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보기 드문 말귀 잘 알아듣는 인재를 찾아서
2022년 10월, 일본이 코로나 방역 관련 입국 제한을 완전히 철폐했다. 이제 진짜 시작이었다.
특히 그동안 관심은 있지만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한국인재 채용에 선뜻 나서지 못했던 기업들의 문의가 급증했다. 그중 가장 적극적이었던 곳이 일본 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외식 체인업체 O사였다.
사내 인재 다양성 확보에 관심이 많은 기업이었고, 기존에 입사한 한국 인재들의 퍼포먼스가 상당히 좋았다고 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한국 인재를 채용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며 글로벌 신졸채용 매니저 나카무라 씨가 나를 찾아왔다.
2023년에는 정말 적극적으로 한국 인재를 채용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던 나카무라 씨는 정말 도쿄, 서울, 부산할 것 없이 한국 인재를 만날 수 있는 곳이라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그 열정에 감화받아 나도 최대한 많은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2023년 한 해 동안 15명 내정이라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그렇게 연말을 맞이하여 서로 고마운 마음에 망년회 자리를 가졌다. 뜨끈한 나베 요리에 농밀한 거품의 맥주를 곁들이며 1년간의 소회를 나눴다.
"올해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다 덕분이죠. 근데..."
나카무라 씨가 맥주잔을 내려놓으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날이 갈수록 면접이 점점 힘들어진다는 것이었다.
"가장 큰 문제가 뭔데요?"
"질문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지원자들이 너무 많아요."
예를 들어 "우리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라고 물으면, 회사 홈페이지나 뉴스 기사 내용을 그대로 외워서 앵무새처럼 이야기한다는 것이었다. 본인만의 구체적인 관심 분야를 듣고 싶은데, 준비해 온 답변만 기계적으로 나열한다고.
"일본인들이 에둘러 말하는 경향이 있어서 의도 파악이 어려울 수도 있지 않나요?"
"그것도 있죠. 근데 그것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아예 상대 말을 주의 깊게 듣지 않는다는 거예요. 외워온 걸 말하기 바쁘거나, 생각나는 대로 아무렇게나 말하거나."
"대화의 캐치볼이 안 되는 거네요."
"딱 그거예요!"
나카무라 씨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제가 공을 던지면 받아서 다시 던져줘야 하는데, 엉뚱한 방향으로 던지거나 아예 안 받아요. 그럼 대화가 안 되잖아요."
"한국 지원자들만 그런가요?"
"아니요, 일본인도 마찬가지예요. 베트남, 필리핀 지원자들도. 국적 문제가 아니라 요즘 20대 세대 전반의 문제인 것 같아요. 모두 면접 준비는 열심히 하는데, 정작 대화하는 법은 모르는 거죠."
나카무라 씨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한 해 동안 수많은 면접 보면서 절실하게 느꼈어요. 대화의 캐치볼만 제대로 되는 인재가 있으면 당장이라도 채용하고 싶다고. 일본어 능력이나 다른 게 조금 부족해도 상관없어요. 대화 그 자체가 통하는 게 훨씬 중요해요."
"그 정도예요?"
"네. 실제로 JLPT N1 있지만 대화 캐치볼이 안 되는 사람 vs N3 수준인데 대화가 자연스러운 사람이 있으면, 저는 당연히 후자를 선택해요. 언어 실력보다 대화 능력이 훨씬 중요하거든요."
그는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었다.
"상대 말을 경청하고, 질문 의도를 파악하고, 맥락에 맞게 대답하는 것. 이것만 제대로 되면 진짜 절반은 성공이에요."
집에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나카무라 씨의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대화의 캐치볼만 제대로 되는 인재가 있으면 정말 채용하고 싶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회사 생활이란 결국 사람들과 대화하며 일하는 것이다. 보고도, 회의도, 협업도 모두 대화다. 면접에서조차 대화가 안 되면, 입사해서 어떻게 일할 수 있겠는가.
구직자들은 JLPT 점수 따고, 경어 외우고, 비즈니스 일본어 연습한다.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기본적인 걸 놓치고 있었다.
상대의 말을 듣는 것.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 맥락에 맞게 대답하는 것. 언어 이전에 대화의 기본.
말귀 잘 알아듣는 게 이렇게나 귀중한 일이 될 줄이야. 뭔가 아이러니했다.
술이 살짝 모자라 맥주를 한 캔 더 땄다. 쓴 맛이 유난히 도드라졌다.
*이 창작물에 담긴 이야기들은 저자가 2018년부터 일본 취업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며 직접 경험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합니다. 조언의 내용과 인사이트는 실제 컨설팅 과정에서 얻은 것이지만, 등장인물의 이름, 학교, 회사명 등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변경하거나 각색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