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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dy Jul 06. 2020

S3#61 카파도키아 레드 투어

19.07.05 (금)

 카파도키아에서 독특한 숙소가 있다면, 이 지형을 뚫고 만든 동굴 숙소인데 어설프게 따라한 호스텔들이 많다. 근데 가루가 너무너무 많이 떨어져서 2층 침대는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온통 가루 범벅이 되고 공기도 안 좋고 여하튼 운치 있어 보이긴 하는데 실상은 엉망이다. 천장에서 계속 가루가 떨어져 내린다.

 오늘은 자동차를 렌트해서 레드 투어를 하기로 했다. 조금 느지막이 나가서 같이 점심 겸 아침을 먹었다. 터키 아주머니가 하는 한식집인데, 비싸긴 하지만 맛은 꽤나 있다. 후기를 잘 읽었었어야 했는데 라면은 대용량 수프만 쓰시고 다른 면을 써서 신라면 맛이 안 나니 주의해야 한다. 해장 겸 아점 겸 맛있게 먹고, 오늘 떠나는 일행과는 인사를 나누고 렌트 샵으로 향했다. 170에 현대 아이텐 오토를 렌트했다. 환율 따져봐도 4만 원이 안되는데 오토에 24시간이면 아무래도 오토바이나 투어 하는 것보다 정말 이득이다. 터키 정도면 네이버 카페에서 동행을 구할만하니 3명 이상을 모아서 꼭 렌터카를 구해서 투어를 하는 게 좋다.



 

이건 진짜 말도 안되는 숙소다
한식집, 어린 딸이 서빙하는데 진짜 귀여워 죽을뻔. 터키 내외분이 하니 맛이 조금 달라도 이해하자

 첫 번째로 간 곳은 스머프 마을이다. 근교에 이런 곳들이 많은데, 풍화와 침식으로 조금씩 다른 모양이 있고 이 곳의 이름은 뭐 그러하다. 중국인이 정말 많고 무지하게 더웠다. 요리조리 사진을 찍어주고 차로 돌아왔다.

 두 번째로 간 곳은 야외박물관이라고 불리는 곳인데, 정말 멋있었다. 으흘랄라하고는 다른 느낌에다 정말 광활하고 커서 꼭 가볼만하다. 여기도 시간이 있으면 트레킹을 해보고 싶었다. 정말 무슨 데스 로드를 가는 듯한, 태양 아래 그늘도 없는 사막 같았고 그 양쪽에 수많은 동굴들이 느끼을 더한다. 신나게 사진을 찍고 돌아왔다.

 오픈 에어 뮤지엄을 다 둘러보고, 아바노스라는 마을로 향했다. 가는 길에 보기 드물게 이 지방도시에 스타벅스가 있다. 주차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세 바퀴를 돌고 일행이 가서 커피를 사 왔다. 운전하는 게 고맙다며 사준 커피를 사양하지 않고 받아 든다. 배가 고파서 이 곳에서 케밥집을 걷고 걸어서 들어가서 먹었다. 터키 음식점이 다 거기서 거기라.. 피데 라는 피자가 있고 케밥 사실 거의 두 가지뿐이다. 뭔가 없을까 찾고 찾다 결국 케밥을 먹었다. 해프닝이 있었는데, 먹고 아무 생각 없이 길을 나서고 보니 계산을 안 한 것이다. 친절한 아저씨였는데, 우리는 다시 돌아가서 값을 냈지만, 아주 얼굴이 상기되신 아저씨는 경찰을 부를뻔했다며 마구 나무라셨다. 민망했다.

 너무 피곤해서 벤치에서 10분 정도 졸고 다음 장소를 향해 가는데, 길에서 피테라는 피자 같은 음식을 드시던 분들이 우리에게 피데 엄청 큰 한 조각을 주셨다. 배가 불러 먹지 못했지만, 참 외향적인 터키분들이 때로는 밉다가도 고마운 순간이다.

 가는 길 곳곳이 정말 그림 같았다. 가다가 너른 벌판에 차를 세웠다. 차가 들어가기 정말 힘들었는데, 사진 하나 찍어보겠다는 일념 하에 진입한다. 죽어있는 나무가 있었고 우리는 아프리카 같다며 정신없이 셔터를 눌렀다. 지나고 보니 뭐 쓸만한 사진은 없었지만, 가다가 맘대로 서서 시간을 보낸다는 그 자체에 집중했다.

  


 낙타바위가 있다는 곳으로 향했다. 정말 낙타 같은 바위가 있었고, 뭐 비슷한 지형이긴 하지만 또 느낌은 색다르다. 입장료는 없었고 이 곳을 떠날 때 즈음 6시가 되었다. 일몰은 로즈밸리라는 곳으로 가기로 했다.

 노을 때 장미처럼 물든다고 해서 로즈밸리인데,  ATV를 타고 무슨 추석날 귀경행렬처럼 사람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조금 일찍 도착한 우리는 자리를 맨 앞에 잡고 타임랩스를 찍었다. 찍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니 노을보다 사람 구경이 더 재밌는 것 같아 사람 사진을 더 많이 찍었다.

 아마 패키지로 와서 단체로 ATV를 빌려 줄지어 오신모 양. 밑에는 현지 가이드들이 지나가는 여자를 뒤에 태우고서는 곡예운전을 하면서 가오를 잡고 있다. 저녁이 되어 해가 질 때쯤 되니 쌀쌀하다.

 준비해 온 조그 마하 와인을 맛만 보고 내려간다.

돌아가는 행렬.. 진짜 사람 엄청많다

 마을로 돌아가 저녁을 먹고 일찌감치 잤다. 내일은 카파도키아 마지막 날이기 때문에, 아침 일출도 보고 반납까지 남은 3~4시간 동안 근처를 더 둘러볼 요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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