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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dy May 28. 2019

S3#20 트라브존 이동

19.05.24(금) 열정의 호스트 에네스

 아침 일찍 에네스는 오늘도 실습을 위해 나갔다. 오후 한 시에 올 예정인데 꼭꼭 보여주고 싶은 곳이 있고 그곳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가야 된다고 우겨서 그러기로 했다. 리제는 차밭으로 유명한 지역인데 사실 둘러본 곳이 없다. 그래서 라마단임에도 불구, 나는 밥을 챙겨 먹으로 고 한 배려다

에네스의 보금자리

 미니버스를 타고 시티센터로 향했다. 그리고 언덕 위로 올라가는 돌무쉬를 기다리고 있는데 에네스가 어딘가로 전화를 하더니 라마단으로 그곳에서도 아침식사가 안된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근처에서 햄버거를 먹었는데, 크기가 상당히 컸고 콜라까지 해서 3500원 정도를 지불했다. 본인은 안 먹으면서 같이 있어주는 그의 마음씨는 정말 착하다

여러가지 햄버거 가게가 터키에 많다. 크기는 와퍼 급

 

가격이 적혀있지만 읽을 수 없다

 산 위에 도착하니, 오늘도 날씨가 흐리고 궂지만 경치와 공기가 너무 맑고 좋다. 라마단이 불편하지만 그래서 사람들이 없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카페는 사실상 영업을 하지 않는 상태였다. 박칼린을 닮으신 여자 사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더니, 나를 자리로 안내한 에네스. 원래는 안되지만 멀리서 온 여행객을 위해 차를 대접하겠다고 하셨단다. 그리고 꽃보다 남자를 보신 한국을 사랑하신 분이고, 정말 배려 깊고 사려 깊고 조심스러운 분이셨다. 방해 안되게 맨 위에 좋은 자리에 우리를 앉혀주셨다. 

 말도 잘 안 통했지만, 너무 많은 것을 같이 하고 싶어 했던 에네스가 조금 부담스럽고 나는 피곤했다. 그래도 좋은 곳에 올라 조용히 휴식을 취할 수 있어서 좋았고, 경치와 분위기도 너무 좋았다. 사장님은 한국전쟁 등도 언급하시면서 터키와의 우호관계에 대해 얘기하시는데, 나와 에네스가 영어로 대화하는 줄 아셨지만 사실 사장님의 영어가 더욱 유창했다. 더군다나 스페셜 티로 내주셨다는데, 돈도 받지 않으셨다.

리제에 산 위 카페를 간다면 꼭 들르자!

 그리고 5시 즈음되어서 내려가기로 한다. 이 곳의 한적함이 좋았던 나는 걸어가자고 제안했고 그렇게 걸었다. 차밭과 여러 가지 들을 볼 수 있었고, 에네스가 조금 피곤해하는 것 같아 돌무쉬를 잡아 탄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얼른 가방을 들고 터미널로 간다. 먼저 트라브존 센터로 가는 버스를 잡아탔다. 거의 2시간을 달려서 어느 터미널에 내렸다. 호스트에 집은 Akcaabet이라는 악짜밧 이라고 발음되는 곳이었는데 이곳에서 다시 갈아타야 한다. 7시 즈음 어둠이 깔리면서 모르는 곳에 내리니 살짝 당황했다.

 다행히 유심이 있었기 때문에, 통화한 호스트가 일러준 위치로 이동해서 버스를 타기로 했다. 차장님과 통화를 한 호스트가 그 버스를 타라고 일러줬고, 이스탄불로 향하는 길에 나를 내려주는 식이었다. 그전에  굶주린 배를 채우고자 터미널 안 매점을 보는데 라마단 식사시간 직전이라 모두가 음식을 주문하고 종이 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사님들도 식사 후에 출발하는 눈치라 근처 햄버거 가게에서 얼른 버거를 먹고 차로 향했다.

  터키 버스는 상당히 좋았고 TV도 있고 의외였다. 그렇게 30분 정도를 달려서 어느 길에 내렸고, 호스트는 나를 차로 픽업을 와주었다. 암뤠 라는 친구였는데, 마침 9시에 리제와 트라브존의 축구경기가 있어 얼른 나를 집에 내려주고 본인은 친구들과 축구 경기를 보러 간다고 나갔다.

 흑해가 멀리 보이는 경치가 상당히 좋고 방도 4개에다 친구와 둘이 사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거의 퀄리티가 40평대 아파트 같은 곳이었다. 다만 언덕 높은 곳에 있어 차가 없으면 불편하지만, 흔쾌히 어딜 가던 픽업을 해주겠다고 호스트가 말해줘서 편하게 머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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