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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dy May 28. 2019

S3#19 리제 구경

19.05.23 길 가다 만난 터키 한류의 산증인 에제

 열정의 호스트 에네스는 지금 병원 실습기간인지 병원으로 출근했다. 오후에 마치고 오면 같이 놀러 가자는 말을 남기고 그는 갔고, 나는 긴 휴식을 취했다. 방의 꿉꿉함이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아 사실 계속 뒤척였다. 라마단인 데다 집에 먹을 것도 마땅치 않았고, 주변에 마켓을 나가려고 해도 열쇠가 없고, 주방에 있는 것들을 먹으라고 했지만 사실 선뜻 손이 가질 않았다. 배고픔에 오후 3시쯤 에네스와 함께 집 밖을 나섰다.

 미니버스를 타고 시내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유심을 사는 일이었다. Turkcell이라는 곳이 제일 잘 터진다는 추천을 받고 갔지만, 3달 사용할 수 있는 유심에 1달간 6GB가 125라리였다. 25,000원이 넘는 가격에 주저하다가 밥부터 먹기로 했다. 비싸다고 미리 에네스가 말해줬지만 괜찮다고 하고 갔는데 생각보다 쌘 가격에 고민이 됐다. 버거킹은 다행히 라마단에도 영업을 해서 혼자 버거 세트를 하나 해치우고 다시 간 곳은 Turktelecom. 비슷한 이름이지만 7GB + 1GB 행사인 데다가 85리라 이기 때문에, 사실상 거의 반 값이다. 그리고 한 달 이상 머물 것 같은 터키에서 그 이후 탑업을 할 때도 저렴하기 때문에 이것으로 골랐다. 

뚠뚠한 댕댕이 그리고 투르크 텔레콤. 괜찮게 터진다.

 에네스는 자신의 학교로 나를 데리고 갔다. 미니버스로 또 조금 갔는데, 입구에서 여권을 맡기고 방문증을 받았다. 약간 작은 축제 같은 것이 진행 중이었고 비가 내리고 있었다. 물 위에 기름 같은 물감을 띄워서 모양을 잡고 종이를 대서 흡수시켜 그림을 만드는 인상적인 퍼포먼스도 있었다. 양궁도 있었고 배드민턴도 있었는데, 배드민턴 후 코트에 카디건을 놓고 한참 뒤에 찾는 소동도 있었다. 다행히 트라브존 지역은 그 이후에도 계속 들었지만 도둑이나 소매치기 등이 없어 호스트도 집에 문을 안 잠그고 다닌다.

 그러다가 지하 식당 겸 보드게임 겸 당구장 겸 플스도 있는 곳에서 만난 한 가나 친구와 말을 트고 영어로 오랜만에 이런저런 대화를 했다. 이 곳에서 유학 중인데 자기 친구들이 한국 사람들 좋아한다고 나와 사진을 찍고 싶어 했다. 그래서 같이 사진을 찍고 인스타도 교환하고 이 친구가 카디건을 찾는 것도 도와주었다. 그리고 에네스가 준비한 스케줄을 따라 친구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한 여자분이 말을 걸어왔다. 한국말이 유창한 그녀는 도서관에서 공부 중이다 멀리서 한국인인 것 같아 말을 걸고 싶어 왔다고 했다. 에네스와 그 친구가 기다리고 있어서 간단히 인사하고 반갑게 카톡만 나누고 헤어졌다.

 

샘 오취리도 아는 가나 친구

학교 앞 기숙사에 사는, 어제 같이 축구했던 친구 집에서 다른 많은 친구들과 저녁을 먹기로 했다. 거의 8명 정도가 왔는데, 올 때마다 덥수룩한 수염에 볼 뽀뽀를 시전 하며 반가워해 줬다. 그리고 저녁 후 그 에제라는 친구와 다시 만나기로 약속도 했다. 직접 만든 음식과 식사 후에는 꼭 차이 티를 곁들인다. 모두 쿠르드족이었던 친구들은 다시 한번 동쪽에 가면 연락하라고 모두와 인스타 친구를 맺고 귀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한 친구의 친한 여사친은 현재 인천에 있다고 소개해 주기도 했다.

식사 후 꼭 곁들이는 차이티와 터키 친구들


 그리고 열정의 호스트 에네스와 함께 해변으로 거닐기로 했고 그때 아까 만났던 에제도 함께 왔다. 에네스와는 사실 영어도 소통이 잘 안 되는 상태에다 한국어가 반가운 마음에 둘이 폭풍 대화를 했다. 알고 보니 블로그에서 내가 리제 검색을 하고 글쓴이가 와서 만났던 사람이 에제였다. 그 블로그에 나온 리 제라는 도시에 한국어를 하는 사람을 우연히 길가다, 아니 대학교에서 만나다니 정말 세상은 좁다. 착하게 살아야 한다 그래서. 그 이야기도 하면서 재미나게 걷고 차도 마시고 케이크도 먹었다. 물담배가 30리라 여서 해볼까 했는데, 비싸다며 에네스가 난색을 표해서 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에네스는 여러 가지로 형편이 넉넉해 보이지는 않았던 게, 11명의 형제가 있다는 고향 쿠르드 쪽 지방에서 한 달 생활비가 500달러라고 하니 그럴만하다. 기숙사도 200리라 니까 한 달에 2만 원 ~4만 원이라고 하는 것 같았다. 고마운 마음에 오늘 마신 것을 내가 다 계산했는데, 비싸지 않았지만 그 이후로 에네스는 본인 버스비도 내가 내는 단초가 되고 말았다.

 슬슬 에너지가 달리는지, 이제 돌아오면 정말 피곤하고 몸살 기가 올랑 말랑 하는 것 같아 약을 하나 먹고 잠에 든다. 내일은 트라브존으로 이동하기 위해 호스트와 미리 연락을 해두고 자기로 했다. 열정의 호스트 에네스가 내일도 본인과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한다. 나는 사실 빨리 트라브존으로 가고 싶었고 호스트가 기다린다고까지 말을 했다. 트라브존에서 기다리는 2명의 호스트가 있었는데, 오래 머물고 싶어서 오래 있을 수 있는 사람을 택했다. 조금 문제가 있었는데, 에네스가 마음대로 내가 갈 곳의 호스트를 알아내서 자기가 저녁에 보낼 테니 걱정 말라고 채팅을 한 것인데 너무 부담스럽고 조금 기분도 나빴다. 그리고 사실 그 호스트가 2순위였기 때문에 내일 간다고 얘기가 안되어있는 상황이었고, 2명과 연락을 하게 된 건 고맙게도 조지아는 거의 없었지만 터키에에서는 그래도 도시다 너 다섯 분이 호스트를 제안해 주었다. 순수하고 같이 더 있고 리제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알겠으나, 카우치서핑도 처음인 이 친구의 열정이 너무 과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래도 순수하게 더 베푸려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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