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ddy May 28. 2019

S3#18 조지아 터키 육로 입국

19.05.22 열정의 호스트 에네스, 터키 축구, 사르피 국경,

 내일부터 터키에 가면 술을 못 마실 생각을 하고 꽤나 거하게 마셨더니, 묵직한 숙취에 몸을 일으켰다. 메스티아에서부터 고이 간직해온 빨간색 도시락면을 해장으로 해치우고 앉아있었다. 아나스타샤가 나오더니 아침 수영을 하러 가겠다고 해서 그녀가 아침을 먹길 기다리고 같이 바다로 향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흑해지역은 항상 흐리고 비가 자주 온다고 했다. 역시나 흐리고 해도 뜨지 않아 쌀쌀했는데도 유럽인들은 추위도 잘 안 타는지 그 차가운 물속에 아침부터 들어가 있는 사람이 꽤 있다. 수영도 잘 못하지만 흉내 내며 괜히 흑해에서 하는 아침 수영 설정 느낌으로다가 한 30초 몸만 담그고 나왔다. 나머지 한 친구는 몸이 좀 안 좋다고 했다. 다시 바투미 지역에 에어비앤비로 갈 거라는 그녀들은 11시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 떠났고, 비가 세차게 왔던 터라 나는 그 이후에도 방안에 머물렀다. 아직 손님이 호텔에 아무도 없어서 거진 1시까지 방에 머물며 터키 여행정보를 검색했다. 

흐린 사르피 해변

 터키도 유명한 것 같으면서 정보가 사실 많지 않았다. 더군다나 육로로 넘는 정보는 거의 없었고 사르피 해변에 묶은 사람의 정보는 아예 없었다. 넘어가서 버스를 못 구해서 택시를 타면 돈이 너무 많이 들까 봐 걱정이 됐지만, 배도 고프고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다행히 트라브존 가기 전 리제라는 곳에 카우치서핑 호스트가 구해져서 만나기로 했는데, 더 늦게 갈 수는 없었던 터라 일단 밖으로 나왔다. 국경 바로 앞쪽에 식당에 가서 마지막 오자 쿠리를 먹었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어제 우크라이나 친구들이 놓고 간 우비를 쓰고 나왔다. 비 쫄딱 맞고 춥고 배고프니 조금 힘들 다는 생각도 든다. 먹고 주저하면 또 한참 시간을 버릴 것 같아 , 준비는 하나도 안되어 있었지만 무작정 국경으로 향했다. 남은 조지아 돈도 터키 돈으로 환전했는데, 작은 동전까지도 바꿔준다 물로 환율을 말도 안 되게 친 건 알지만 개의치 않고 해달라 했다.

마지막 오자쿠리

 다들 열심히 뭔가를 쓰고 있어 보니 조지아어와 러시아어로만 쓰여있는 서류인데, 물어보니 나는 안 써도 된다고 했다. 출국 심사도 빠르고 터키 입국심사도 빨랐다. 국경 사이도 거의 가까워서 힘든 일이 없었다. 터키 입국 전 면세점이 있었는데, 술을 좋아하지만 당시는 너무 피곤해서 살 정신이 없었다. 조지아 보드카 정말 1L가 5천 원도 안 할 정도로 엄청 싸다.

조지아 보드카 정말 싸다

 

터키 입국장에서 바라본 사르피 해변 그리고 입국장의 개님들


 멀리 보이던 모스크가 가까워졌고 드디어 터키 땅에 들어왔다. 진짜 신기한 게 선 하나 건너왔는데, 완전 적극적인 호객이 시작된다. 택시 기사들이 어디 가냐고 제일 일선에서 물어본다. 사실 나중에 이들이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정중히 웃으며 걸어갈 거라고 너스레를 떨면서 빠져나왔다. 어딜 가는지도 모르고 앞으로 걷는데, 한 아저씨가 따라붙더니 버스에 데려다준다고 했다. 믿기 어렵지만 비도 오고 어쩔 수 없이 따라가며 있는 봉고와 미니밴들을 유심히 지켜보며 여차하면 중간에 얻어 탈 수 있는 지를 가늠하고 있었다. 얼마냐고 물으니 리제는 25 터키 리라라고 했는데 일단 밑도 끝도 없이 비싸다고 손사래를 쳤더니 아니 라고아니라고 하면서 어딘가로 데려갔고 진짜 큰 버스들이 있었고 티켓 판매처도 있었다. 정가가 쓰여있었는데 리제는 25리라가 맞았다.

2019년 5월 사르피 국경 터키 버스 값


 구간마다 뭐랄까 간이역이나 개인이 말하는 어느 기점에서 다들 세워준다. 구글 지도로 충분히 설명한 후, 약 두어 시간을 달려 어딘가에 내렸다. 다행히 터키와 시차가 1 시간 있어 늦지 않은 4시쯤 도착한 것 같은데, 심카드가 없어서 호스트와 연락할 수가 없었다. GPS는 잡히기 때문에 맵을 따라 일단 근처까지 도달했다. 중간에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었는데, 아마 라마단에 길거리에서 음식을 먹으니 사람들이 많이 쳐다봤던 것 같다. 

 지나가는 여자분에게 영어로 이것저것 시도했는데, 통하지 않았다. 옆에 아저씨에게 도움을 청하니 말은 안 통하지만 통화를 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그리고 이내 호스트가 나왔고, 리제의 열정의 호스트 에네스와 만나게 되었다. 23살의 물리치료 공부를 하는 대학생인데, 학교에서는 멀리 떨어졌지만 기숙사에 친구들 5명과 살고 있다. 방이 4개 있고 공동 주방 화장실 이 있는데, 정말 솔직히 그렇게 곰팡이 냄새가 심한 곳은 처음인 것 같다. 2 밤을 잘 예정인데, 이렇게 글로 남기는 것도 미안하지만 남은 시간이 걱정이 됐다.

 카우치 서핑이라는 것이 그저 뉘 일 곳 하나 마련해주면 고마워해야 하는 처지임에도 사람이 간사한 것이 숙소의 질을 따지게 된다. 그래도 하다 보면 시설이나 그런 것들과 친근함은 반비례하는 것이 쿠르드 쪽 출신이라는 에네스와 그 친구들은 정말이지 너무너무 친절하고 친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다가와서 심심하지 않을까 챙겨줬다. 심지어 에네스는 그의 방을 아예 나를 위해 비워놨고 본인은 다른 친구 방에서 잤다. 다른 친구들을 방에서 다 불러 나와 악수와 터키식 볼뽀뽀를 시키며 인사를 시켰고, 배고픈지 쉬고 싶은지 계속 물었다. 라마단임을 이제야 깨달았는데 저녁을 먹자니 자꾸 몇 시간 뒤에 먹자는 얘기를 나중에 이해했다. 일몰 후에 우리나라 보신각 타종 같은 소리가 나면  다 같이 식사를 시작하는데, 기숙사에서 친구들과 같이 밥을 먹자고 했다. 

 너무너무 피곤해서 잠깐 눈을 붙이고 7시 30분쯤 같이 밥을 먹었다. 아랍계 형제라는 알리라는 친구가 만들었는데, 콩으로 만든 수프가 정말 맛있었고 그리고 치킨과 볶은밥도 맛있었다. 그러고 나서 에네스는 9시 30분에 친구들과 축구를 하러 가는데 나랑 같이 가고 싶어 했다. 너무 피곤했지만, 카우치서핑이라는 것이 호스트가 원하는 것들을 대부분 같이 하게 되어있고 더군다나 이런 식의 손님을 지인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는 이런 자리는 빠질 수가 없다. 여기서 알았지만 모두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있고 그 팀을 정말 좋아한다. 터키 쪽에 일본 선수들이 꽤 있고 트라브존스포르와 리제 등 에 카가와 신지 선수가 있나 보다. 오늘 에네스 본인이 카가와를 데리고 가기로 약속을 했다며 꼭 같이 가자고 옷과 신발까지 빌려줬다. 시간이 돼서 나도 옷을 주섬주섬 챙겨 축구장으로 향했다. 미니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가니 어느 실내 축구장인데 꽤나 시설이 크고 잘되어있었다. 샤워실도 있고 팀별 대기실도 따로 있다. 축구화를 대여해주는데 에네스가 가격을 물어봐줬더니 시설 운영하시는 아저씨가 한국인은 무료라면서 그냥 쓰란다. 정말 감사했고 그렇게 축구를 한판 했다.

 모두 20대인 이 친구들은 정말 거칠었고 황희찬만 21명인 것 같았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절대 패스는 없고 잡으면 그냥 다 해결이다. 키퍼도 무조건 롱패스, 게임 중에 고성과 언쟁도 잦고 쉽게 흥분한다. 부딪히면 갈비뼈 다 나갈 듯이 뛰는데 그 안에서 피곤 한티 감추면서 밥값 하느라고 고생했지만 한 골 넣어 면이 살았다. 조지아도 그랬지만 축구가 정말 거칠다. 끝나고 같이 다시 미니버스를 타러 걸어갔다.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친구는 없었지만 정말 정말 궁금한 게 많고 한국을 좋아하는 눈치였다. 계속해서 이것저것 물어봐주고 내가 동부 쿠르드족 지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하자 다들 자기가 아는 친구의 집에 머물게 해 주겠노라고 얘기를 한다. 다른 건 몰라도 너무너무 인간냄새나는 친구들이었다.

 그렇게 집에 녹초가 돼서 돌아왔고, 내일은 푹 쉬어야겠다 생각하고 하루를 마쳤다.

매거진의 이전글 S3#17 바투미로 가는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