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ddy May 27. 2019

S3#16 메스티아 휴식의 날

19.05.20 

 사실 원래 계획은 20일에 아르메니아 조지아를 모두 끝내고 21일에 터키로 넘어가는 거였으나, 지속적으로 도움을 받던 코카서스 관련 오픈 카톡방에서 만난 어떤 분이 메스티아로 마침 오시기로 해서 기다리며 영상도 편집하고 쉬기로 했다. 고된 트레킹 일정으로 다리도 후덜 거리고 마침 밀린 영상도 편집할 시간이 필요해서 방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하루 종일 편집을 했다. 낮에 체크인을 하셨는데, 내가 원래 묶던 방이 풀 부킹이었던 이유가 내 추천을 듣고 이분이 부킹닷컴으로 예약을 한 이유 때문이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밤새 이 곳까지 달려오셨다는 그분은 낮에 쉬고 밤에 같이 와인도 할 겸 저녁을 하기로 했다.

 바바라 게스트하우스 1층에 보면 케틀벨이 있다. 12kg이었나 하는 무거운 기구가 왜 있나 싶어서 할머니께 바디랭귀지로 써도 되냐고 했는데, 다행히 허락을 받고 쓰기로 했다. 사실 그간 지내면서 번역기를 가지고 할머니와 소통하기 위해 애를 많이 썼다. 갖은 재롱을 떨며 노력한 결과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매일 직접 담근 와인과 차차도 같이 마시는 사이게 됐었는데, 그 운동기구에 사연이 있으셨다. 항상 기거하시는 방이 있는데, 그곳으로 나를 부르시더니 가족사진을 보여주셨다. 아들이 있으셨나 본데, 우시면서 그 운동기구로 열심히 운동했다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단순히 그리워서 우는 눈물이 아닌 것 같은데, 어떤 사연일까 번역기로 어디 있느냐고 물었더니 잠들었다는 시늉을 하면서 엉엉 우시는 모습이 아마 아드님은 일찍 요절한 듯싶었다. 자식 잃은 부모를 누가 위로해 줄 수 있으랴. 괜히 운동기구 얘기를 꺼냈나 싶어 멍하기도 하고 미안하고 꼭 안아 드리며 같이 눈물을 흘렸다. 아들 같은 생각이 드셨는지 마음껏 쓰라고 주셨고, 밝은 기운을 내는 게 좋지 싶어 끙끙 거리는 시늉을 우스꽝스럽게 하며 가지고 가니 껄껄 웃으신다. 그런 사연 있는 케틀밸로 열심히 낮 내내 방에서 쉬고 운동도 했다가 다시 Aliana에 schukemuli라는 메뉴를 먹고 아메리카노도 한 잔 때리며 영상을 업로드했다. 바투미 가는 표도 35라리에 샀는데, 아침 8시 칼 출발이다.

 저녁이 되어 다시 만나 7시쯤 2층 루프탑에 자리를 잡았다. 나중에 구글 맵에 나온 이름을 보니 old house cafe라는 것 같다. 오자쿠리와 샐러드를 하나 시켰다. 재밌게 이야기를 나눴고, 그간 내가 추천한 것들이 괜찮았다고 하시니 뿌듯했다. 이런 여행기가 나에게 일기로써의 의미도 있지만, 다른 이 에게는 도움이 되기도 하는 그런 효과도 있으니 참 일석이조다. 거하게 먹고 알리아나로 옮겨 슈크물리도 먹었다. 굉장히 맛있어하시는 모습에 또 한 번 뿌듯했다. 오랜만에 한국어를 실컷 하며 그리고 조지아에서 와인도 혼자라 항상 시키기가 애매했는데, 한 병 할 수 있어 좋았다. 취김에 같이 슈퍼에 가서 도시락 빨간색 라면을 사 왔다. 비교적 넓은 내 방에서 술 먹고 난 후 먹는 라면을 즐기고 잠이 들었다.

저렇게 자리를 만들고 컴퓨터를 했다
나 혼자 썼다
맛있는 조지아 와인
경치 좋은 레스토랑



매거진의 이전글 S3#15 우쉬굴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