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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dy Jun 29. 2019

S3#41 이맘광장

19.06.15 이란 이스파한

 테헤란에서 이란에 대한 인터뷰로 유튜브 영상이 올라가고 난 후 심심찮은 이란인들의 쪽지를 받는다. 서로 영어가 잘 안되지만 한국어를 하는 분들이 이스파한에도 있어 마침 시간이 맞아 같이 만나기로 했다. 나도 가이드를 받고 그 친구들도 한국어를 같이 연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낮에 먼저 가서 카페 같은 곳에서 기다리기로 했고 4시에 그들을 만나기로 했다.

 도착한 이맘광장은 정말 넓었다. 폴로 경기가 있었고 천안문 광장 다음으로 큰 광장이라는데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뭔가 화려한 모스크와 성이 동서남북 네 방향에 있다. 너무 더워서 카페를 찾았지만 노천식으로 앉아서 차를 마시는 그런 곳은 없었다. 그래서 찾아들어간 곳에서 뜻하지 않은 인종차별과 눈을 찢으며 놀려대는 고등학생쯤 돼 보이는 여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더니 옆에 어른들까지 가세해서 칭총 거리면서 카페 안의 모두가 하나 되어 나를 놀려대기 시작했다. 인도 같은 길거리에서 지나가면서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분위기인 것이 약간은 폐쇄돼있는 공간 안에서 모두가 나를 향해 하나같이 놀려대니 이거 영 기분이 더러웠다. 물론 이것 역시도 대단한 차별이지만, 뭔가 우월하고 나보다 나은 존재가 그랬다면 상처요 분노가 들끓겠지만 그냥 가엽고 병신 같아 보였다. 내가 우월하다고 자기 위로를 하면서 찰지게 앞에서도 한국어로 욕을 했지만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그 기억이 스멀스멀 되살아 나는 게 영 찝찝하다.

 진짜 좋은 기억 100개가 나쁜 기억 하나로 역전된다는 것이 이런 것 같았다. 그 친구들을 그냥 만나지 말까도 생각들 정도로 조금 짜증 났었지만 도착한 그 친구들은 정말 착한 친구들이었다.

 요기조기 둘러봤다. 북쪽에 있는 곳만 제외하고 3방향에 있는 성과 모스크를 다 둘러봤다. 처음에 2명이 왔고 한 명씩 볼일을 마치고 와서 5명이 왔다. 같이 다니는 통에 모두가 쳐다보고 예의를 차리며 길이 있으며 두 손으로 먼저 가라고 양보하는 통에 조금 민망한 상황도 많았다. 그래도 한국말로 설명도 듣고 얘기를 할 수 있어서 참 편했고 그들도 나와 한국어를 연습할 수 있어서 좋아했음 하는 바람이다.

 이맘광장과 그 주변은 참으로 둘러볼 만하다. 다만 더우니 오전에 둘러보는 것이 좋겠다.

 관람 후 근처 예쁜 카페로 갔다. 에어컨이 있는 곳이 드물다. 6시가 넘었지만 참으로 덥다. 이 친구들에게 대접하고 싶어서 화장실을 간다고 속여가면서까지 카운터로 진입을 시도했지만 실패해서 계산을 할 수가 없었다. 카운터에서도 한맘이 되어서 내 돈을 받아주지도 않고 사실 여행자들이나 현금을 내지 거의 모두가 카드계산을 하는 분위기라 잔돈이 대부분 없기도 하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이란은 참 따뜻한 나라다. 아까 그 카페에 있던 사람들만 빼고. 아 열 받아.

 8시 30분에 U20 우크라이나와 결승전이 있었다. 더 있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럴 수 없었고, 모두가 다른 방향임에도 지하철로 나를 데려다줬다. 반대 방향인 것도 나중에 알았다. 너무너무 정말 정말 매우 매우 고마운 친구들과 헤어졌고, 내일은 점심 초대를 받았다. 사실 저녁에  초대했지만 내일 시라즈로 갈 예정이라 점심에 만나기로 했다. 그리고 지하철은 사진을 못 찍게 했다가 한 장만 찍게 해 줬으니 조심하는 것이 좋다.

고마운 친구들!

 이란 분들은 정말 쉽게 집으로 손님을 초대하는 문화인 것 같다. 숱한 초대를 받았고 항상 풍성한 음식을 먹었다.

 축구는...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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