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면접관들은 당신의 국적에 관심이 없다

글로벌 인재보다 중요한 건 우리 회사에 맞는 인재

by Teddy

2022년 1월에 일본으로 갈 예정이었지만,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입국이 다시 막혔다. 결국 3월 중순이 되어서야 천신만고 끝에 일본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반년 이상 비워둔 사무실에는 연락이 거의 없었다. 현지에서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했다.


그렇게 연결된 곳이 '재일한국유학생연합회(한유연)'였다. 1982년부터 운영되어 온 단체로, 도쿄를 비롯한 관동 지방 주요 대학 유학생들이 활동하고 있었다.

보드진과 미팅한 결과, 유학생들의 가장 큰 관심사도 '취업'이라는 걸 확인했다. 순간 본능적으로 제안을 던졌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제가 가진 거라곤 이미 일본에서 근무하고 계시는 분들 인력풀이랑 예산밖에 없는데, 그룹 멘토링 한번 해볼래요?"


그렇게 2022년 봄, 다양한 업계에서 근무 중인 6명의 멘토를 모아 멘토링을 개최했다. 사람이 잘 모집될지 살짝 걱정은 있었지만 기우에 불과했고, 이틀에 걸쳐 총 60명이 노쇼 없이 참석했다. 도쿄 내 내로라하는 대학 학생들은 물론, 2시간이 넘는 거리에서 온 학생들도 있었다.


나도 참여하고 싶었지만 이벤트 홀더로서 조용히 뒤에서 지켜봤다. 이틀간 60명을 상대한 멘토들은 피곤해 보였지만 묘하게 흥분 상태였다. 이벤트를 잘 마무리하고 근처 이자카야에서 후기를 듣기로 했다.

건배를 하고 목마름을 채운 뒤 바로 물었다.


"구직자들 준비 상태가 전반적으로 어땠어요?"

IT 기업의 김태준 씨가 먼저 입을 열었다.

"진짜 양극화예요. 잘 준비된 친구들은 당장 엔트리해도 문제없고, 솔직히 제가 그때 그 정도로 준비 안 됐었거든요. 근데 반대로..."

그가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졸업 앞둔 4학년인데 자기 분석도 안 되어 있고, 가고 싶은 업계도 막연하고. 좀 심각한 케이스도 꽤 있었어요."


컨설턴트 박지영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리고 그런 친구들일수록 대화가 안 통해요. 조언하면 '아니, 근데요'로 시작해서 결국 본인이 처음 생각한 그 내용으로 돌아가더라고요. 답정너라고 해야 하나?"

게임 회사 법무담당 이수진 씨가 거들었다.

"저도요. '이렇게 준비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라고 하면 '근데 주변에 아는 형 말로는 이게 맞다고 하는데...'라고. 그럴 거면 뭐 하러 멘토링 온 건지 싶어요"

다들 비슷한 경험이 있었는지 쓴웃음을 지었다.


제조업체의 최민수 씨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신기했던 게, 몇몇 학생들이 본인이 '글로벌 인재'라는 걸 되게 강조하고 싶어 하더라고요."

"아, 그거!"

태준 씨가 무릎을 쳤다.

"저도 그런 친구 있었어요. '저는 일본에서 유학했고, 한국어 일본어 다 되고, 글로벌 마인드가...' 이런 식으로. 근데 솔직히 면접관 입장에서는 별로 어필이 안 되거든요."

"왜요?"

내가 물었다.

"그게 특별한 게 아니니까요. 일본 회사 입장에서 보면 유학생이든 일본인이든 그냥 지원자 중 한 명이에요. 국적은 진짜 관심 없어요."


지영 씨가 덧붙였다.

"맞아요. 유학생 중에 간혹 '글로벌 인재'라는 특별한 카테고리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근데 회사가 외국인 뽑는 이유는 '사내 다양성' 때문이지, 글로벌 인재니까 특별대우 하는 게 아니거든요."

수진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면접 지원 들어가서 느낀 건데, 한국인 타깃 채용이 아니면 그냥 일본인이랑 똑같이 봐요. 유학 경험은 참고사항일 뿐이에요."

"그러니까 오히려 역효과 날 수도 있겠네요?"

"네. '저는 글로벌 인재예요'라고 하면, '그래서? 우리 회사에 어떻게 기여할 건데?'가 되거든요. 결국 중요한 건 이 사람이 우리 회사에 맞냐 하는 거지, 국적이나 유학 경험이 아니에요."


민수 씨가 맥주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한국 학생들이 유난히 '글로벌 역량'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것 같아요. 근데 일본 기업들은 그걸 그렇게 특별하게 안 봐요. 그냥 '이 사람 우리랑 맞나?'만 보는 거죠."


이자카야를 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생각했다.

유학생들은 일본에서 공부했으니 '글로벌 인재'로서 평가받을 거라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가 글로벌 역량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다 보니 더 그런 것 같았다.

하지만 일본기업에서 관심을 두는 포인트는 그냥 그 사람 자체. 국적도, 유학 경험도 부가 정보일 뿐. 중요한 건 "이 사람이 우리 회사에 맞는가"였다.


술이 살짝 모자라 맥주를 한 캔 더 땄다. 유난히 청량하게 느껴졌다.



*이 창작물에 담긴 이야기들은 저자가 2018년부터 일본 취업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며 직접 경험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합니다. 조언의 내용과 인사이트는 실제 컨설팅 과정에서 얻은 것이지만, 등장인물의 이름, 학교, 회사명 등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변경하거나 각색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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