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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dy May 26. 2019

S3#15 우쉬굴리

19.05.19 오지가 아니다

 우쉬굴리 가는 날, 10시에 출발한다. 늦지 않게 준비하고 1박을 할 채비도 마치고 1층으로 내려왔다. 할머니께 2박 동안의 값을 지불하고 1박을 하고 다음날 와서 다시 2박을 더 하겠다는 이야기를 다시 한번 했다. 그런데 돈을 받으신 할머니 표정도 그렇고 그 이후에 있겠다는 이야기도 뭔가 전달이 안 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는 사이 갑자기 어떤 커플이 들어와서 체크인을 했다. 시간이 없어 부리나케 나가면서 부킹닷컴을 확인했는데, 내가 묶은 방이 다음 주까지 풀이다. 뭔가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 불안한 마음으로 본 짐이 있는 캐리어를 두고 우쉬굴리로 나섰다.

 날이 매우 흐렸고 4명 정도가 모이니 작은 해치백 택시가 왔다. 독일어를 쓰는 3명과 나와 갔는데 어제 코룰디호수를 축지법으로 주파하던 독일 청년도 있었다. 가다 서다 하면서 우쉬굴리로 달려간다. 졸려서 잤는데 극강의 오프로드이고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지금 당장 이 돌들이 무너져서 차가 낭떠러지도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그런 도로였다. 3시간이 안 걸렸고 가다 서다 하며 도착했다.


냉각수로 그냥 개울물을 퍼다 쓰시던 기사님. 빨간 원피스를 곱게 차려입은 여행객도 있다




차마다 각기 조금씩 다른 곳에 내리는데, 우리 기사님은 연결되어있는 식당이지 게스트하우스가 언덕 위에 있어 조금 편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식당에는 젊은 여성이 아기를 데리고 있었는데, 굉장히 불친절하고 뭔가 메뉴판을 달라하기가 무서울 정도였다. 역시나 메뉴에는 가격이 안 적혀있고 영어도 없어서 불안해서 그냥 과자를 사려는데 그나마도 부르는 게 값이다. 너무 비싼 거 같아 '왓?' 하니 다시 계산기를 두두두두 하더니 깎은 가격을 쓱 내민다. 울며 겨자 먹기로 그렇게 쿠키를 사서 십자가가 보이는 뒤편으로 걸었다. 어제 숙취가 좀 심해서 갈까 말까 하다가 겨우 몸을 일으켜 향했다.

기사님이 내려주신 카페이자 식당. 뷰는 좋은데 아주머니 친절좀..


 살짝 언덕을 넘어가니 또 한 번 그림 같은 경치가 펼쳐진다. 우쉬굴리를 기점으로 하는 트레킹도 많던데, 그런 길의 일종인 것 같다. 바바라에 맡긴 짐도 그렇고 뭔가 커뮤니케이션이 안된 것이 찝찝해서 오늘 1박을 취소하고 돌아가기로 기사와 얘기를 해두었다. 시간이 없어 일단 갈 수 있는 만큼 가보 기로 했다. 역시나 빙하가 녹은 개울은 세차게 흘렀고, 발을 담가보고 싶었다. 세찬 물에 발도 담그고 앉아서 맛대가리 없는 쿠키도 억지로 씹어 넣으며 시간을 보낸다.

시간을 맞춰 다시 돌아온다. 우쉬굴리에 도착하면 십자가가 보이는 교회 뒤편으로 길이 쭉 나아 있는데, 차도 없고 길도 평평하니 꼭 트레킹을 해보기를 추천한다. 십자가 있는 교회는 울타리로 막혀 있어 들어갈 수는 없는 것 같았다. 그곳에서 중년의 한국인 부부를 만났다. 많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까지 온 서로를 격려하며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교회에 올라 보이는 마을 전경

블로그에 우쉬굴리 숙소가 열악하다는 글이 자자해서 숙박을 미뤘는데, 궁금한 마음에 숙소 상태를 둘러보기로 했다. 가격은 집마다 조금씩 다른데, 저녁과 아침을 포함해서 45~60 라리처럼 부르는데 흥정도 가능해 보인다. 그리고 메스티아 스베나티나 카즈베기 스테판츠민다 처럼 보통 자녀들이 출가하고 난 후 2층을 리모델링한 상태라 되려 최근에 한 우쉬굴리가 더 깨끗하다는 느낌이었다. 와이파이 핫 샤워도 물론이다.

 아마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당연히 우쉬굴리 숙박을 2박 이상을 할 걸..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생각보다 너무 좋았던 숙소 상태
이런 카페도 있다


 씩씩한 독일 트레킹 마니아 친구는 멀찌감치 다녀왔지만, 둘 다 3시에 지점으로 돌아와서 4시가 아닌 3시에 다시 메스티아로 출발했다. 뒷자리 시트 사이에 머리를 처박고 꿀잠을 자며 돌아왔다. Ailama 식당에서 슈크물리를 먹는데 이건 진짜 너무 맛있다. 후라이드 치킨을 다진 마늘과 우유인지 같은 것에 졸여 나오는데, 힐링 푸드가 확실하다. 먹고 다시 바바라로 돌아갔다. 할머니가 왜 안 자고 왔냐며 놀라셨지만, 다행히 방이 있어서 머물 수 있었다. 나는 사실 체크아웃을 해야 할 줄 알고 갔는데, 옆에 오히려 침대가 5개가 있는 방을 혼자 썼다.

 밀린 일기와 사진들을 옮기고 짐을 정리하고 하며 시간을 보냈다.



진짜 매번 국물까지 다먹었던 음식. Schkumeli 대략 이런 식으로 써있다. 12라리. Ail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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