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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dy May 19. 2019

S3#12 메스티아 도착

19.05.16 단수 정전을 경험해보다

 트레킹하고 기차를 타서 그런지 더워서 혼났다. 6시 05분 도착인데 5시 30분부터 다들 일어나서 덩달아 꺳다. 배가 너무 아파서 화장실을 갔는데 거의 모든 여행객이 이 시간에 일어나서 주그디디에 내리기 때문에 화장실이 풀이다. 옆칸을 열차를 넘어서 갔더니 다행히 자리가 있는데, 이건 화장실이 인도 기차보다 더 더럽다. 대박인 것은 물 내리면서 보니 바닥이 보인다. 오물처리를 그냥 바닥에다 하는 원시적인 방법을 쓰는 모양이다.

 그렇게 도착하고 나서 바로 나가자마자 많은 차들이 기다린다. 입맛에 골라타면 되는데 나는 마슈르카를 골라 탔고 20라리이다. 같은 기차 칸에 탔던 사람들이 다 같이 탔지만 이미 입을 꾹 닫고 하룻밤을 보낸 사이라 어색하기만 하다. 잠이 부족했던 나는 꾸벅꾸벅 졸다 보니 휴게소에 내린다. 조지아에서 동양인을 거의 본 적이 없는데 이곳도 그랬지만 아침부터 다들 커피와 빵 등을 먹는다. 나도 졸지에 빵 하나와 콜라를 시켜서 밖에 앉아 먹는다. 꽤나 추웠는데, 30분 정도 쉬고 화장실도 한번 더 들렀다.

 또 꾸벅꾸벅 졸다 보니 도착한 시간은 10시, 거의 3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 예약했던 marina 뭐 게스


트하우스로 가는데, 역시나 캐리어를 끌기 너무 어려운 바닥이다. 카즈베기 하고는 기온이 달라서 벌써 굉장히 뜨겁고 도착한 게스트하우스는 중심부에서 꽤나 멀고 입구가 언덕이라 너무 힘들다. 도착한 그곳에 주름이 가득한 할머니가 반겨주신다. 시골의 분위기는 이런 건가 보다 하고 들어갔는데, 나중에도 보니 이 할머니 뭔가 이 집의 구성원이 아니고 마치 노예처럼 일만 하고 바깥에만 머무시는 게 좀 이상했다. 혼자 쓰기에는 너무너무 큰 방을 주었다. 이 마을이 성수기가 아닌지 일반 가정집에서 한층을 개조해서 주로 게스트하우스나 호스텔로 사용하는데, 손님이 나밖에 없다. 옆집 아주머니가 주인이 아직 없다고 이따가 올 거라고 해서 방 안에서 기다리고 간단히 짐을 풀고 충전시킬 것들을 시켜놓고 화장실로 갔다. 물이 안 나와서 그 할머니를 불렀지만 말이 통하지 않아 해결하지 못했는데, 손짓을 보니 단수라는 것 같았다. 체념하고 방 안에서 기다렸다. 빨리 한숨 자고 오늘 하루도 뭔가를 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 고민하다 일단 밥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첫날 발견했지만, 나름 이 메스티아 맛집이라고 칭할 만한 것이 새로 단장해서 깔끔하고 와이파이도 빠르다. Ailama라는 곳인데 낀 깔리는 정말 맛없었다. 금세 한 그릇을 해치우고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다리를 건너서 쭈욱 한 바퀴 둘러보는데 엉성한 울타리들이 허물어져있는 그저 그런 시골마을인 것이 너무 정겹고 소똥 냄새도 향긋하게 느껴진다. 한참을 둘러보고 놀다가 들어가서 3시가 넘었는데도 물이 안 나온다. 와이파이도 거의 안된다 시피 했는데, 검색을 해보니 카즈베기나 메스티아에서 단수 정전을 경험하신 분들이 많다는 리뷰가 많았다.  노트북을 들고 Panorama cafe로 갔다. 경치가 좋은 카페였는데,  그곳에서 편집을 하면서 시간을 때우다 걱정하다 보니 6시쯤 게스트하우스에 돌아와 물이 나와 다행히 샤워를 할 수 있었고, 내친김에 빨래도 돌렸다. 그리고선 빨래가 다되면 나가려고 했는데, 9시가 돼서야 빨래가 끝나 널고 다시 낮에 카페로 가서 포크 바비큐를 한 그릇 하고 들어왔다. 집에 오는 길이 멀기도 하고 어둡고 앞집 그리고 옆집 개가 죽일 듯이 짖는다. 집에 왔는데도 마치 서부영화에 외딴곳에 떨어져 있는 사연 있는 유령의 집 같은 분위기라 그 넓은 방이 오히려 으스스한 것이 부담스럽다. 방안에 와이파이도 잘 안되는지라 동이 트면 방을 바꾸기로 하고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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