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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dy Jul 02. 2020

S3#58 반에서 카파도키아로

19.07.02 (화) 버스로 15시간 그리고 갈아타기

 편집을 한다는 구실로 반에 생각보다 오래 머물렀다. 하지만 항상 그랬듯이 별 소득은 없었다. 내가 유독 게으른 것이었을까, 패인을 곰곰이 찾아보기 시작했다. 마땅한 핑계를 찾지 못했다. 이때쯤부터  여행과 유튜브를 병행하시는 분들이 존경스럽다는 말이 입에서 절로 나오기 시작했다. 여행 그 하나만으로도 사실 벅차다. 항상 새로운 곳으로 이동을 하며 교통편을 찾고 세끼를 해결하며 먹으면 앞뒤로 나오는 것을 해결하고 입었던 옷을 빨고 잠잘 곳을 찾기도 바쁜데 말이다. (이러다 보면 생존만 하다 여행을 못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그 먼땅 내가 살던 곳이 아닌 어딘가에서 하루 이틀을 살아본다는 것 그 자체로도 이미 여행이 아닐까)

 체크아웃을 준비하면서 옆자리에 있던 독일 친구와도 인사를 나눴다. 먼저 카우치서핑 호스트를 구했다며 나갔는데 노트북 충전기를 놓고 갔다. 장기 여행자라 아 이런 사소한 거 없어지면 진짜 곤란할 텐데 라고 생각하면서도 슬쩍 그 충전기가 나한테도 맞을까 와서 껴봤던 내 마음은 뭐였는지 아무튼 젤 무서운 게 사람이다. 이란에서 나보다 조금 더 오래 머물렀던 터라 이란 여행에 대한 추억을 함께 나누었다. 그리고 이란어를 꽤나 했는데 나는 한 달 동안 뭐했는지 부끄러웠다. 사실 나의 이란 여행기는 다른 여행자들과는 조금 달랐기에, 한국어를 하는 사람들을 만나 많은 초대와 환대를 받았다고 이야기하니, 놀라는 눈치다. 뭐 대충 알만 하긴 하다. '한국을 좋아한다고?'를 넘어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이란에 있다고?'에 많이 놀라는 것 같다. 그러면서 본인이 카우치서핑을 반에서 구했던 비결은 세계 어딜 가도 독일어를 배우려는 사람이 많아서 그 사람들과 Stick 하게 된다고 했는데, 내가 독일 사람 앞에서 한류 조금 퍼졌다고 주름잡았구나 싶었다. 맞는 말이었다. 여행하면서 느끼지만 독일의 위상 참 대단하다.

 한참 나보다 어린 친구였는데.. 어찌 됐든 나는 충전기를 카운터에 가서 맡겨두었다.


 2층에 위치한 터키 호수 도시 반의 유일한 게스트 하우스 반 백패커스 호스텔을 나오면, 바로 오른쪽에 위치한 식당이 있는데, 늦게 발견한 게 너무 안타까울 정도로 싸고 맛있다. 전에 한번 먹었는데 생각보다 정말 저렴했다. 치킨 케밥으로 한 접시를 했다. 어디나 그렇지만 고기는 조금 적어도 탄수화물인 난이랄까 그런 것들은 많이 준다. 한 그릇 먹고 고민을 하다가 한 그릇을 더 주문했다. 배가 더 고팠다기보다는 싸게 먹을 수 있을 때 좀 고기를 먹어두고 싶어서였다. 소고기로 큰 맘먹고 주문했다. 어차피 이동하는 날은 버스비 말고는 쓸 게 없기 때문에 나름 거금을 들였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식당에 계신 분들이 들어와서 나갈 때까지 참 친절했다. 물론 호객 때문에 지나가면 손짓도 했지만 들어오면 먹는 모습을 참 신기하고 호기심 어린눈으로 바라보는데 그리 불편한 느낌은 아니었다.  딸인지 아들인지 하는 친구들도 왔다 갔다 하면서 내가 혹시 코나 귀로 밥을 먹는 사람은 아닐지 계속 쳐다보는 것도 귀여웠다. 

 그리고 이쪽 지역에서 인기 짱이 되는 비결은 쿠르드어를 한두 마디라도 익혀서 가는 것이다. 뭐 터키의 쿠르드족 말살정책은 다들 잘 알겠지만, 듣기로 언어도 못쓰게 한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 외국인이 와서 자기 나라 말을 하니 정말 좋아하신다.

앞 쪽에서 비비큐를 하시던 사장님 귀여우시다
여기가 호스텔 입구 2층으로 올라간다


 메트로 버스를 타러 간다. 아마 터키에서 제일 큰 회사다. 카이세리라는 도시까지 가는데 아마 15시간이 걸린다. 사실 남쪽의 쿠르드족 지역도 돌아보고 싶었으나, 이란에서 너무 오랜 기간을 머물러서 갈 수 없었다. 역시 사람이 원하는 것을 다 할 수는 없었다 비록 그게 장기 여행일지라도. 항상 포기하고 우선순위를 두는 게 중요하다. 나의 이란에서의 기억은 거의 완벽했기 때문에 남부 터키를 못 돌아보는 것이 그리 속상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사실 물가도 배낭여행자가 감당하기에는 생각보다 비쌌기 때문에 좋은 핑계를 만들었다. 그리고 하나, 보통 부킹닷컴을 이용해서 예약을 하는데 무슨 제재 때문인지 네덜란드에서 운영하는 그 사이트에서는 터키 숙소를 거의 98% 예약할 수 없다. 물론 다른 사이트들도 있지만 터키 남부 지역 , 가지안테프, 샨리 우르파 등은 호스텔 자체가 많지 않다. 그래서 호텔에 머물거나 카우치 서핑에서 머물어야 하는데 이미 7월에 그 남쪽 날씨는 35도를 넘는다는 얘기도 있었고 아무튼 가지 않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나의 긴 버스 여정을 시작했다.

꽤나 번화한 터키 도시 반 Van

 역시나 터키의 버스는 장거리를 운행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퀄리티였고, 창밖의 풍경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사실 모든 나라가 차로 이동할 때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 반호수를 이제야 봤는데 파도 없이 잔잔한 푸른 호수의 모습이란.. 가지 않은 것이 후회되는 너무 고요하고도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중간중간 역이랄까 터미널에 들러 사람을 내려주고 다시 태우곤 한다. 잡상인들이 차 안에 들어와서 물건을 파는 모습은 터키도 똑같다. 내려서 먹을 게 없나 둘러보는데, 0.5리라에 오이 두 개를 파는 분이 계셨다. 알아볼 수 있는 음식이 그것밖에 없어 어물쩡 거리니 옆에서 웃으면서 사라고사라고 하는 바람에 사서 먹었다. 쌈장이 없어 좀 심심했지만 소금을 잔뜩 묻혀주신다. 오이야 뭐 오이맛이니 이질 감 없이 수분과 배를 채웠고 다시 버스가 출발했다.

사실 버스를 기다릴 때부터 얘기를 나누던 소녀가 있었다. 나는 배낭여행자인가 싶어 말을 걸었는데 영어를 거의 하나도 못한다. 이란에서 왔다는 어린 친구였는데, 번역기로 여차저차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앙카라였나에 있는 이모 집으로 간다고 했다. 이란에서 비자 없이 올 수 있는 유일한 나라여서 그런지 이란 사람들이 꽤 많았다. 행색도 그렇고 피곤한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고, 핸드폰도 없다는 말에 깜짝 놀라 번호를 알면 내 걸로 전화하라고 내어 주었다. 아마 걱정하실 것 같아 그랬는데, 이모와 전화를 마친 이 친구는 나에게 무척 고마워했다.

 저녁 느지막이 돼서 식사를 하는 휴게소에 들렀다. 배가 너무 고파 사람들과 함께 줄을 섰다. 휴게소에서 밥을 먹을 때는 여느 때보다 긴장해야 한다. 한 번에 많은 인원이 제한된 시간 안에 밥을 타서 먹으려다 보니 빨리 주문 안 하면 눈총을 받고 그로 인해 점원들도 어버버 거리는 외국인을 배려해주지 않는다. 새치기가 난무하기 일쑤인데 터키는 그래도 그런 게 조금 덜하다. 터키 수프가 좋아 고르고 곱창 같은 것을 골랐는데, 어느 나라나 휴게소 음식은 참 비싸다.

 먹고 있는데, 이란에서 온 소녀가 지나간다. 10대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냥 서성이길래 밥을 사주고 싶었다. 그러나 한사코 거절하는 그녀, 오지랖이 발동해 왠지 터키 사람들 사이에서 눈치 보고 있는 것 같아 앉으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지만 사실 알아듣지는 못한다.

 그러던 중 , 어떤 터키 가족이 와서 아이들과 사진을 부탁한다. 어떤 의미였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어도 웬만하면 좋은 뜻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란 여권과 소녀, 그리고 터키 아이들 참 이쁘고 잘생겼다

 

그렇게 버스는 카이세리를 향해 달렸다.

 아 버스표는 200리라였다. 반 - 카이세리 메트로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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