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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dy Jun 14. 2019

S3#33 테헤란

19.06.07 신라면 먹은 날

 호스트의 남동생 내외가 밤에 머물지 않고 떠나서 나 혼자 큰 방을 하나 썼다. 너무 고마운 배려였다. 아침열시쯤까지 늦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계속해서 감기 기운이 떨어지질 않는다. 산속이라 그런지 매우 춥다. 일어나자마자 다시는 누릴 수 없을 것 같은 이런 좋은 집을 기억하기 위해 열심히 곳곳 다양한 각도로 사진을 찍었다

 뭔가 있는 집들은 역시 담장의 높이가 다르다. 

 신나게 돌아가는 길, 파샴 시내로 접어드니 신호가 잡히고 메시지가 뭐 많진 않지만 그래도 쏟아져 들어오는데 숨통이 트이는 게 나는 확실히 핸드폰 중독자다. 운전하는 호스트도 중독이라고 놀린다. 

 재밌는 건 주유소가 있긴 하지만 어플이 있어 이렇게 트럭이 배달 형식으로 기름을 넣어주기도 한다고 한다. 교통질서가 또 새로운 개념으로 엉망인 나라인데, 가다가 트럭을 발견하고는 그냥 정차해서 넣는다. 신기했다.

 호스트는 남동생이 두 명이 있는데 오지 않았던 남동생이 나를 위해서 아시안 마켓에 가서 라면을 사 왔다고 했다. 파샴에서 도착해서 라면을 목이 빠져라고 기다렸다. 몇 시에 오나 궁금했지만 재촉은 할 수 없었던 터라 주린 배를 달래 가며 기다린 덕에 3시쯤 동생이 와서 라면을 던져줬고 걸신들린 사람처럼 끓여 먹었다.

 사진에도 있지만 호스트는 직접 김치를 담가먹는다고 했다. 보통 이란라면에 김치를 넣어서 김치라면으로 만들어 먹는다고 했는데, 비록 한국 맛에 비할 건 아니지만 감동스러우면서 맛도 괜찮아서 라면과 먹기 너무 좋았다.


거기다 밑에 재료는 동생에게 따로 부탁한 다시 김치를 새로 담글 재료를 모아둔 것이다.



 원래 알고 지내던 이란 친구를 다시 만나기로 해서 갔다. 어느 카페로 갔는데 밖에 앉기는 조금 더웠지만 분위기 있고 좋았다. 휴일이라 그런지 마치 명절 때 서울 거리처럼 한산했다. 

 물가가 너무 저렴해서 대접에 나온 파스타와 아메리카노 두 잔이 오천 원도 안 한다.


 영어 메뉴판이 없어서 빅스비를 켜봤다가 살며시 다시 내려놨다.


 생각보다 호스트와 한 시간이 너무 없어 이 친구와 헤어지고 8시에 호스트를 만나기로 했는데, 처음으로 스냅 기사와 길이 엇갈리고 난리난리 친 통에 9시에 도착해서 호스트 가족을 한 시간 기다리게 했다.

 그 와중에 호스트는 나를 위해 떡볶이까지 만들어 놓았는데 정말 감동감동이었다. 물론 맛은 조금 넘기기 힘들어서 우리 나가야 하니 다음에 먹을게!라고 하고 하나만 겨우 넘기고 말았지만 말이다.

호스트 빌라의 주차장 차들은 다 한국 차이다..

 토찰 산 그런 발음으로 불리는 산이 있는데, 토찰? 거기를 가려고 하다가 가는 길에 차가 너무 막혀서 돌려서 대형 쇼핑몰이 있는 공항 근처 어느 곳으로 갔다. 거기 역시도 사람이 정말 많았는데, 귀여운 호스트와 아기와 밖에 앉아서 피자와 포테이토 칩을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정말 너무 많은 걸 베풀어주는 호스트인지라 계산을 내가 하겠다고 말할 틈도 없다. 참 미안하고 고마운 사람이다. 따지고 보면 나이 차이도 사실 얼마 안 나는데, 속으로는 참 머쓱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최소한의 성의라도 보이며 고맙다고 할 뿐이었다. 카우치서핑의 본질이 이런 건 아니지만 일단 이 곳 이란 테헤란에서만큼은 운이 매우 좋다.

 정말 정말 큰 쇼핑몰이었는데, 지나가다 명품샵을 지나며 이제는 환율이 너무너무 많이 올라서 살 수가 없다며 한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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