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ddy Sep 01. 2019

S3#53 칸도반 마을과 타브리즈 구경

19.06.27 (목) 참을 인

 지금 생각해보니 목, 금을 주말로 새는 이란의 토요일쯤 되는 날이었나 보다.

 아침 일찍 감히 조식이라고 부르는 호스텔에서 주는 무언가를 먹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사실 허섭 하기 그지없는 곳이지만 이란에서 이 정도도 감지덕지가 아닐까 싶다. 구분은 잘 안되지만 비슷한 수염이 덥수룩한 아랍 계통 분들이 많이 계신다. 간단히 빵조가리로 배를 채우고 나온다.

 어제 만난 잘생긴 친구가 친구의 차로 나를 데리러 왔다. 어제 만난 친구들 중에 나와 같이 칸도반을 갈 수 있는 사람을 섭외하겠다고 했는데, 어떤 한 친구가 온 것이다. 참 고마웠다. 한 시간가량을 달려 칸도반에 도착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주차장이 붐볐던 것도 아마 주말이라 그랬을 것이다. 그래도 아침 일찍 출발한 덕분에 아주 붐빌 때 빠져나올 수 있었다.

 개미굴 같은 집들이 즐비하다. 규모도 아주 작고 한 시간 정도 둘러보고 나면 할 게 없다. 카파도키아와 비교하지만, 여기는 앵글이 비치는 한 부분이 전부다. 숙박할 이유는 사실 더더욱 없고, 이 정도인 줄 알았으면 안 갔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신기한 풍경임은 확실하고, 카파도키아는 실 거주민이 없지만 여기는 아직도 실 거주민들이 살고 계신다. 물론 다 상점으로 바뀐 뒤지만

 겨울에는 많이 추우 신지 재미난 방한용품이 많다. 낙타털 인지 그런 걸로 만드는지 이 곳에서 겨울을 나실 때 쓰는 용품인지 모르겠지만 한여름에도 고집 있게 방한용품을 파신다. 

이쁘긴하다..사진으로 보니까

 같이 온 친구.. 이름은 기억을 잘 못하는데 진짜 키가 190이 넘는 거인이었다. 너무너무 착한 친구, 영어를 둘 다 못해 어버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8척의 관우랄까 진짜 거인.

 그리고 칸도반 마을 앞에 개울이 흐르고 건너면 바로 마치 양평이나 흔한 우리나라 계곡 같은 곳에 백숙집처럼 식당들이 즐비하다. 아주 관광지화 돼서 사실 기대처럼 미지의 마을을 구경하는 느낌이 덜 하는 큰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아침이 부실해서 그곳에서 케밥을 먹기로 했다. 카우치서핑에서 만난 친구는 자기는 안 먹을 테니 친구를 밥을 사주라 한다. 케밥 두 개 밥하나 음료 시켰더니 세상에, 5천 원이나 나와서 쿨하게 냈다.


고봉밥에 항상 버터가 나오는데, 저거 녹여서 비벼먹으면 정말 맛있다. 요거트가 소스처럼 나오고 이 분들은 밥하고 같이 드심

 가는 길에 잠이 부족했던 나는 꾸벅꾸벅 졸았다. 사실 이 친구들은 나하고 많은 것을 하고 싶어 했는데, 인스타그램으로 아주 열렬히 연락을 왔던 친구들을 저녁에 만나기로 했고, 피곤한 나는 다음을 기약하고 호스텔 앞에서 헤어졌다. 

 그리고 호텔에서 조금 일이 있었다. 가만히 잘 있던 방을 바꾸란다. 위층으로 가라는데 도무지 이유를 알 수가 없다. 피곤해서 누웠는데, 펼쳐놓은 짐을 들고 옮기라니 솔직히 조금, 아니 많이 짜증이 났다. 그 직원이 무슨 잘못이 있을까 싶지만, 뭔가 조금 이란에 지쳐가는 느낌이 든다. 항상 뭔가 부족하고 모자란 이 곳, 피곤하고 더운 날에 에어컨도 없는 방에서 몸에 물묻혀가며 겨우겨우 잠들어 있는데, 짐을 들고 방을 옮기려니 솔직히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5시 즈음돼서 약속한 친구와 약속된 장소로 갔다. 찍어준 장소로 스냅을 타고 갔다. 배가 너무 고팠는데, 그 친구가 장소를 잘못 찍어줬다. 다시 장소를 검색해서 스냅을 찍고 가면 되기도 하지만, 이런 일에 지쳐서인지 순간 그냥 돌아 갈까도 생각했다. 우리나라처럼 다시 검색해서 부르면 되는 것 같지만, 인터넷이 기본적으로 많이 느린 데다 뭔가 옛날 브라운관 티브이 보듯이 신호가 붙었다 떨어졌다 하면서 어떤 어플을 막혀있는 경우가 있어 VPN을 틀어야 하고, 날은 덥고 앉을 곳은 없고 그래서 기분이 정말  다운됐다. 사실 얼굴도 모르는 친구지만, 미안하지만 네가 오지 않을 거면 나는 가겠다고 했다. 내가 잘못 간 게 아닌데 움직이고 싶지 않고 배고파서 나는 뭘 먹어야겠다고 얘기하고 올 거면 오고 말 거면 말라했다.  그리고 나는 주변 식당을 찾아 헤맸다. 

 그러나 망할.. 대부분의 식당은 해가 지고 한 8시가 되고서야 영업을 시작한다. 짜증을 내기에 모든 것이 완벽했다. 무더위를 참아가며 천신만고 끝에 찾은 햄버거집, 문 앞 포스터에 있는 맛난 치킨버거를 주문했지만, 없단다. 그냥 이란식 샌드위치 같은 것밖에 없다고 한다. 흔히 있듯이 또 자기들끼리 히히덕거리며 칭칭 뭐라고 떠드는 것도 부아가 치민다. 그냥 됐다 그러고 나왔다. 그 친구를 만났고, 여차저차 어떤 곳으로 이동했다. 스냅을 타고 어떤 카페로 이동해서 다른 한 친구를 기다렸다.

영어가 유창한 핑크색 머리를 한 친구였다. 알고 보니 가발이었고 머리는 거의 반삭발을 한 상태였다. 아무튼 시큰둥한 기분이 풀리지가 않았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미안하지만 너무 지쳤고 마지막 날이라 돈도 다 썼어야 했기에 그냥 나는 맛있는 소고기 스테이크 같은 것을 먹고 가고 싶다. 다른 친구가 아버지의 차를 타고 왔는데, 그 아버지의 차를 타고 어딘가로 이동했다. 아버지는 딸이 한국인과 교류하는 것이 신기하고 대견했는지, 짧은 영어르 한국 칭찬을 늘어놓으시고는, 한국에 꼭 보낼 거라고 하신다. 감사 인사를 하고 어떤 시내에 내렸다. 친구들이 카페와 그 근처에서 먹겠다는 나를 만류하고 데려온 곳인데, 그 식당도 문을 닫아서 영업을 안 한다. 정말 모든 것이 나를 엿먹이기 위한 하루 같았다. 쫄쫄 굶은 배를 잡고서는 양고기 냄새가 더 이상 싫었던 다는 아무 햄버거라고 먹자고 했다. 옆 카페가 다행히 장사를 해서 그곳에서 피자와 햄버거를 먹었다. 그러고는 이 친구들이 나가서 어디서 스테이크를 사 왔다. 중간에 그 친구의 언니도 와서 인사를 하고 가고 아무튼 그렇게 겨우 끼니를 해결했다.

 이란에 그리고 이란 사람에 조금 지친 마음을 풀어보려고 해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저기압일 때는 고기 앞으로 가 정답인지 그래도 먹고 그 앞 어떤 공원을 걷는데, 얘기를 하다 보니 조금씩 마음이 풀린다. '그래 즐기자..(비속어)'를 되뇌며 마음을 잡는다. 그래 사실 좋은 기억이 더 많았다.

 그리고 결정적인 이유는 이 친구들.. 16살 17살이었다. 20대 중반 즈음되는 줄 알고 앙탈을 부린 건데, 한참 애들을 상대로 내가 뭐했나 싶어서 좀 미안했다.

 큰 공원이 있는데 그곳에서 스피도 보트도 탔다. 역시 스피드 있게 달리는 것들은 재미가 있다. 그리고 그 옆에 간단하지만 큰 놀이공원이 있었다. 신나게 탔다 정말. 그리고 이 친구들마저도 돈을 못 내게 한다. 아무리 내고 싶어도 다시 가방에 돈을 꽂아버리고 상점에서도 하나가 돼서 돈을 안 받아버리니 뭐 어떻게 돈을 쓸 재간이 없다. 이 돈을 다 쓰고 가야 한다고 설명을 해도 소용없다.

 애들 앞에서 죽상을 하고 있었던 게 참 부끄러웠다. 감정이라는 게 순간에 조절 못하고 표현해버리면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긍정적이고 기쁜 감정은 예외다.

 언제 그랬냐는 듯 미친 듯이 놀이기구를 탔다. Kpop 쪽으로 해서 유명한 친구들이었다. 팔로워가 5만 이상되는 셀럽이었는데, 한 친구는 댄스팀을 이끄는 친구였고 한 친구는 구매대행 같은 것도 하는 사업가 같은 친구였다. 어리지만. 정말 즐겁게 놀았다. 다시 아버지가 데리러 오셨고, 멀리 보이는 어떤 산 같은 곳에 내려주셨다. 핑크머리 친구만 남아서 같이 옥수수를 먹으며 노래를 들으며 이야기를 했다.

 많은 차들과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와서 피크닉을 즐기고 있었다. 9시 즈음이었는데, 옥수수를 하나 집어 들고 앉아서 친구가 좋아하는 케이팝을 들으며 앉아있었다. 약간 늦은 시간 여자가 핑크머리를 하고 외국 인하고 앉아있어서일까, 사람들이 많이 쳐다본다. 하나 둘 아재들이 말을 걸더니 별로 좋은 것 같지 않아, 가자고 했다.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이란 스타일

 집 옆에 디저트 집이 있다. 며칠 갔더니 알아보시고 주스였나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었다. 이란 아이스크림 정말 맛없다. 그렇게 호텔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S3#52 타브리즈 가는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