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ddy May 24. 2019

S3#14 크룰디 호수 & 십자가 전망대

19.05.18 죽음의 트레킹!!

 왕복이 10시간에 육박한다는 말에 서둘러 나오고 싶었지만, 바바라 게스트하우스의 이룰다 할머니가 주신 각종 유제품들이 나의 장을 아침부터 활발히 운동시켜 잠을 편히 이루기가 좀 어려웠다. 덕분에 늦잠 자고 나온 시간이 12시 즈음인데, 물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말에 2L의 물을 챙겨서 코룰디 호수로 향했다. 맵스미 시간을 보니 호수까지 가는데 4시간 30분 정도가 나온다. 일단 십자가 전망대를 거쳐서 가는 데까지 가보기로 한다.




 어젯밤 블로그를 뒤져보니 모두가 입을 모아 십자가 전망대까지 난이도가 상당했다고 말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여성 블로거들이 호수까지 도달하는 것을 보고 겨우 용기를 냈다. 체력이 상당히 떨어지는 본인이기에 삶은 계란 과자 빵 등 그래도 넉넉히 챙기고 항상 산행에는 헤드라이트 등의 비상 용품도 챙기는 편이다. 마을 저편에서 시작되어 언덕이 시작되는데, 그냥 끝까지 맵스미를 보고 오르면 된다. 폴란드 유튜버도 만났다. 포장된 아스팔트를 오르는 것도 가쁜데 본격적으로 산길이 시작된다. 


갈림길에서는 왼쪽!

진짜 30분 정도는 다시 내려갈까를 심각하게 고민한다. 사점을 넘으면 호흡이나 이런 게 좀 안정되듯이 갈까 말까 갈까 말까 하다 보니 어느 정도 올라온 높이가 아깝다. 걷고 걷고 걷다 쉬다 걷다가 쉬다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응원을 받다가 어느 일행들을 따라잡았다 따라 잡혔다 하며 오르고 오른다. 블로거들이 쓴 글들이 새삼 몸으로 와 닿는다. 독일어를 쓰는 남 1 여 2와 약간 몸집이 큰 서양 남자도 하나 만나서 엎치락뒤치락하며 간다. 스틱에 다부져 보이는 독일 남자는 축지법처럼 날아서 갔다. 그걸 보고 아차 싶어 얼른 양손에 스틱을 만들었다. 죽은 나무가 널려있으니 만들기는 쉬운데 진짜 스틱이 있고 없고는 천지차이라고 생각한다. 비슷한 페이스로 가던 나와 그 서양인들이 갈림길에서 조금 고민했다. 나는 맵스미를 따라 급경사 울타리를 넘어갔고, 정상에는 오스트리아에서 왔다는 여성과 함께 도착했다. 거의 정상 즈음에서는 맵스 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울타리를 지나 그냥 목장에 길 난 곳으로 직진

정상의 모습은 역시나 너무 아름다웠고, 사메바 성당에서 기대한 뷰는 이 곳에 있었다. 그곳에 위치한 원두막이랄까 그곳 끄트머리에 앉아 찍는 사진과 산 정상에 꽂힌 십자가는 사진으로 담기 아름 다운 장소였다. 그곳에 올라와 숨을 돌리는 사람들은 모두가 수고했다며 눈으로 격려하는 분위기, 저질체력인 나는 2시간 10분이 걸렸다. 오스트리아 친구와 몇 마디 나눴는데, 메스티아에서의 시간이 많이 없어 오늘 하츠 발리를 간다고 했고 나는 크룰디 호수를 같이 가자고 꼬셨지만, 실패했다.



정상

쉬다가 3시쯤 몸을 일으켜 맵스 미에 나오는 길을 따라 호수로 가본다. 눈이 질퍽질퍽하고 스산한 구름이 저 멀리서 몰려온다. 가다 보니 허름한 집들이 몇 개 있는데 혼자 와 여기서 사람이 살았던가 했는데 갑자기 사람이 나온다. 러시아 남자인데 친구들과 일주일간 이곳에 머문다며 내부를 구경시켜줬는데 정말 극한의 체험을 좋아하는 사람들인 것 같다. 나머지 친구들은 마을에 슈퍼를 갔다는데 도대체 어떻게 올라올지 기대된다.



휴가일까 훈련일까

 그곳을 지나 언덕배기를 넘으니 차가 보이고 나들이온 대 가족이 보인다. 사실 호수까지도 차가 운행하는데, 5월은 아직 눈이 녹지 않아 십자가까지 운행했다. 가까이 가서 보니 경찰차가 두대였고 그곳에 가족들이 나눠 타고 온 것이다. 나는 더 전진했다. 가다가 보니 눈에 막혀 도저히 갈 수 없다고 판단, 그 가족이 있는 높은 봉우리로 갔는데 마침 가족들은 하산한다. 뒤따라 오던 독일 커플도 그냥 돌아간다. 우 쉬바 봉이 가까이 보이는 게 예술인데 계란이 까먹으려고 자리를 잡으니 갑자기 천둥소리와 함께 스산한 바람이 몰아친다. 이 산에 혼자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그때 스틱을 짚고 축지법으로 갔던 독일인이 온다. 내가 있던 곳으로 오더니 좋은 스폿이라며 웃어 보인다. 호수를 갔다 왔다길래 얼른 물으니 그 신발로는 어렵고 하이컷 부츠가 필요할 것 같다고 하고, 가는 길도 엉망이고 가도 눈이 쌓여 볼 게 없다고 위로한다.  좋은 핑계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아 남은 양식들을 해치운다. 바람이 더 거세지고 천둥이 저 멀치서 들려온다. 얼른 자리를 접고 하산한다. 십자가 전망대로 가니 이제야 차를 타고 올라온 사람들도 있어 조금 마음이 놓인다. 


5월에도 아직 눈이 많다

4시 즈음 하산을 하는데, 워낙 가파른 경사를 올라왔던지라 하산하는 것도 힘이 든다. 인도 맥간에서 트리운드 하산 시에 무릎이 아팠던 기억 때문에 허벅지와 발목이 힘을 바짝 주고 걷는다. 1시간이 그냥 넘고 가져온 물은 바닥을 보인다. 정말 물을 최소 인당 2L 이상 가져가야겠다. 내려가다가도 몇 번을 쉬었다. 다리가 후덜 거리고 내려가는 길에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마을에 도착하니 정말 대단한 일을 하고 온 참전 용사 느낌이었다.


꽤나 으슥한 길도 많나게 되니 주의하자
경사가 정말 높다 신발끈 단디 발목 힘 꽉

우쉬굴리로 가는 차편을 알아봤는데, 40라리 왕복이고 35 자리라고 한다. 센터에 마주 보는 조그마한 가게에서 판다. 바바라에 도착했는데, 또 음식을 내주실까 얼른 내가 사 온 라면을 하나 끓여 먹었다. 등산 후라 고기를 먹고 싶었기 때문에 일단 얼른 배를 채우고 밖으로 나섰다. 

밍밍해도 맛있었다

평소 눈여겨보던 2층 식당으로 갔는데, 경치가 예술이다. 그저 이곳에 지었을 뿐인데 사방이 설산이며 장관이다. 오자쿠리 라는 음식을 시켰는데, 고기와 감자 그리고 고수가 들었지만 맛이 괜찮다. 드디어 입에 맞고 탄수화물까지 섭취할 수 있는 메뉴를 찾았다. 가격은 12라리 저렴하지 않지만 이곳 외식 물가 치고는 괜찮다. 맥주도 한 잔 하고 나와서 과일가게를 갔다.



 믿었던 가게였지만 거의 조지아에 와서 첫 사기를 당한다. 어떤 할머니가 뻔히 보이는 저울로 장난을 치는 게 1kg 3.5라고 쓰여있는 오렌지를 4로 계산을 하고 1kg 6라리인 바나나를 8로 달아서 가격표를 붙인다. 한국말로 따지고 큰소리는 아니지만 몇 차례 그러지 말라고 타일렀다. 대게 그렇지만 점점 지가 흥분해서 소리를 높이다가 얼굴이 벌게지고 자리를 피한다. 돈 계산이 서투니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그리하여 꿀잠을 잤다는 이야기이다.



이 가게를 조심하자
이 가게를 조심하자 2



십자가 전망대 & 코룰디 호수


-호수까지 왕복 10시간, 십자가 전망대 5시간 30분 (저질체력 + 휴식시간 등 포함 넉넉)

-물 인당 2L 이상 챙기면 좋다

-날씨가 좋을 때는 호수까지도 차가 운행

-19년 5월 18일 경에는 호수까지 차가 갈 수 없었음

-맵스미를 보고 따라가면 좋음

-역시나 먹을 것을 챙겨가는 것이 좋음

-꼭 도전해보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S3#13 바바라 게스트하우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