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의 출국

오사카-교토 여행 보고의 건-(1)

by 이재훈

2019년 혈육과의 전역 기념 홍콩 여행 이후로 약 6년 만의 출국이었다. 가본 적도 없는 이웃나라의 감성에 대해서 입으로만 떠들고 소비하기 바빴는데, 더 늦기 전에 여권에 도장을 남길 수 있어서 무지무지 다행이었달까.

우와 비행기다.

비행기를 처음 타 본 것은 아닙니다만. 그저 탁 트인 활주로에서 비행기에 직접 오르는 것이 처음이라 너무 신기했을 뿐. 그리고 나의 손꾸락을 따라가면 이륙 중인 비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여하튼 너무너무 설렜던 출국의 현장.


직역의 함정.

간사이공항에 도착. 2 터미널에서 1 터미널로 이동하는 셔틀버스 안. 한국 관광객이 엄청 많아서 어딜 가든 어렵지 않게 한국어를 발견할 수 있으나, 직역의 함정으로 인해 이런 재밌는 현상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모토무라 규카츠 미도스지점.

숙소에 짐을 맡기고 첫 끼를 먹으러 도착한 ‘모토무라 규카츠 미도스지점’. 말로만 듣던 ‘나. 마. 비. 루’를 입안에 가득 머금고 목구멍 안으로 쏙 집어넣은 순간. “아! 다르다.” 진짜 한국에서 먹었던 맥주랑은 다르다.


일본만만세가 아님을 어필하고자 구태여 설명하자면 너무 부드럽다. “넘기면서 목이 따가운 느낌보다는 내 식도를 부드럽게 적시면서 흐른다.”라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다. 짝꿍과 함께 한 첫 식사는 너무너무 성공적.


야키소바와 훼미리마트.

훼미리마트. 패밀리마트보다는 훼미리마트라고 해야 정겹지 않나. 꼭 마시고 싶던 복숭아물을 발견 못해서 아이스크림 하고 음료수를 사서 맛보구, 숙소 돌아오는 길에 야키소바를 포장해왔다.(솔직히 좀 짰다) 그리구 기절하듯이 2시간을 잤다나 뭐라나.


복숭아물 스고이.

2시간을 기절 후, 주린 배를 부여잡고 저녁을 먹으러 도톤보리로 향하던 중 발견한 복숭아물. 이프로 맛이었다. 그렇게 달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여행 중 길거리를 걸을 때, 일반 생수를 마시지 않고 복숭아물이나 녹차, 보리차 종류만 사서 들고 다녔던 것 같다.


뭔가 일본까지 와서 생수 마시기에는 손해 보는 느낌이었달까. 하나라도 더 경험해보고 싶어서 짝꿍과 암묵적으로 합의한 사항.


착각해서 들어간 ‘카미나리 스시’.

주린 배를 부여잡고 간신히 도착한 곳은 일본의 스시집. 아마 원래 가려고 했던 곳이 ‘타치스시 마구로’였던 것으로 아는데 지도를 보고 걷던 짝꿍이 홀린 듯이 ‘카미나리 스시’ 간판을 보더니 여기다! 하고 들어가 버린 것이 아니겠나. 둘 다 들어오고 나서야 “여기 어디야 “ 했던 곳이지만, 꽤나 맛있게 먹은 곳.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짝꿍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스시는 잘 모르겠습니다. 스미마셍.


솔직히 더웠다. 걱정했던 비는 안 왔지만, 습도가 몸의 에너지를 실시간으로 앗아가는 느낌이었다.


글리코상과 도톤보리.

말로만 듣던 글리코상도 봐서 좋았는데, 저 옆의 ‘제떼리아‘도 가볼껄 그랬다. 롯데리아랑 똑같은 거라는데 아직도 아른거리네. 그리고 도톤보리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진짜 사람을 넘으면 사람이 나오고 또 넘으면 사람이 나오고 또 사람이 나온다. 너무 길게 머무르면 에너지가 바닥날 것 같아서 짝꿍과 도망쳐 나왔다.


오사카 3대라면 킨류. 갓류.

오사카의 3대라면이라는 킨류 라멘. 한국인이 설립한 것이 아닌가 합리적 의심이 드는 킨류 라멘의 토핑. 원래 여행 일정에는 없었지만, 약간은 느끼했던 스시와 사람에 치인 에너지를 달래보고자 홀린 듯이 들어왔다.


치명적인 단점은 실내 좌석이 없어서, 땀을 줄줄 흘리면서 라면을 먹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김치와 파를 너무 많이 넣어서 먹었더니 짝꿍이 하루종일 파냄새 난다고 놀렸다. 돈독한 관계를 위해서는 적당히 넣어서 드시길.


족발로 추가 육수를 우려내보았다.

그리고 이건 여담인데, 킨류 라멘 맛있게 먹다가 국물을 발에 쏟았다. 다행히 뜨겁지는 않았지만 바지와 샌들에 돈코츠 육수를 한바가지 흘려서 웃프게 길거리 한복판에서 재정비를 하는 모습을 담아보았다. 이런 기억들이 여행지에서 더 오래 남는 거 아시죠?


나름 여유롭게 일정을 짰다고 생각했는데, 짝꿍도 나도 100퍼센트의 컨디션으로 여행을 시작한 게 아니었고, 더위와 사람에 지쳐서 터덜터덜 숙소로 돌아왔다.


싸우지 않기 위해 약속한 ‘서로에게 존댓말만 쓰기’는 너무 오글거려서 애진즉에 포기했음에도, 서로를 배려해준 우리가 너무 대견하고 소중한 첫째날이었다.


고마워 내 짝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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