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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판교경제학자 Sep 20. 2017

<구글 번역기>는 우리의 지능을 퇴화시키나?

우리는 자동차의 작동 원리를 알고 운전하고 있는가?

재미있는 위 칼럼을 보고 나니, 미래 전망이 정말 중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더 하게 된다. 특히, 교육처럼 당장의 효용보다는 미래를 위해서 장기간 '투자'하는 분야에서는 그 투자의 리턴이 발생하는 시점에서 효용이 있는 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미래 전망은 중요한 것 같다. 간단한 예로, 초등학생이 줄어들 것이 뻔하게 전망되는데, 초등교사의 수를 조절하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에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인력의 수뿐만 아니라 교육의 질과 수준도 미래 전망에 맞지 않는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과연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는 <기술>에 대한 우리의 의존도 혹은 아웃소싱 정도를 어느 수준에서 결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질문이다. 인공지능이 우리 일상에 광범위하게 적용된다면, 우리의 지능은 퇴화할 것인가? 혹은 우리의 생각은 쓸모가 없어지는가?


칼럼의 제목에도 있듯 "왜 번역기 쓰면 안 돼요?"라는 질문에 칼럼의 필자는"사용자가 도구의 작동 원리를 배우고 익혀야 나중에 더 효과적인 도구를 만들어내어 쓸 수 있다. 도구가 똑똑해지고 강력해질수록 그 도구를 만들고 사용하는 사람이 제대로 알아야 현명하게 도구를 쓸 수 있다."라는 답을 한다. 그런데 우리가 이용하는 수많은 도구의 작동 원리를 우리가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는지 혹은 알고는 있는지 의문이다. 나아가서는 우리가 하던 것을 기계에 넘기는 것, 즉, 자동화로 우리의 어떤 능력이 퇴화되는 것은 나쁜 것인가?


쉬운 예로 세탁기 때문에 세탁 요령을 잃어버리는 것('퇴화')은 이상한가? 가사는 시장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니 '운전'으로 예를 바꾸어 본다면, 운전자(driver)가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에 의존하는 것은 이상한가?


힘이 부족해서 '파워핸들'을 이용하고, 기어를 잘 못 다뤄서 '오토매틱'을 이용하고, 길을 잘 몰라서 '내비게이션'을 이용하고, 후진을 잘 못해서 '후방카메라'를 이용하고, 주차를 잘 못해서 '자동 주차시스템(SPAS)'을 이용하고, 차선을 잘 못 지켜서 '차선이탈 경보시스템(LDWS)'을 이용하고, 운전을 할 줄 몰라서 '택시'를 이용하고, 운전을 하기 싫어서 '자율주행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 이상한 것인가?


'Human-Machine Interaction'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현재의 '자동차'는 사람의 역할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언번들링'되고 있다.


위 질문은 우리가 도구를 어떤 목적으로 이용하느냐에 따라서 답이 달라질 수 있다.


자동차를 생산하거나, 자동차 관련 서비스에 종사하는 사람은 자동차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 회사의 엔지니어는 동역학, 제어공학에서부터 도로의 노면, 신호체계 등등을 깊이 이해해야 할 테다. 정비소의 엔지니어도 마찬가지고, '발레파킹 주차요원'은 구식 수동 차량까지 안전하게 주차할 줄 알아야 하니 운전자 지원 시스템이 없어도 운전할 줄 알아야 할 테다.


그런데, 단순히 어떤 공간에서 어떤 공간으로 이동하기 위해서 어떤 vehicle를 이용해야 한다면, 우리는 굳이 우리의 운전실력이 퇴화할 수는 있을망정 '운전 지원 시스템'의 편리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돈을 더 주면서 '옵션'을 차량에 추가하는 이유일 것이다. 생활 필수재에 가까운 자동차라는 도구를 이용하는 우리 다수는 자동차의 작동원리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 자문해 본다면, 자동차의 작동원리를 모두가 다 알 필요가 없다는 것은 금방 알 수 있다.


다시 칼럼으로 돌아가면, 어디서든 인터넷 접속이 거의 보장되는 시대에 "번역기를 쓰는 게 왜 안 좋은 것인가요?"라는 질문에 불어불문학과 교수는 한번 더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학생들이 불어불문학과를 통해서 배운 지식을 사회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이며, 어떠한 도구를 이용할 것인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과거의 교수법이 시대착오적인 것은 아닌지 혹은 불어불문학과라는 학문이 바뀌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보아야 하는 것이다.


한편, "자동번역 시대에도 번역기의 결과물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은 여전히 소중한 능력이 될 것이다."라는 것도 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이 대세가 되고 있는 시대에 맞는 말인지도 조금은 의문이다. 미래에도 '번역기의 결과물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정말 중요할까? 그러한 능력은 어떻게 보면, 기계의 '지도 학습'을 위한 '데이터 라벨링'에 그치는 능력일지도 모른다. '가치' 마저 판단하는 '머신'이 나온다면, 금방 자동화될 수도 있다. (안 그러면 좋겠지만...) 그런 상황에서 우리의 두뇌(몸)는 인공지능(로봇)과의 Interaction에서 얼마나 중요성을 가질까? 현생 인류와 같은 인류가 반드시 최선의 형태인지도 한번 자문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100년 전에 나온 자동차(自動車, Automobile)가 사람의 '다리'가 아니라 연료를 태워서 나오는 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전환하는 엔진으로 스스로 움직이는 물체를 지칭했다면, 멀지 않은 미래에는 사람의 '두뇌'가 아니라 기계 스스로 판단하는 자율주행차(Autonomous Car)가 'Automobile'의 대명사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시대이다. 다시 말해서, 당연했던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당연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들이 당연해지는 시대다.


SF 소설 속의 이야기들이 금방 금방 현실이 되는 시대에는 '칼럼'도 조금 무리해서라도 '상상력'이 더 가미될 필요가 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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