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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dy Jun 30. 2020

S3#57 터키 태권도

19.07.01(월) 국뽕에 취하는 날

 생각보다 영양소를 엄청나게 따지는 스타일이다. 물론 몸은 여전히 비루하지만 말이다. 시리얼과 여차저차 아침을 때우고, 헬스를 하고 끝나고 고기를 먹을 야심 찬 계획을 세운다. 

 그리곤 헬스장으로 갔다. 사장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들어가서 히잡을 쓰신 여자 트레이너 분과 남자 트레이너와 인사를 시켜주셨다. 개인 트레이닝이 따로 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여자분은 청소년 같아 보이는 친구들을 지도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편집하고 헬스장에 다니는 모습을 찍고자 카메라를 들고 갔었다. 삼각대를 놓고 운동하는 모습을 아이들이 재밌게 쳐다본다. 그렇다. 생각해보니 아이들이 참 헬스장에 많았다. 그러다 태권도라고 적혀있는 도복을 입고 지나가는 친구를 발견하기에 이르렀는데, 알고 보니 무예타이 등의 강습을 해준다는 2층에서 오후에 태권도 수업이 있는 것이었다.

 이게 웬 떡인가 싶어 사장님께 허락을 맡고 2층으로 올라갔다. 한 30명 즈음되는 친구들이 태권도를 배우고 있었다.

알찬 헬스장



 제일 높은 단수는 검은띠를 한 여자아이가 있었고, 대부분 중학생도 안 되는 초등학생이었다. 실전 무술보다는 성장기 체육활동 정도로 여기는 모양이다. 재밌는 것은 사범님(?)이 한글로 아이들을 지도하신다. 예를 들면, 차렷 준비 이런 구호들. 그래서 여러모로 문화를 수출하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 든다. 이렇게라도 한글을 접하고 또 태권도가 더 궁금한 친구들은 한국을 궁금하고 뭐 유학이라도 올 수도 있으니,



맨 오른쪽 키큰 여자친구가 검은띠!

 수업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꾹 입 다물고 지켜보았다. 태권도 2단에 빛나는 태권인으로써 굉장히 뿌듯했고, 여러 가지로 참 신기한 장면이었다. 내심 맘속으로 관심 가져주면 회축이라도 한번 보여줘야 하나 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스스로만 여름 성경학교에 예수님이 참여한 격, 혹은 쇼미 더 머니에 스눕독이 온 격이라고 자만했나 보다.

 대련도 하고 재밌는 수업이 이어졌고, 재밌는 구경을 마치고 길을 나섰다. 사장님이 불러 세워 진한 악수와 인사를 나눴다. 기본적으로 터키분들이 참 따뜻하지만 이쪽 쿠르드분들은 진짜 정이 많으신듯하다. 나에게는 필요 없을 회원카드까지 하나 건네시니 찡할 수밖에 없었다. 당장 떠날 것인데 기억해달라는 거였는지 저 카드는 아직도 가지고 있다.

사장님 번창하세요! 근데 사장님은 몸은 왜..

 길을 나서며 한류와 여러 현상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자원도 없고 좁은 땅에서 문화를 수출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물며 미얀마를 걸으면서 배고팠던 수도 양곤에, 일식집은 블록마다 있는데 한식집이 없는 게 참 안타까웠다. 그런 쪽으로 선점해서 양질의 것들을 잘 수출한 일본이 참 대단하다고 느껴졌고, 어릴 때 도대체 왜 김치 불고기 태권도를 외치나 했더니, 이런 거였구나 싶었다. 이것들이 가져올 부가가치는 어마어마하고 누구도 예상할 수 없을 정도라고 생각 든다. 지금 내 여행이 그렇듯이. 한국 노래와 드라마가 뻗어나가 터키, 인도 등의 길을 걷다가 한국말을 하는 현지인을 만날 정도니까... (그 외에도 정말 한류 덕분에 수많은 덕을 보았으니 말 다했다)

 꽃보다 남자로 입문한 친구들이 많았는데, 그 당시 그걸 알고 만든 것도 아니었을 텐데, 지금 그 배우들 제작자들 또한 얼마나 뿌듯할까. 나도 뿌듯한데. 그러니 이 기회를 틈타 양으로 밀어붙이지 말고, 양질의 것들을 잘 육성해서 지속하고 이어나가면서 확장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일 것이다.

 이러한 잡념을 이어가며 혼자 소고기를 찾아 돌아다녔다. 상호가 보이는데 터키 전역에 걸쳐있는 깔끔한 프랜차이즈 집이다. 음식 가격은 약 6000원~12000원 음료 도 따로 시켜야 하니 싼 편은 아니지만, 하루 한 끼 정도는 먹을만했다. 소고기가 없데서 시킨 치킨 세트였다. 나름 야채 파스타 고기까지 챙겨 먹을 수 있었다.

30리라


 숙소로 돌아가 열심히 편집을 하다 저녁이 돼서야 버스표를 구하러 나갔다. 시내 중앙이랄까 큰 사거리에 버스표를 살 수 있는 가게가 있다. 셔틀버스가 있어서 터미널까지 데려다주는데, 그 셔틀버스를 타러 한 10분을 걸어야 한다. 어찌 됐든 기분 좋게 표를 구매했다. 버스는 카이세리까지 가는데 200리라였다. 버스회사는 제일 큰 버스 회산데 까먹었다.

 터키음식이 유명한데 이상하게 먹을게 많지 않다. 케밥이라고 하는 고기구이는 조금 질리고, 그게 아니면 딱히 이름을 아는 것이 없어 일반 식당에서는 먹을 게 없다. 그래서 밥을 먹을 때마다 거의 30분씩을 헤맨다. 뭔가 있지 않을까 돌고 돌고 돌다가 결국 비슷한 것을 먹는데,  버거킹과 같은 매장에 있는 피자를 먹었다. 먹고 보니 가성비가 이만한 게 없다. 일찍 올 걸 그랬다. 

저 피자가 4천원 ㄷㄷ

 호수도시 반, 반 고양이가 유명한 곳. 이란과 가까운 곳. 조용하고 날씨도 서늘하니 좋았고 크루드족 분들이 계셨던 정이 넘치는 도시의 마지막 밤을 그렇게 보냈다. 호스텔 친구들 말을 들어보니 반 호수에 안 간 것은 조금 후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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