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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dy May 14. 2019

S3#8 카즈베기 이동

19.05.13 월 구다우리 전망대

 11시 체크아웃인데 뒤척이다 10시 30분쯤에서야 샤워를 했다. 방에는 어제 술 마신 한국인 두 분과 인도 친구밖에 없다. 아침내 나이 좀 있는 백인 여자와 중국인 여자는 체크아웃을 한 모양이다.

 직원이 와서 11시 넘었는데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서 미안하다고 빨리 나가겠다고 하니 괜찮다고 천천히 하란다. 주말에 하는 여자는 솔직히 좀 별로였던게 무시하는 투가 좀 많았다 귀찮아하고.

 체크아웃하고 남은 재료로 다시 한번 프라이와 소시지를 먹고 디두베역에 가는 길을 직원으로 하여금 또 체크하고 길을 나선다. 주말에는 유심을 개통 안 한다고 해서 MAGTI 매장에도 들리기로 한다. 루스타벨리 역에 있긴 한데, 역에서 좀 걷기에는 가방이 무거워서 디두베역 가는 길 그리고 전철에서 가장 가까운 어느 역에서 내리기로 했다. 나가려고 하는데 한국인 두 분이 나가신다고 같이 가자고 하신다. 지하철 역 앞에서 버스를 타러 가신다고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한 2분쯤 걸어서 역에 도착하려 하는데 갑자기 뒤에서 남자분이 뛰어오시더니, 아르메니아를 갈 예정인데 유심을 안 쓸 것 같다고 가져가라고 하신다. 정말 너무너무 고마웠다. 굳이 뛰어오셔서 이렇게까지 주고 가시다니.. 돈을 드릴까 고민을 많이 하다 꼭 다음에 다시 만나 차를 사겠다고 약속을 했다.

 중간에 내리는 수고도 덜고, 정말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디두베역 가는 길 풍경

 리버티 스퀘어 역에서 열차를 타려는데 문이 너무 빨리 닫혀서 한대를 보냈다. 생각해보면 배차간격이 진짜 짧긴 한 것 같다. 5분 이상 기다려 본 적이 없긴 하지만, 빨리 안 타면 진짜 그냥 얄쨜없이 닫고 가버리니 조심해야 한다.

 디두베 역에 도착하면 헷갈리는 위아래 갈림길이 있다. 나는 위를 선택하고 낑낑 가방을 메고 올라갔는데, 아니었다. 카즈베기나 주 그 디디 등의 버스는 밑으로 가도록 하자.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


 나가자마자 어떤 할아버지가 어디인지 물어보고 차를 안내해준다. 가면서 20라리라고 확인시켜주는데, 차에 탄 현지인도 20을 내더라. 이런 시장길을 지나간다. 1라리에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고 물과 간단한 빵을 샀다. 지난번 예레반 가는 길에 너무 주렸던 기억이 있던 터라, 뭐 장거리 이동에 음식과 물을 기본이기는 한다. 인도같이 화장실이 살벌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차는 이번에도 검정 벤츠인데 내부 좌석 구조가 다 다르다. 이번 차는 8인승이다. 사람이 차기를 기다리다 손님이 6명이 되고 출발했다.



저 할아버지를 따라갔다

 

왜 항상 검정 벤츠일까


 타자마자 잠이 부족했던 나는 한 30분을 꿀잠 잤다. 잠깐 깼는데, 글로만 들었던 난폭운전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 전에도 여러 나라에서 경험이 있었지만, 조지아도 상위권에 랭크될 만큼의 난폭운전이 확실하다고 본다. 조금 더 비싸지만 택시는 가다가 관광 스폿에 내려준다고 한다. 가는 길에 금세 비경이 펼쳐지는데 정말 서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참에 우리 차는 6명 중 4명이 관광객이었는데, 이 거친 기사님이 선뜻 세워 주신다. 그 뒤로도 있었던 모든 구간에 다 세워주셨다. 진짜 고마운 일이었고 나머지 두 현지인도 안내하면서 짧은 영어로 설명해주려고 노력해주셨는데 고마웠다.



 이름은 다 모르지만, 호수가 있는 곳과 또 교회건물이 있는 곳을 지나고 한참을 달렸다. 또 잠깐 잠이 들었다 깨보니 어마어마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는데, 구다울리라는 곳에 이르더니 전망대에 또 세워주셨다. 진짜 만화 같고 눈앞에 있는 풍경이 CG 같다는 생각이 든다. 5월인데 바람이 부니 반팔 입은 나는 엄청 추웠지만, 셔터를 누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구다 울리에는 약 3개의 다른 구간에서 패러글라이딩을 진행하는 것 같은데, 140이라고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기사님이 만약에 탄다면 기다려주시겠다고도 한다. 착한 분이다. 뭐 얼마가 남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구다울리 전망대.. 인 것 같다




2시에 출발한 미니밴은 5시쯤 도착했고,  중간중간 구경을 안 했다면 2시간 30분쯤 걸리는 모양이다.

주타트 레킹을 예약하기 위해서 사무실을 찾았는데 버스를 내린 곳에서 왔던 길로 조금 올라가면 사무실이 보이는데 그곳으로 들어가면 되고 9~19시까지 운영한다. 영어로 설명을 듣는데, 몇 번을 되물었다. 여튼간에 30라리에 내일 10시에 예약을 하고 나왔다. 아직은 눈 때문에 막힌 구간이 있고 투르소는 못 간다고 한다.



이 곳이 보통 많이 하는 곳인 듯



예약한 화이트 하우스라는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간다. 버스터미널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는데, 가는 길에 제법 큰 대형 마트도 있다. 돌이 많아 캐리어를 끌기가 정말 힘들다. 그래도 배낭보다는 체력소모가 확실히 적은 게, 끌낭을 가져오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 끌낭이 필요하면 오스프리 메르디안 모델을 강추한다. 도착한 게스트하우스. 소똥 냄새가 나는 게 정겹고 좋다. 나쁘지 않고 온수도 잘 나온 데고 4인 도미토리에 중국인 여자밖에 없다. 아직은 비수기인가 보다. 얼른 짐을 풀고 저녁과 아침거리 그리고 트레킹을 싸갈 음식을 사러 나갔다. 


 와이파이가 되는 곳에서 노을을 보며 여유롭게 라이브 스트리밍을 해볼까 하고 찾고 찾다가 너무 배가 고파서 간 곳은 바로 터미널 앞 카페 5047. 너무 비싸서 14라리짜리 포크 케밥과 맥주를 시키고 앉았다. 그나마도 생맥주가 없다고 해서 병맥주를 먹었다. 맛도 없고 양도 적고 서비스 차지가 안 붙었으니 달라고 말하는 종업원도 진짜 맘에 안 들었다. 카즈베기 맛집을 검색했을 때 안 나오는 이유가 있었나 보다. 그래서 다 먹고 옆으로 더 가서 허름한 식당에서 킨 칼리를 6개에 7라리에 포장해서 가지고 간다. 가는 길에 차에 있던 커플이 식당 안에서 굉장히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솔직히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거 봤는데 못 본척하고 지나갔다. 그리고 마트에 들러 빵과 우유 소시지 등을 사고 집으로 돌아간다.



 아까 맡긴 빨래가 이쁘게 널려있었다. 주방을 쓸 수 있다고 하는데, 너무 대놓고 그냥 가정집 주방을 내가 사용하는 상황이라 조금 곤란하긴 하다. 그래도 뭐 써도 된다고 흔쾌히 허락하니 쓰기로 한다. 신발을 신고 들어가는 건데, 냉장고에 뭔지 모를 밀가루 반죽이 가득 들어있다. 그리고 이 집 딸내미가 3살 됐으려나, 엄청 귀엽게 사람을 잘 따른다. 우유와 계란 등을 맡기고 방에 올라왔다. 40대쯤 돼 보이는 중국 여자는 내일 여기를 떠난다고 한다. 무릎이 안 좋아서 트레킹은 못했고 시그나기와 아르메니아에서 와인투어가 너무 좋았다고 말한다. 사온 킨 칼리와 와인을 권했지만, 사양하며 방 안에서 자기는 신경 쓰지 말고 다 해도 된다고 말한다. 착한 사람이다. 씻고 노트북을 켜고 와인을 마시며 글을 쓰고 오늘을 마무리한다. 지금 12시. 아침 8시에 일어나서 트레킹 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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