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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dy Jul 06. 2020

S#60 카파도키아 그린투어

19.07.04 거의 뭐 사기에 가까운 투어

 약간의 숙취와 함께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난다. 카파도키아에서 거의 9할이 아침에 찍는 사진이기 때문에, 많은 인원이 그 시간에 일어나 움직인다. 부랴부랴 나가니 일찌감치 떠있는 벌룬도 있다. 몇 번 사고가 있어서 조금만 날씨가 안 좋아도 안 뜬다니 항상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인도에서 만났던 동행을 만났다. 다른 일행들과 사진을 찍고 있었고, 반갑게 인사했다. 그냥 구글맵에 나와있는 마을 옆 뷰포인트로 올라가면 되고 어디서 보던 이쁘다. 진짜 이쁘다. 그 기이한 지형과 그곳을 떠다니는 벌룬이 주는 그 느낌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바간에서 비슷한 장면을 봤었는데 벌룬이 뜨는 모습은 참 이쁘다. 느릿느릿 움직이는 벌룬과 동이 터오는 여명과 그 지형들... 어떻게 찍어도 작품이 나온다.

 근데 사실 이 날을 마지막으로 더 오지 못했다(근데 대부분 그렇다). 7월의 새벽도 패딩을 입을 정도로 춥다. 여자분들은 원피스를 입고도 찍으시는데, 이쁜 옷 준비해서 와서 찍으면 좋긴 하다.

이쁘다
예쁘다
멋지다
아직도 폰 배경화면이다

 오늘을 함께 하기로 했던 동행들도 올라와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 벌룬을 다 보고 나도 6시 30분이 채 안되기 때문에, 바로 일정을 시작하기는 무리가 있고 다들 보통 흩어져서 좀 더 자고 나온다. 보통의 호텔들 조식도 7시 30분은 돼야 주기 때문에, 숙소로 가서 조금 더 눈을 붙이고 나왔다. 준비했던 라면을 먹고 일행을 만나러 간다.

 괴레메 마을에서 버스를 타고 네브셰히르 어딘가로 간다. 카우치서핑에서 만난 알리라는 아저씨가 본인은 취미로 여행객들을 만나는 게 좋아서 같이 투어를 하자고 한다. 영어도 곧잘 통해서 우리 그린투어 비슷한 걸 하고 싶고 여러 가지를 조율해서 만나기로 했다. 기름값 등의 여비는 우리가 부담할 생각으로 갔다는 얘긴데, 만나고 나니 좀 말이 달랐다. 호스텔에서 30유로 혹은 33유로에 하는 투어를 거의 뭐 50유로에 싸게 해준다고 한다. 진짜 짜증이 났다. 참 아랍이나 터키 이런 쪽에 보면 거짓말을 뻔뻔히 잘하는 속성이 있다. 부끄러워서 하지 못할 얘기를 되려 엄청난 에너지로 쏟아내 버리니 내 머리가 더 혼란스럽다. 같이 온 일행들에게 참 부끄럽고 미안했다. 조율해서 25유로 정도에 출발을 했다. 참 찜찜한 출발이었다.

 우리가 정한 코스는 데란 쿠유 지하 마을 말고 가지에미르 지하 도시였다.

 도착하고 보니, 사람이 우리밖에 없고 그 넓은 곳을 우리만 구경하니 진짜 재밌었다. 입장료도 데란 쿠유의 거의 1/5 수준 10리라였다. 카파도키아에 간다면, 렌트를 해서 이곳을 둘러보는 게 이득이다. 동행의 말로는 데란쿠유는 사람에 치어 거의 구경하기 힘들다고 한다.

 이 근처에는 석회 지형이 즐비하고, 달리는 동안 진짜 너무 멋진 들판들이 지평선 끝까지 펼쳐져 몇 번이고 세우고 사진을 찍고 싶었다. 찍지 않아도 그냥 타프나 나무 그늘 밑에 들어가 멍하니 들판을 바라보고 싶은 그런 풍경들이 많았다. 종교 박해를 피해서 모인 사람들이 판 것이 지하도시의 유래라고 하는데, 규모가 정말 어마어마하다.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당시엔 절박함이었겠지만 관광객들에게는 참 새로운 경험이었다.

 다 둘러보고 으흐랄라 계곡으로 간다. 가는 길에 좋은 식당이 있다고 추천받아 함께 갔다. 사실 밥을 사주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는데, 밥을 시켜달란다. 식당은 마치 어디 북한산 계곡에 있는 백숙집처럼 물가에 분수와 함께 자리했다. 일행들과 알리 사이에서 참 난감했던 나는 잘 중재해서 알리 밥도 하나 시켰다. 어린 두 친구들이 잘 이해해줘서 미안하고 고마웠다. 

 한 조지아에서부터였나, 관광지에서는 밥 한 그릇이 애매하게 싼 것도 비싼 것도 아니게 한 7천 원 즈음 하는데 이게 배가 부르지가 않아서 참 애매하다. 

알리의 얼굴은 싣지 않는다

 밥을 다 먹고 으흘랄라계곡으로 갔다. 알리는 차에 남겠다고 했고 우리는 내려 가보기로 했다. 오늘 아침부터 벌룬을 보고 온 탓인지 모두가 조금 피곤해했다. 이곳도 입장료가 50리라 즈음한다. 파묵칼레 히에라폴리스와 셀축에 가서 많은 유적을 볼 예정이 있어서 싸지 않은 입장료에 고민을 했다. 그러다가 15일짜리 뮤지엄 패스 315리라에 샀는데, 이거 절대로 본전을 뽑을 수 없으니 사지 말도록 하자. 보통 정기권을 끊으면 확연하게 아끼는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그 멀리 카파도키아에서부터 파묵칼레, 셀축, 이스탄불에 웬만한 유적을 다, 모두 싹 다 둘러봐야 겨우 본전이 될까 말까이다. 참 터키의 이상한 정책이다. 덕분에 15일 동안 본전 생각 때문에 바삐 움직이기는 했다.

 으흘랄라 계곡 역시 박해를 피해 모인 사람들이 굴을 파고 살던 곳이라는데 정말 장관이다. 규모가 커서 일찌감치 와서 트래킹을 하도 괜찮겠다 싶었다. 아르메니아의 가르니 신전 밑에 주상절리 지형 하고 비슷하다. 먼저는 긴 계단을 내려가야 하는데, 내려가서 일행에게 양해를 구하고 10분간 눈을 붙였다. 그리고 트래킹을 시작한다. 그러나 별로 관심이 없는 두 여인은 대충 사진 찍고 가기를 종용한다. 

 지도를 봐도 그렇고 트래킹 길이 길게는 거의 10km 구간까지 만들어져 있어 한번 쭉 걸어보고 싶은 맘이 든다. 계곡도 흐르고 그늘도 많아서 참 탐나는 트래킹 구간이었다.


으흘랄라 계곡을 다 보고 높은 계단을 다시 올라 알리에게로 간다. 1시간 반 정도 지났는데, 입을 모아 알리가 우리를 버리고 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사실 말도 안 되는 가격이었고, 30유로에 입장료 식사가 포함이니 투어를 하는 것이 이득이고, 3명 이상이라면 꼭 차를 렌트해서 하도록 하자. 아쉽게도 알리는 아직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우리는 마지막 코스 셀리메 수도원으로 향했다.

 두 친구는 너무 피곤해서 차에 남기로 했다. 곯아떨어졌고 나는 혼자 올라갔다.

 스타워즈의 촬영지로 알려져 있던데 그건 아니고 스타워즈의 발상지라고 한다. 혼자라도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외계행성이 떨어진 느낌이 들 정도로 신기하고 신비로운 지형이다. 크기도 제법 커서 그린투어를 자력으로 한다면 이곳도 꼭 코스에 넣도록 하자. 이곳도 입장료가 있었지만, 이후는 뮤지엄 패스를 써서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다 둘러보고 다시 알리가 드롭해줬던 장소로 간다. 이것도 생각해보면 괴레메 마을에서 픽업받아 다 포함해서 다녀오는 투어가 정말 개이득이다. 그곳에 가는 동안도 진짜 말도 안 되는 농담으로 우릴 피곤하게 했다. 나는 자는 척을 했고 돈을 무리하게 요구하던 그의 거짓말을 본 이후로 전혀 선의나 그의 순수함이 느껴지지 않았고 이후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받는 사람의 입장으로서만 충실했다.

 그와 아주 찜찜한 인사를 나누고 그는 우리에게 영어로 된 코란을 선물했다. 그러면서 갑자기 이슬람 얘기를 하기 시작하는데 진짜 부아가 치밀어서 바이하고 돌아섰다. 그리곤 셋이 함께 쓰레기통에 그것을 버린 것은 비밀. 근처 도미노피자로 갔다. 괴레메 마을에 가면 음식도 한정적이고 비싸서 찾았는데 마침 근처에 있었다. 근데 정말 이득인 게 50리라면 콜라 대자에 피자도 패밀리 사이즈라 이렇게 먹으면 3명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네브셰히르에 있는 도미노피자가 괴레메까지 배달이 된다고 하니, 구글맵으로 찾아서 괴레메 마을에서 시켜먹는 것도 이득이다.

 매장 안에 들어서니 동양인이라고 낄낄거리면서 뭐라 한 것도 들었지만, 동행들이 눈치 못 챈 거 같아서 그냥 넘어갔다. 너무 배고프고 지쳐있던 터라 진짜 맛있게 먹고 나서 다시 버스를 타고 마을로 돌아갔다.

 와인을 사서, 뷰포인트로 올라갔다. 카메라가 영 거시기해서 그렇지만, 꽤나 이쁘고 저 멀리 보이는 것이 아마 우치사르 성이다. 거 기거 인도에서 만났던 동행하고 다시 만났다. 와인을 마시고 내려왔다.

 오늘 함께했던 동행들하고 꽤나 재밌는 여행을 했다. 노인네 하나 데리고 다녀줘서 정말 고마웠고, 사실 내가 너무 짠 여행을 하느라 아끼는 바람에 같이 하고 싶은걸 못한 것 같아 정말 미안했지만 그런 티 하나 안 내고 괜찮다고 하니 더 미안하고 고맙고 뭐 그랬다. 아쉽게도 한 명은 내일 다른 마을로 떠나기로 했고 다른 한 명과 레드 투어를 하기로 했다. 오토바이를 알아보다 인도에서 만났던 친구가 자동차 렌트가 저렴하고 좋다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오토바이가 140이면 자동차가 170리라이니 뭐 안 할 이유가 없다. 

 내일을 약속하고 내려와서 맥주를 몇 잔 더 마시고 잠을 청했다. 사실 아침에 또 벌룬을 보려면 일찍 자야 하는데 이상하게 한 번 보고 나면 사람들이 그다음부터는 잘 일어나려고 안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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