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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dy Jul 02. 2020

S3#59 카파도키아 둘러보기

19.07.03 (수) 극 관광지의 모습

 거의 동이 트고 나서야 카이세리라는 곳에 도착한다. 터키에서 참으로 유명한 카파도키아, 네브셰히르라는 곳과 카이세리라는 곳의 사이에 있고 정확한 지명은 괴레메라고 한다. 그러니까 서쪽에서 이스탄불이나 이런 곳에서 오면 버스로 한 번에 괴레메까지 갈 수 있겠지만, 터키가 카파도키아를 기준으로 그 동쪽으로는 여행객들이 잘 안 가기 때문에 동에서 괴레메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중간에 갈아타야 하는데, 새벽에 갈아탈 수가 없으니 제일 인접한 도시인 카이세리까지 한 번에 왔다. 참깨 빵을 먹으면서 괴레메로 갈 수 있는 버스를 찾는다. 비몽사몽이지만 터키는 소지품 잃어버리거나 하는 등의 위험이 아주 많은 곳이 아니라 다행이다. 이곳의 터미널도 참 크고 깔끔하고 거의 요금도 정해져 있어 바가지 쓸 일은 없다. 옆에서 다들 많이 도와주신다.

 그리고 드디어 도착한 카파도키아! 슬슬 중국인이 보인다. 단기 여행자들을 만나면 순간의 현타가 찾아온다. 후줄근하고 텅 비어 꼬르륵 소리 나는 위장이 부끄러워진다. 사진 찍는다고 진짜 엄청 이쁘게 들 하고 오는데 확실히 중국인들과 한국인들의 스타일은 아직 많이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차를 내린 곳에서 두리번거리니 아이스크림 파는 아저씨가 한국말로 호객을 하시면서 길을 알려주신다. 예약해둔 호스텔로 간다. 카파도키아 쪽 호스텔은 꽤나 비싸다. 거의 1박에 만원을 넘는다. 

 호스텔로 가니 정말 이뻤다. 반전이 있었지만 지하에 위치한 도미토리가 꽤나 그럴싸해 보였고 동굴 형식으로 돼서 석회 지형이 유명한 이곳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었다. 멀리서 오니 몸이 으슬으슬하고 느낌이 안 좋아 얼른 씻고 한숨 잤다. 이상한 석유냄새와 소음 때문에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배가 고파졌다. 대충 검색해보니 물가가 장난이 아니다. 몸도 으슬하니 좀 얼큰한 걸 먹고 싶은데 한식당은 너무 비쌌다. 찾다 보니 항아리 케밥이라고 한국인에게 잘 맞는다는 집이 있어 그리로 향한다.

 전형적인 관광지라 정말 많은 레스토랑이 있다. 역시나 백인 위주의 식당이 많은데, 중국인도 정말 많아서 아예 중국어로 된 식당도 참 많다. 가는 길에 메뉴판을 보니 보통 식사하면 만 오천 원을 넘긴다. 확실히 관광지에 왔구나 싶었다. 항아리 케밥까지 가는 길에 포장해서 가는 두룸(케밥이라는 것을 구이 자체를 말하고 그 안에 많은 종류 중에 우리나라에서 알고 있는 케밥은 두룸이라고 하는 것임) 이 15리라 내외인 것을 보고 앞으로는 저기서만 먹어야겠다고 생각한다.

 항아리케밥은 할아버지로 보이는 사장님이 직접 항아리를 깨는 퍼포먼스까지 보여주시면서 해주시는데, 간단히 말해서 양도 맛도 그냥 그랬다. 단기 여행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흥미로운 식사겠지만, 생존을 위해 먹는 나에게는  망치질할 값에 밥알을 좀 더 주셨으면 했다.

 그래도 따뜻하게 국물도 있어서 한 끼를 때우고 나선다.

 카파도키아의 꽃은 아침에 보는 벌룬을 보는 것이다. 본다기보다는 사진을 찍어 남기는 것이고 그다음은 근방 50km 정도를 둘러보는 투어가 그린, 레드 등이 있다. 그린 투어는 멀리 데란 쿠유 등의 지하도시와 으 흘라라 계곡을 보는 거고 레드 투어는 근방 10km 내외의 여러 가지 지형 등등을 둘러보는 코스다.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고민하던 차에 카우치서핑에서 어떤 터키 아저씨가 자기가 투어를 해주겠다고 한다. 당연히 투어사보다는 쌀 거라는 생각에, 그래도 기름값과 식사는 제공을 해야겠다 싶어서 네이버 카페로 동행을 구했다. 터키에서부터는 유럽만큼은 아니지만 동행이 카페에서 잘 구해진다. 투어비를 좀 아끼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싶어 글을 올렸는데, 마침 투어를 할 거라는 동갑내기 여자 두 분이 계셨고 같이 가기로 했다. 가기 전에 일단 밤에 맥주는 마시기로 했고, 일몰을 보러 괴레메 뷰포인트로 올라갔다. 어딜 가야 제일 예쁜 선셋을 볼까 고민했는데, 이 곳은 그냥 일출도 일몰도 구글맵에 나와있는 마을에서 제일 가까운 곳이 제일 예쁘다. 

 많은 사람이 나와서 함께 구경을 했다. 기대가 커서였는지 생각만큼 엄청 우와 전다 이러진 않다. 

 인도에서 꽤 오랜 시간 함께 지냈던 분하고 연락이 닿았다. 이곳에 계신다는 연락. 참 세상 좁다. 특히나 세계 여행자들 코스가 다 거 기거 거기라 돌다 보면 계속 만나고 그 건너 건너 만나게 된다. 시간 맞춰 보기로 하고 해가 진 괴레메 마을로 내려갔다.

예쁘다


 마을에 내려와서 내일 동행하기로 한 두 분을 만났다. 되게 친해 보였는데 오늘 처음 만나셨단다. 맥주를 이곳저곳 옮겨가며 마시고 얘기를 나눴다. 동행을 구하면서 조금 긴 일정을 같이 하기 전에는 어떤 사람인지 대충 알아보는 게 좋긴 하다. 그런 의미로 만난 건데 사실 내가 그들을 지켜본다기보다는, 나이차가 좀 있어 내가 그들한테 맞을지 허락 맡는 그런 자리였다. 근데 다행히 이 나이 많은 아저씨가 불편하지는 않은 모양이라 안도했다. 근데 생각해보니 두 분이 여행하면 되는데 왜 구했지 생각해보니, 한 분은 터키 유학생활을 하셔서 이곳이 처음이 아니고 한 분도 딱히 일정이 없어서 돈도 아낄 겸 현지인과 함께 다니면 재밌겠다고 생각해서 같이 하기로 했단다. 내일 일정에 무리가 없게 양껏 마시고 헤어졌다. 사실 마시기 시작하면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데, 이곳의 가격이 그냥 무의식 중에 브레이크를 잡고 있다. 맥주 하나가 5천 원이 넘었으니 사실 배낭여행자에게는 쉽지 않은 가격이다.

 그렇게 돌아가 내일을 위해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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