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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dy May 27. 2019

S3#17 바투미로 가는 날

19.05.21 바바라 떠나는 날

 취기가 있어 8시 차를 타야 하는데 가지 말까 하고 살짝 고민을 했다. 그래도 이미 지체된 시간이라 몸을 일으켜 시간에 아슬아슬하게 맞춰 나갔다. 할머니와 다정하게 사진도 찍고 불편한 무릎과 몸을 이끌고 문밖까지 친히 나와 배웅을 해주시는데 또 한 번 코끝이 찡한 이별의 순간이다. 라오스에서 만났던 정말 정다웠던 홈스테이 이후로 이런 느낌은 오랜만이다. 꼭 살아계실 때 다시 오고 싶다.


바바라 게스트 하우스 2층
집 전경과 할머니

 8시 5분에 도착했는데, 이미 차가 가고 없었지만 아주머니께서 전화로 다시 불러 탈 수 있게 해 주셨다. 바투미로 가는 차에는 앞자리에 여자 한분과 뒤편에 여자분 두 분이 계셨는데, 오랜만에 굉장히 반가운 인사를 나누면서 탔다. 20대 친구 분들 같았는데 기사님과도 말이 통하는 거 보니 조지아는 아니고 러시아권 사람들 같았다. 숙취와 피로로 뒷자리에 머리를 처박고 또 두어 시간을 꿀잠 잤다. 그리고 도착 한 곳이 주 그 디디였는데 이곳에서 내려서 차를 갈아타야 한다. 그래도 내가 산 곳은 차 갈아타는 곳을 바로 연결시켜줘서 편하게 갈아탔다. 중간에 휴게소 같은 곳에서 러시아 친구들하고 친해졌는데 알고 보니 우크라이나에서 온 친구들이었다. 22살 25살 키예프에서 같이 사는 룸메이트고 휴가로 왔다고 한다.

이 곳에서 티켓을 사면 좋다

 주 그 디디에 내려서 차를 갈아타니 미니밴에서 마슈르카로 변한다. 주그디디에서 바투미까지는 12였나 17라리인데, 이미 포함된 가격이라 나는 지불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도 기사가 외국인이니 한번 떠보는 눈치로 영수증을 끊어주면서 뭐라 하는데 우크라이나 친구들이 대신 얘기해줘서 안 냈지 안 그러면 사실 나도 내는 줄 알았을 것이다. 우쉬굴리에서 만났던 중년부부를 차에서 만났는데, 블로그에 차를 바꿔 태운다는 말을 듣고 직접 갈아타시려고 하시다가 먼 터미널에 내려서 가방 들고 오느라 고생하셨다고 했다. 내가 산 상점에서 티켓을 사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창문이 제대로 안 열리고 에어컨이 없는 마슈르카를 타고 두어 시간을 또 달려서 바투미에 도착했다.

덥고 답답했던 죽디디-바투미 마슈로카

 들어오는 입구부터 트빌리시 다음의 제2 도시답게 웅장하고 세련된 도시였다. 물도 탁하고 사람도 차도 많았다. 우크라이나 친구들은 미리 에어비앤비를 예약했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내일부터 여서 오늘 잘 곳이 없다고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차에서 유튜브를 보다 내 데이터도 끊겨서 고민하던 차에, 내리자마자 먼저 같이 식당에 가자고 제안해줬다. 일단 주린 배를 채우고 열심히 와이파이로 검색을 했다. 

점원한테 이것저것 러시아어로 묻더니 자기들이 봤을 때 이곳은 너무 번잡하고 시끄러운데 점원이 터키 국경 바로 앞에 조용한 해변이 있다고 알려줬고 그곳에 갈 건데 같이 가겠냐고 물어봤다. 어차피 터키도 갈 것이고 거절할 이유가 없어 같이 가기로 했다. 숙소까지 일사천리로 해결한 그 친구들 덕분에, 0.3라리를 내고 어딘가에서 버스를 타고 40분 정도 후에 Sarpi 사르피라는 곳에 도착했다. 정말 국경이 바로 앞에 있다. 마치 민통선 안에 숨겨진 해수욕장 같은 곳인데 물이 맑고 너무 잔잔하고 좋았다. 


 새 건물의 숙소도 너무 좋았다. 얼른 짐을 풀고 해수욕을 하고 싶다는 그 친구들과 해변으로 가서 간단히 물놀이를 하고 돌아와서 씻었다. 희한하게 해가 9시쯤 지는 이곳에서 노을을 보고 싶다고 해서 음식을 사고 와인을 한병 사서 해변으로 갔다.

 10시가 넘어서까지 와인을 마시며 이야기하며 놀았고, 키예프에 가면 재워주겠다고 선뜻 먼저 제안해주어서 그러기로 했다. 너무 고맙고 진기한 인연, 숙소로 돌아가서 혼자 맥주를 더 마시고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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