언급하는 것이 아니다. 공급의 혁신, 소비자의 경험 개선을 막고 있는 상황에 대한 설명을 하기 위함이다.)
아래는 정리가 안돼서 그냥 퀵으로 써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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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비스의 질이 좋아지는지는 것은 고객의 만족 등 소비자 후생이 개선되는 것이고, 또한 택시 서비스의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2.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공급자가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유인(incentive)이 있어야 한다.
3. 현재 우리의 택시 서비스는 법령과 관할 관청에 의해서 큰 틀이 결정된다. 가격(요율)이 법적으로 규정되어 있고, 택시 면허가 관할 관청의 판단에 의해서 결정되며, 승차거부와 같은 택시 서비스의 결함은 관련 공무원의 단속 등을 통해서 관리된다.
4. 이러한 상황에서 택시기사는 여러 가지 이윤 극대화 전략을 취하게 된다. 불법적으로는 택시미터기를 조작하거나, 일부러 먼길을 돌아서 바가지요금을 씌우는 것이 있을 테다. 해당 문제에 대해서 국토교통부는 택시미터 검정제도를 통해서 대응하고 있으며, 바가지요금에 대해서는 단속과 신고제도를 통해서 대응하고 있다.
5. 위와는 달리 다소 합법적이고, 일반적인 이윤 극대화 전략이 있는데, 이른바 '승차거부'다. 최대한 멀리, 최대한 다음 손님을 태울 수 있는 목적지로 가는 손님을 가려 받는 것이다.
6. '승차거부'를 막기 위해서는 공무원이 단속하거나, 고객의 신고가 있어야 하지만, 우리 모두가 잘 알다시피, 완벽한 단속을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행정비용이 발생하고, 고객의 불만을 다산콜센터 등으로 신고하는 것도 실효적으로 기사의 제재에 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7. 현행 택시 공급은 관할 관청이 '경쟁을 촉진할 필요가 있거나 택시의 공급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에 한하여 택시 신규면허를 발급하며, 단속에 걸리거나 신고가 접수되어 과실이 확인될 경우 퇴출된다.
8. 정부(국토부)와 택시 업계는 전국 택시 25만 대 가운데 20%인 5만 대가 과잉 공급됐다고 보고 택시발전법에 따라 지자체별로 택시 감차 사업 계획을 수립해 줄여나가는 형편이지만,
9. 정작 소비자들은 필요할 때 택시를 못 타거나 승차거부를 당하는 상황이다. 공급이 과잉일 때는 일반적으로 수요자가 '갑'이 되는 구도가 되지만, 언제나 택시 손님은 '을'의 지위에 오를 경우가 많다.
10. '우버'와 같은 '모빌리티 온디맨드' 서비스는 이에 대한 대안적 '수단'을 제공해 준다. 필요할 때 앱으로 간편히 부를 수 있고, 미리 등록한 결제수단으로 'in-app 결제'가 가능하며, GPS로 실제 이동 거리 등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일단 일단 차치하자.
11. '우버'는 택시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궁극적인 가치, 즉, 개인들에게 공간과 공간 간의 물리적인 이동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보다 유연(flexible)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해준다.
12. GPS로 수집된 <택시 기사>와 <손님>의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수요와 공급의 지리적 불일치를 매칭 해주고, '택시미터기'가 하지 못하는 이동경로, 최적경로, 예상 요금 등의 정보까지 추가적으로 제공해 준다.
13. 무엇보다 '우버'의 별점 평판 시스템은 기사가 손님에게 '친절' 등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해 준다. 평판 시스템이 없는 택시 서비스는 역전 식당과 같이 택시기사와 손님이 항상 '1회성 게임'을 하는 양상이라면, 평판 시스템은 이것을 '반복 게임'이 되도록 해준다.
14. 보통 역전 식당은 맛집이 아닌 경우가 많다. 비슷한 메뉴를 가진 식당이 그냥 줄지어 있는 상황에서 지나가는 손님이 처음으로 들리는 경우가 많다. 손님도 특별히 기대하지 않고 기본적인 끼니 해결을 위해서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역전 식당은 손님의 재방문(단골손님)을 위해서 상대적으로 노력할 유인이 낮은 것이다. 역전 식당은 맛, 친절 등에 대해서 별다른 신경을 쓰기보다는 재료비나 인건비를 아껴서 이윤을 극대화하려고 할 것이다. 그것이 역전 식당들의 우월 전략이다.
15. 그런데 만약, 요즘처럼 블로그 등을 통해서 좋은 맛집에 대한 추천이나 맛없는 집에 대한 비추에 관한 정보를 알 수 있으면, 소비자는 역전 식당에서 밥을 먹어보기 전에도 해당 서비스의 질에 대해서 일정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 본인이 직접 방문한 적이 없어도 이전에 방문해본 사람의 후기를 통해서 사전적으로 정보를 획득하게 됨으로써 '재방문'의 효과를 얻게 된다.
16. 이제 역전 식당의 갑질을 가능하게 했던 '1회성 게임'의 양상은 '반복 게임'의 양상으로 바뀐다. 한 번도 방문하지 않은 다수의 손님이 이전에 방문한 손님처럼 식당의 서비스질에 대해서 정보를 공유하고 있음에 따라 '호갱'이 점점 줄어들게 된다. 역전 식당은 옆집보다 조금이라도 더 맛있는 국밥과 친절한 응대를 위해서 노력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서비스의 질을 개선한 식당은 매출을 회복하고, 그렇지 못한 식당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간판을 내리게 된다.
17. 평판 시스템이 없는 <택시 기사>와 <손님>의 관계도 <역전 식당>과 <손님>의 관계와 유사하다. 수천~수만 대의 택시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영업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떤 <택시>는 어떤 <손님>에게 지나가면서 들리는 그냥 그런 택시일 뿐이고, 반대로 어떤 <손님>은 어떤 <택시>에게 그냥 그런 <손님> 일뿐이다. 간혹 급할 때, <따블>을 외치며 '특정' 택시를 잡는 '특정' 손님이 있기는 하지만 현행법 하에서 불법이다. 즉, 'Any'가 'Certain'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18. <택시 기사>가 친철하든 불친절하든 요금은 변하지 않는다. 둘 사이는 정해진 요율에 맞추어 목적지에 안전하고 빠르게 이동하면 되는 관계이다. 오직 멀리 가는 손님, 또 다른 손님이 많은 곳으로 가는 손님이 좋을 뿐이다.
19. 이러한 구도가 <승차 거부>를 만들어 낸다. <택시 기사>는 정해진 시간 안에 최대한 '돈 되는' 손님을 태워서 요금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다. 언제 또 볼지도 모르는 어떤 손님을 위해서 특별히 호의를 베풀 이유가 별로 없다. 돈 안 되는 손님을 향한 나의 호의나 친절은 약삭빠른 다른 택시 기사에게 기회를 줄 경우가 태반이다. 경력이 쌓인 택시기사는 <불친절>이 우월 전략임을 알게 된다.
20. 이러한 <불친절>한 택시기사를 맞아 가까운 거리를 가거나 외진 곳에 가야 하는 <손님>은 <택시 기사>의 눈치를 보면서 비위를 맞추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마치 암묵적인 룰처럼 때로는 손님이 돈을 내고 기사의 비위까지 맞춰줘야 한다. 갑과 을의 전형적인 양상이다.
21. 한국판 우버라고 소개되기도 하는 <카카오 택시>는 이 지점에서 완전히 우버와 갈린다. 우버는 평판 시스템이 작동한다. 불친절은 기사에게 낮은 평점이 쌓이게 만들고, 궁극적으로 퇴출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카카오 택시>는 평점을 집계하고 있지만, 실제로 적용하고 있지는 않다.
22. 카카오 택시 효용가치 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 택시 사용자의 92%가 별점 5점을 기사에게 부여하고 있다고 한다. 2015년 4월부터 2016년 6월까지 평균 평점은 2015년 4월의 4.73에서 2016년 6월의 4.81까지 꾸준히 높아졌다. 이러한 추이가 실제로 카카오 택시 이용자들의 기사에 대한 만족도를 반영한 측면이 있을 수 있지만, 92%가 5점 만점을 부여한 결과는 이 시스템이 정상이 아니라는 추정을 가능케한다. 다시 말하자면, 그냥 습관적으로 5점 만점을 부여한다는 의미이다.
23. 평점이 좋든 나쁘든 기사에게 실제로 페널티로 적용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우버나 에어비앤비 등 여타 온디맨드 서비스에서 서비스의 질을 결정하는 것이 이러한 평점 시스템이지만 <카카오 택시>는 그것이 적용되지 않는다.
24. <카카오 택시>가 우버가 또 갈리는 지점은 <탄력요금제> 유무 여부이다. 우버는 택시 서비스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요금(가격)을 변동시켜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조정한다.(알고리즘에 의한 담합 논란은 부차적인 것이다.) 스마트폰의 '앱 미터기'를 통해서 가격을 유연하게 결정할 수 있다. 부가적으로 앱을 통해서 결제와 영수증 수령까지 할 수 있다.
25. 반면에, 카카오 택시는 조작이 엄격하게 금지된 택시 미터기(오프라인)에다가 자동결제도 안된다. 택시업으로 규제받지 않는 카카오 블랙은 자동결제가 가능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가 접하는 카카오 택시는 자동결제가 안된다. 규제 때문이다. (모든 규제가 나쁘다고 오해하진 말자)
26. 과거의 택시가 우리나라에 본격 도입되기 시작할 때 마련된 택시산업 규제의 틀은 계속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27. 만약, 규제를 넘더라도 택시업의 혁신은 또 하나의 장애물을 만나게 된다. 이른바 '생계'(때로는 골목상권 침해라고 불리기도 한다.) 문제이다.
28. 우리 경제는 사회 안전망이 제대로 구축되지 못한 상황이다. 한 일자리에서 나오게 될 경우 실업 상태에 대한 소득 지원이 많지 않고(특히나 택시 같은 직종에는), 다른 일자리로의 이동을 위한 지원(교육, 취업 알선) 등의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에 대한 지출도 많지 않은 편이다.
29. 그런 상황에서 농업, 제조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빠르게 진행되어 오기도 했다(물론 일시적으로 제조업 종사자수가 늘어난 시기도 있었다).
30. 여러 서비스업이나 특히나 자영업 같은 일자리가 이러한 실업 충격을 일종의 사회안전망 마냥 흡수해 온 경향이 있다.
31. 택시 같은 직종도 대표적이다. 개인택시는 엄청난 권리금이 걸린 자영업이다. 서울, 인천, 경기도 26개 시에 등록된 개인택시의 권리금은 총 6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엄청난 이권이 걸려있다.
32. 법인택시(기사)는 진입장벽이 낮은 직종이다. 누구나 언제든 쉽게 진입할 수 있으니 일종의 일자리 보루 역할을 담당한다. 은퇴한 노인에게는 용돈 벌이용 일자리가 될 수도, 누군가에게는 당장의 생활비를 위한 생계수단일 수 있다.
33. 택시업에 걸린 이러한 이해관계는 택시업의 혁신을 장려하지 못하는 걸림돌이 된다. 엄청난 사람들의 생계와 재산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경제적 문제이자 정치적 문제이다.
34. 불친절한 기사의 퇴출까지 연결될 수 있는 <평판 시스템>이나, 택시미터기를 핵심으로 규제되는 택시산업에 있어서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탄력요금제>는 단순히 하드웨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산업의 정의와 규제를 바꾸는 큰 변화를 야기한다. 공공교통수단에 가까운 택시의 자유로운 요금 채택은 공공성과 시장성의 충돌 문제도 야기한다.
35. 순환 보직, 선거 등의 한정된 임기 상황에서 눈치를 봐야 하는 공무원들은 이 문제를 크게 만들 유인이 낮다. '우버 X' 같은 것을 합법화했다가 엄청난 사회적 저항이 뻔하기 때문이다. 보직 임기 기간만 잘 넘기거나 유권자의 눈치만 잘 보면 되는 것이다.
36. 택시업은 결국 'status quo'라는 균형 상태에 머무르게 된다. 즉, 정책입안자는 기존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자 하고, 정부는 이를 기반으로 혁신 사업자의 시도를 불법화하며, 택시 기사는 권리금과 소득원을 유지하고자 한다.
37. 이러한 구도하에서 <카카오 택시>는 단순히 <콜택시> 정도의 역할밖에 수행하지 못한다. 또한 고객이 입력한 '목적지' 정보는 "앱 미터기"의 입력값으로 활용되기도 하지만, 더 크게는 <기사>의 <승차 거부> 능력을 더욱 강화시켜준다. 즉, 갑질이 더욱 쉬워지는 것이다.
38. 실제로 카카오 택시 효용가치 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 택시 기사의 66.8%가 카카오 택시의 만족스러운 점으로 "손님의 목적지를 미리 파악해 운행 관리를 할 수 있다."를 꼽았다.
39. 우버와 비슷하다는 <카카오 택시>가 도입되었지만, 정작 소비자 후생에 미치는 영향은 우버와 반대로 나타나게 된다. 물론 일부 이용자의 경우 택시 잡기가 예전보다 더욱 수월해질 수는 있다. 먼 거리를 주로 이용할 경우가 주로 해당되겠다. 그렇지만 그런 특수한 경우를 가지고 <카카오 택시>의 효용을 논할 수는 없는 일이다.
40. 우리 경제가 직면한 많은 문제들은 이러한 <택시업>이 직면한 딜레마 상황에 빠져있다. 즉, 서비스의 개선을 위해서는 '혁신'이 필요하지만, 그로 인해서 발생하는 부작용은 사회 안전망 등으로 흡수되지 못하고, 정치적 이슈가 된다. 문제는 정치적 이슈를 피해서 단기적으로 서비스의 질은 현상유지될 수 있다.
41. 그러나 장기적으로 서비스의 질이 개선되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을 경우에는 우리 산업 자체가 도태될 수도 있다. 지금처럼 인터넷을 통해서 서비스가 원격 공급될 수 있는 시대에는 더 그렇다. 예컨대, 해외는 무인택시가 거리를 활보할 때, 우리는 미터기 달린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 시대에 머물러 있을 수 있다. 그러다가 마치 '아이폰 쇼크'처럼 단번에 산업 전체가 충격을 받을 수 있다.
41. "무인택시"가 마냥 좋다는 의미가 아니다. 산업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어야 그 일자리도 보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택시'에 배분된 자원이 다른 산업으로 배분되어 사회 전체적으로 나은 모습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50년 전처럼 근로자의 절반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회를 꾸준히 유지하는 사회가 과연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을까? 농사짓던 아버지가 아끼던 소를 팔아서 자식을 대학을 보낸 이유가 가업을 잇기 위함은 아니었을 것이다.
42. 논쟁 중인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창한 말을 쓰지 않더라도 우리 경제는 정보통신기술에 의한 충격을 꾸준히 받아 왔다. 위의 운송 혁신을 상징하는 <우버>, <카카오 택시>가 그 예이다. 영화 <카트>는 바코드 등 유통혁신을 상징해 왔던 '대형마트'의 비정규직을 다루고 있다. <콜센터> 상담원의 감정노동 문제는 이미 진행 중인 사회 이슈이고, B2C 전자상거래와 땔 수 없는 <택배기사>의 처우 문제 또한 익숙하게 보아온 이슈이다.
43. <왓슨>은 당장 콜센터 일자리의 상당수를 자동화할 수 있고, 웬만한 <의사> 일자리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고>는 수많은 계산대 일자리마저 집어삼킬 기세다.
44. 핀테크만 보더라도, 이미 선진국 금융기관은 고급 인력인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등을 AI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이제야 1호 기업이 나오는 <인터넷(전문) 은행>이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목 좋은 위치에 자리한 수많은 은행 지점이 사라져야 하고, <로보 어드바이저>가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인력들이 사라져야 한다.
45. 정보통신기술이 점점 더 일반목적 기술이 되면서 <택시업>과 같은 이해관계자 간의 충돌이 거의 모든 산업에 확장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는 상황이다. 혁신과 일자리간의 딜레마 상황에서 어떻게 이 갈등을 조율해서 더 나은 균형으로 나아갈 수 있을는지가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