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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dy Jul 08. 2020

S3#65 페티예 드래곤보트

19.07.09 (화) 버블 파티 예에

 최악의 호스트 덕분에, 픽업도 못 받고 페티예 쪽에서 아침 댓바람부터 일어나 땡볕에 40분을 걸어서 돌무쉬를 타러 간다. 진짜 더운데 가방 들고 아침부터 힘들었는데, 돌무쉬를 타고 30분을 가는데 갑자기 배에서 신호가 아주 강하게 온다. 내려서 진짜 울상으로 어떤 식당 뒤편으로 갔는데, 아저씨가 주차장 끝에 보이는 화장실로 가던 차에 헤이맨 안된다는 신호를 보낸다. 익살스럽고 살려달라는 표정으로 헬프미 플리즈 했더니 웃으며 쓰라고 하셨다. 인생에 꼽는 정말 위기였다. 

 욜루데이즈 해변 쪽은 그냥 전형적인 보라카이 같은 휴양지 모습이었다. 투어사와 각종 숙소와 카페 레스토랑이 늘어져있고 저쪽 바다에 여러 가지 배들이 보인다. 큰 기둥 같은 모습들이 멀리서부터 보이고 한눈에 어떤 배가 드래건보트인지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모래사장을 넘어 보트로 들어가는데 가서 물어보니 가격은 블로그에서 봤던 거와 정말 달랐다. 이유인즉슨, 리라가 폭락해서 사실 터키의 여행 물가는 그때그때 다르다. 100리라를 내고 현장에서 바로 탈 수 있었다. 한국인 두 분과 만나기로 했는데 내가 전체적으로 일찍 온 것 같았고 1층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서 바 앞쪽 그늘에 자리 잡았는데 이것이 신의 한 수였다. 

 보트에서 혼자 놀면 재미없을 것 같아 동행을 구하고 싶었는데, 마침 길 가다 만난 어제 한 분과 그분이 구해놓은 한분까지 셋이서 같이 놀 수 있었다. 도착하고 인사를 나누고 자리를 잡아놨다며 칭찬을 갈구한다.

 전형적인 터키 관광지 에너지 넘치는 직원 형들이 타서 분위기를 돋우며 배가 출발한다. 시작부터 별별 퍼포먼스가 많고 옆의 블랙펄 배가 살짝 커 보이 기는 하는데 배의 구조나 분위기나 여러 가지가 드래곤보트가 확실히 재밌다. 명불허전. 

 11시 즈음 출발해서 첫 번째 정박지에서 30분 정도 시간을 주고 수영을 한다. 한 분은 스페인에서 유학하고 오신 분인데 물놀이를 할 줄 아셔서 수수깡도 없이 혼자 바다로 나가신다. 나와 못하는 한 분은 둘이 뭍 근처에서 놀다 말다 사진 찍다 놀았다.




 여느 호핑투어처럼 다니는데 다만 배안이 나름 쾌적하고 화장실도 크게 있으며 직원들이 계속 흥을 돋우고 뭔가 공연 뒤에 돌아다니며 맥주 등을 팔아 내는데 정말 안사고 배길 수가 없다. 1시가 조금 넘어 점심을 먹는다. 그러고 나서 직원 둘이 정말 높은 절벽 위로 올라가 다이빙을 보여주고 올라오면서 터키 국기를 펴는데 진짜 멋있었다. 배의 한 30%는 중국인이고 우 리셋과 한국인 커플이 계셨는데, 사실 동양인 특히 여자들한테 더 짓궂고 막 하는 경향이 있긴 하다. 

 그리고 배에 탔던 손님 중에 옆을 계속 붙어 다니더니, 수영하고 있는 일행에게 물속까지 쫓아가서 허리를 만지고 거부하고 올라오니 다른 내 일행 옆에 앉더니 허리를 감싸면서 말을 건다. 극혐 하는데 진짜 터키 남자 포기를 모른다. 눈도 마약 한 거 같이 계속 옆으로 오는데 진짜 무슨 정신이 이상한 사람 같아 보이는 게 부끄러움이 없나 싶다.

 강남스타일도 나오고 다들 흥겹게 노는데 확실히 아시안들을 멀거니 구경하고 외국인들이 잘 논다. 세시쯤 되면 거품이 나오고 나오기 전에 몸에 보디페인팅을 하는데 아시아 여자들한테만 짓궂게 와서 섹슈얼한 그림들을 낄낄 거리며 그려대는 게 좀 기분이 나쁘긴 했다.

 그리고 대망의 거품이 나오고 남녀노소 기뻐 날뛴다. 러시아 가족인데 3~4살 돼 보이는 꼬마 아이까지 와서 같이 춤추는데 사실 발에 치일까 봐 걱정됐지만 전형적인 백인들처럼 걱정 않고 방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짧지도 길지도 않을 만큼 거품이 나오고 거의 배의 절정이 지나간다. 다들 노곤하고 지쳐한다. 그도 그럴 것이 거의 저녁 6시까지 쉬지 않고 자리를 옮겨 다니며 계속된다. 대단한 가성비이고 직원들도 고생이 많다.

 

 투어가 끝나고 해변으로 도착한다. 함께 저녁을 먹기로 하고 싸고 싼 곳을 찾아 결국 또 케밥집에 앉는다. 4자리가 있었는데 케밥을 시키고 한자리에 가방을 쌓고 먹는데, 아까 그 문제의 남자가 온다. 앉게 해 달라는데 단호하게 싫다고 우리끼리 있고 싶다고 하다 하다 안돼서 우린 너와 있고 싶지 않다는데, 진짜 말도 안 되는 표정으로 몸을 베베 꼬면서 있게 해 달라는 걸 떨치느라 힘들었다. 이러니 여자들은 여행하기 참 힘들겠다.

 다음 날, 패러글라이딩도 예약을 했다는 그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왔다. 호스트의 집으로 왔는데 또 모르는 사람들이 북적북적하고 내가 자야 하는 거실이 비워질 때까지 눈치를 보다 잠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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