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동시에 동반 퇴사, 그리고 세계여행인 이유
세계여행을 떠나야겠다
'넓은 세상에서 많은 걸 배우고 돌아와라',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많이 얻고 와라'.
많은 걱정과 조언을 받았다. 다채로운 세상을 경험하며 성장해나가는 성취의 즐거움도 물론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세계여행을 떠나고자 마음을 먹은 이유는 이것이다.
나의 젊음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내 앞에 놓인 인생의 타임라인을 계속 따라가다 보니 가지게 된 '결혼', '직장인', 그리고 곧 다가올 '30대'라는 수식어가 '젊음'을 완전히 대체해버리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딘가 간지럽게 남아있는 미련이 계속해서 사라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무엇보다 내 간지러움을 참을 수 없게 만든 건 언젠가 가질 수도 있을 '엄마'라는 수식어다. 내 젊음을 최선을 다해 누리는 것이 그 수식어를 가질 수 있는 전제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올해 6월, 나의 가치관을 애써 이해해주지 않아도 되는 사람과 결혼했다. 나보다 더 강한 자신만의 신념을 지녔고 본인의 삶의 진정한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사람. 그와 동시에 나를 주인공의 아내가 아닌 또 다른 주인공으로 만들어 줄수 있는 사람.
특히나 여름을 사랑하는 그 사람은 왜 여행을 선택했냐는 질문에 이런 이야기를 한다.
우리가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여름이 얼마나 남았을까?
올해로 34번째 여름을 맞이한 그가 앞으로 더 만날 수 있는 '건강한' 여름은 과연 몇 번이나 될까? 그 누구도 답할 수 없는 물음이었다. 자신조차 감히 예상할 수 없기에,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여름부터 온전히 누려보기로 했다.
두발로는 어려운 곳에서는 자전거를, 그 보다 넓은 여행지에서는 오토바이나 자동차로 길을 탐색했다. 강과 바다의 바람을 맞고 그 땅의 동식물들과 인사를 나누며 길을 지났다. 푸른 물 속 세상도 놓치지 않으면서. 겨울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자연의 일부로서 세상을 누려보기에는 여름만한 때가 없다. 우리는 드넓은 지도를 펼쳐 따뜻한 온기를 따라 여행을 다녔다. '자연'스럽게 말이다.
우선 퇴사를 해야 했다
우리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직장을 그만두어야 했다. 그래야 온전한 우리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에.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 큰 걱정도, 기나긴 고민도 없었다.
그냥 했다
같은 회사를 다녔던 나와 남편은 각각 3년 차, 5년 차의 직장인이었고 한국에서 가장 핫한 무대라 볼 수 있는 판교에 위치한 IT 스타트업을 다녔다. 우리는 그곳에서 일한 시간을 너무나 소중하게 생각한다. 우리의 인생과 가치관에 큰 변곡점을 만들어준 고마운 곳이였기 때문에. (우리를 만나게 해 준 곳이기도 하고.)
하지만 회사는 회사다. 단순하지만, 내 시간을 투자해서 얻게 되는 정해진 월급보다 내 시간을 얻을 수 있는 투자가 더욱 의미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 판단은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하기 어려울 거라는 걸 직감했다. 우리의 삶에 또 한번의 큰 변곡이 생겨날 수 있는 적절한 기회이기도 했고.
대 이직의 시대인 점도, 코로나로 인해 디지털노마드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진 점도 우리의 '그냥 퇴사'에 큰 도움이 되었다. 아무 걱정없이 넉넉한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과연 그런 여행이 존재할까 싶지만.) 우리는 일을 쉬는 것도 큰 부담이었기에, 여행을 다니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았다.
무엇보다도, 걱정보다는 긍정적인 상상이 머릿속의 대부분을 채우는 우리의 성향도 큰 몫을 했다. 그리고 그 상상은 어떤 방식으로든 현실이 된다. 여행을 떠난지 한 달 정도가 지난 지금까지도 별 탈 없는 여행과 남편의 유튜브 운영, 그리고 수익을 낼 수 있는 일들을 함께 해 나가고 있으니.
그리 멋지지도, 특별하지도 않다.
대단한 목표를 둔 것도 아니라는 걸 분명하게 말하고 싶다.
아주 단순한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