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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dy May 19. 2019

S3#11 조지아 사메바 성당 트레킹

19.05.15

 같은 방 할아버지는 9시에 택시로 사메바 성당에 간다고 하셨는데, 정말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딱 준비하시고 나가셨다. 나도 이른 잠깐 깼는데 준비하는 소리에 뒤척이다 나가고 다시 잤다. 느지막이 일어나 또 아침을 먹고 나가려는데 이미 사메바 성당에 다녀오신 할아버지와 만났다. 미국인이고 은퇴 후 세계를 여행하시는데 무려 나이가 86이셨다. 너무 멋졌다. 간단한 팁을 듣고 나도 밖으로 나선시 간이 11시 30분이었다. Lost Inn 로스트인에 가방을 두고 나갔는데, 주인이 뭐 별로 신경을 안 쓴다.  처음 돈 내고 나서 본 적이 없다.

 다리를 건너고 열심히 걷고 걷는다. 조금씩 오르막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숨이 가빠지고 또 후회가 밀려온다. 햇살이 제법 따갑다. 반팔을 입고 걷는데, 참 이럴 때 훌렁훌렁 벗어도 잘 안타는 백인이 부럽긴 하다. 마을 위쪽에서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으로 가면 된다. 그러고 나서도 약간의 갈림길이 나오는데,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주차장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코쉬키가 보이는 쪽으로 가면 된다. 밑에 쓸 예정이지만 구글맵에 나오는 길은 절대로 가면 안 되는 게 이미 낙석등으로 유실돼서 갈 수가 없고 진짜 진짜 뺑 돌아가는 길이라 정말 비효율적이다. 그러니 그냥 사메바 성당 가는 길은 하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초반의 급경사가 제일 고비다. 달리기나 축구도 그렇듯이 호흡이 터진다고 할까 그러기 이전까지가 고비인데, 그냥 가지 말까를 30번 정도 생각하다 보면 그 언덕을 넘어서고 그 뒤부터는 조금씩 페이스 조절이 된다. 그렇게 그냥 걷다 보면, 1시간 30분 만에 도달했다. 헷갈릴 일도 거의 없고 오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물어 가기도 좋다.

 도착한 교회의 모습은 약간 실망스러웠던 것이 조지아 여행정보를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나는 이곳을 메스티아의 십자가 전망대와 헷갈려서 그랬던 것 같다. 교회건물이 두 개 있는 것이 끝이고, 택시나 단체 미니밴을 타고 오는 관광객이 압도적이라 헉헉 거리며 올라와서 숨을 돌리는 내가 오히려 이상해 보인다. 심지어는 이쁜 원피스나 셔츠를 입고 오신 분들도 많다. 조지아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어서 그런지 내가 다시 한다면 사메바 성당을 올라가고 나서부터 시작하는 트레킹이 있던데 이름은 모르겠지만 그것을 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바람이 너무너무 세차게 불어서 벤치에 앉아 일용할 양식을 까먹고 내려갈 채비를 한다. 오늘 트빌리시에 가서 9시 45분 주 그 디디 행 기차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2시경 구글맵에 나오는 길로 하산을 시작한다. 완전 급경사인데 이곳으로는 절대 못 올라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다 내려가서 택시가 올라오는 도로랑 연결돼있는 곳이 낙석등으로 유실돼서 길이 끊어져있다. 진짜 너무 황당한 게 다시 올라가야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뛰어내리기는 너무 높았다. 그래도 돌아 돌아 돌아서 최대한 낮은 곳으로 뛰어 내려서 겨우 내려왔다. 그리고도 문제는 차도가 끝없이 이어져서 너무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해서 내려왔다. 올라간 시간이 1시간 30분인데 내려온 시간도 거의 1시간 10분이 된다. 구글맵을 따라가면 절대로 안 되겠다.

 카즈베기이자 스테판츠민다의 맛집 good food에서 포크 바비큐를 시켜 먹는다. 돼지고기로 힐링하고 땀에 범벅이 된 몸이지만 얼른 트빌리시로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다시 로스트 인에서 짐만 챙겨 나온다. 카즈베기에서 트빌리시로 가는 차는 6시까지 있다. 이 나라는 희한하게 9시가 돼야 해가 지기 때문에, 6시까지도 거뜬히 차가 운행한다. 운송수단은 3가지 정도 되는데 택시는 그냥 우리가 아는 세단이고 미니밴은 20라리인데 8인승 벤츠(우리나라로 치면 카니발)이고 마슈르카라는 것은 한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12인승 정도 된다. 우리나라에서 아는 연예인 밴같은것인데 좌석이 가득 차있는 것이고 10라리이다. 마슈르카를 가득 찰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고민을 하면서 당차게 기사님들 사이에서 얼만지 언제 출발한 건지를 물으니 한 미니밴 기사님이 슬쩍 와서 15라리에 가자고 하신다. 믿기 어렵기도 했지만 시간이 없어 일단 가방을 맡겼다.

 한 10분 만에 사람이 찼고 조수석에 앉기로 했지만 갑자기 폴란드 여자가 오더니 자기는 뭐 예민하고 어쩌고 하길래 알겠다고 앉으라고 하고 뒤에 끼여 갔다. 휴게소도 들르고 이래저래 하는데, 우리나라와 같이 우측통행 차선이지만 수입차가 많은지 운전석은 좌측 우측 제각각이다. 우리 기사님은 우측 운전석인데 그러니 추월하기가 어렵다 보니 굉장히 젠틀하게 운전하신다. 아마 블로그에 젠틀했다는 운전기사님들은 이곳 도로 사정과 맞지 않는 운전석을 가진 분들이기에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지나온 구다 우리나 풍경들을 덤덤하게 보며 트빌리시에 도착하니 7시 30분, 2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9시 45분 차인데 한참을 남아서 근처 케밥집에서 케밥을 시켜 먹었는데 5라리짜리가 꽤나 실하다. 이곳이 정말 로컬 분위기인 것이 생맥주가 1.5라리이다(한화로 약 650원). 경험 삼아 시켜먹고 스테이션 스퀘어로 이동한다. 지하철로 나와서 바로 왼쪽에 마치 김포공항청사 같이 생긴 것이 기차역이다. 3층에 가면 발권하는 곳들이 있는데 9시경에는 조금 어둡긴 하다. 경찰에게 물어봐서 전자티켓은 있으나 발권이 필요한지 물이니 필요 없다고 한다. 그래서 기다리다 1번 플랫폼을 찾아보니 2층으로 내려가야 해서 그곳으로 내려가서 탔다. 내 좌석은 2등석인데, 4명이 같이 자는 방이다. 폴란드 커플과 어떤 유럽 여자가 먼저 앉아있었는데 초반 인사와 말 트기를 실패하면서 대화에 끼지 못해 자연스레 외톨이가 되었다. 방에 에어컨도 없고 창문도 없고 너무 더워서 왔다 갔다 하다가 11시쯤 같이 불을 끄고 잠에 들었는데 너무너무 너무 더워서 밤새 설쳤다. 그렇게 주그디디행 야간열차를 타고 주그디디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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