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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dy Jul 07. 2020

S3#64 페티예

19.07.08 (월) 최악의 카우치서핑 호스트

 터키에서 남쪽 안탈리아, 보드룸 등의 이 쪽은 휴양지로 유명하다. 마침 7월이 다가오며 성수기로 가격도 비싸고, 이스탄불로 가는 길에 동선상으로도 좋지 않아 갈까 말까 고민했었다. 그러다 마침 카우치서핑으로 호스트를 구했고, 50대쯤 되는 아저씨였고 한국 여자분의 나쁜 후기가 있었지만 가기로 했다. 사실 여기서 바다를 안 가면 여름을 동유럽에서 보낼 텐데 바다를 갈 일이 없다. 그래서 겸사겸사 이쪽으로 코스를 짰고, 페티예 해변에 드래건보트라는 거품파티를 하는 것이 있어서 밤샘 버스를 타고 도착했다. 터키 사람들이 영어를 곧잘 쓰지만 잘하는 건 아니라 채팅으로 여러 번 확인을 해서 내가 내리는 시간을 알려줬고 픽업을 나와주기로 했었다.

 남쪽으로 오니 확실히 날씨가 뜨거웠고, 아침 7시였는데도 뜨거운 햇볕 아래 밤샘 버스에서 내렸고 무거운 가방을 들고 움직이려니 너무너무 힘들었다. 연락하면서부터도 조금 뭔가 이상하다 싶더니 도착해서 문자를 보내니 말이 없다. 30분을 서성이다가 일단 근처에서 식사를 해결하기로 했다. 가방을 들고 땡볕이 걷고 걸어서 약간 시내 쪽으로 나왔다. 화가 무척 났고 만약을 대비해 주변 호스텔을 검색했지만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 점심때까지 해결이 안 되면 그냥 이즈미르로 갈 생각으로 있었다. 그러다가 한국 여자분을 만났는데, 밤샘 버스 타고 초췌한 모습이었지만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연락처를 얼른 교환했는데, 그분은 욜 루데 니즈라는 해변 쪽에 다른 분과 이미 호스텔을 예약해서 가신단다. 내일 기회가 되면 드래건보트를 같이 타기로 대충 약속만 나누고 헤어졌다.

 길 건너에 식당에 가서  렌틸 수프를 먹었다. 빵이 무제한이라 진짜 좋다. 먹다가 쉬다가 어쩔까 고민하는 사이에 8시가 조금 넘으니 연락이 왔다. 내가 있는 식당을 알려줬는데 못 찾겠다고 다시 터미널로 오란다. 가방을 이고 지고 다시 터미널로 가서 만났다. 미안한 줄은 모르는 눈치였는데, 하는 말이 가관이다. 자기가 붕가붕가를 하고 오느라고 늦었다고 미안하다는데 하나도 유쾌하지가 않다. 선택권 없는 카우치 서퍼는 어색한 웃음을 날리며 잠자코 그의 집으로 향했다. 건설사업을 한다며 식당도 하나 운영하는데 자고 일어나서 배고프면 거기서 밥을 먹으란다.

 집에 도착하니, 히잡을 쓴 부인이 있고 자녀들을 소개해주는데 중, 고등학생 돼 보이는 2남 1녀가 있다. 이란에서 온 부부 서퍼가 있어서 인사를 나눴는데 그 부부의 표정이 뭔가 찜찜했다. 그리고선 그들은 말도 없이 그날 저녁에 집에서 도망 나갔다. 이때 눈치챘어야 했지만 뭐 나는 선택권이 없어 그가 안내한 2층 방으로 향했다. 침대가 6개가 있었고 나보고 한 침대에서 자고 2층의 화장실을 이용하라고 하고 사라졌다. 

 그리고는 이윽고 6명의 남자가 들어왔다. 알고 보니 건설업을 하는데 그 현장 인부들이었고 젊고, 빈부격차가 큰 이런 나라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소수민족 출신 저소득층의 사람들 같았다. 6명은 힘든 일을 하며 겨우 그 공간에서 쉬는데 한 명이 더 오니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당연히 말은 안 통했고 나도 이건 아니다 싶어 일단 낮잠만 자고 나가겠다고 하고 씻고 눈을 대충 붙였다.

 대충 자고 일어나니 점심시간이 되어서 호스트에게 밥을 먹겠다고 했더니 자기 식당으로 데려간다. 그곳에서 두 여인이 일을 했는데 나이는 20살 즈음이고 둘 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서 일을 한다. 그러더니 나보고 밥 다 먹고 저 여자들도 원하면 가지라는 농담을 한다. 나이도 지긋하신 양반이 거 농담이 진짜 좋나 재미없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농담이 심해진다. 그러더니 하는 말이 오늘 아침에 자기가 잔 여자가 저 동생이란다. 하루씩 바꿔가며 그런다며 자랑을 늘어놓고 사진을 보여준 데서 괜찮다고 했다. 참 불쌍했다. 아마 돈이 없는 그 자매는 여기서 저 사장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일하는 양 보였다. 밥을 먹고도 찜찜한 분위기로 식당을 나왔고, 그는 나에게 어딘가 여행지로 데려다줄 테니 놀고 오란다. 뭐 그 집에 있는 게 불편해서 그러기로 했고, 볼보차를 타는 그는 150 정도로 미친 듯이 밟더니 어딘가에 내려준다. 그리고는 올 때는 돌무쉬를 타고 오래서 알겠다고 하고 갔다.

 전형적인 관광지의 모습인데, 외국인들도 꽤 많았고 이쪽 페티예를 오면 으레 들르는 관광상품인 것 같기도 했다. 이런 곳에 올 줄 모르고 채비를 제대로 못해 핸드폰 배터리도 부족했고 카메라를 챙기지 못해 그냥 맘 편히 구경만 했다. 

 돈을 내고 들어가는 곳이 있는데, 사진을 대충 보아하니 협곡 사이를 들어가면 깊은 곳에 진흙이 있는 곳인 것 같았다. 돈을 내고 들어가서 행렬을 따라 걸었다. 물이 진짜 말도 못 하게 찾고 깊이 갈수록 온몸에 진흙을 묻힌 사람들이 많았다. 바르면 진짜 좋은 건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덕분에 예쁜 협곡을 구경을 했다. 


 돌무쉬를 타고 우여곡절 끝에 호스트 집으로 돌아갔다. 저녁을 먹고 온다고 혼자 나와서 동네를 뒤졌지만 마땅한 곳이 없어 또 치킨케밥을 먹었다. 그리고서는 다시 돌아갔는데 집 분위기가 진짜 애매하다. 사실 그의 부인은 나를 별로 반가워하지 않는 눈치였고, 가관인 것은 그녀의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딸은 그가 퇴근하면 와서 발을 주무른다. 21세기의 진짜 이게 무슨 그림인가 싶었다. 그러더니 엄청 많은 사람들이 그의 집으로 몰려들었다. 들어보니 오늘 친척 누군가의 결혼식에 대해 의논을 한다고 나보고 저기 가있으란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나는 여기 드래곤보트를 하러 왔는데, 예약을 위해서 욜 루데 니즈 해변을 간다고 했더니 본인 지인이 운영하는 배라며 자기가 해준단다. 그래서 아까 그 관광지를 다녀온 건데, 계속 예약했냐고 확인했는데 한다고 한다고 하더니 갑자기 저녁이 돼서 거긴 자리가 없다며 나보고 블랙펄?이라는 다른 보트를 타야 한다고 한다. 진짜 너무 열이 받았지만 어쩔 수가 없었고 아까 그 만났던 한국인 분한테 연락을 하니, 패러글라이딩까지 같이 예약을 했고 보트가 꽉 찼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내일 아침에 그곳에 가서 직접 예약을 하기로 했고, 그렇게 되면 그쪽에서 픽업을 오지 않기 때문에 아침 댓바람부터 한참을 걸어가서 돌무쉬를 직접 타고 가야 했다. 그리고 배를 타면 맥주값이 비싸 싸오라는 글이 있어 맥주도 살 겸 열이 받아 밖으로 나갔다.

 아무리 봐도 이해가 안 되는 호스트고 반나절만에 최악의 호스트로 등극했다. 무료로 이용하는 서퍼지만 이럴 거면 안 오는 게 나을뻔했다. 맥주를 사서 시원하게 밖에 앉아 마시려는데 슈퍼 주인이 여긴 밖에서 마시면 안 된단다. 내일 먹을거리들을 사서 집으로 돌아갔고 나에게 거실 자리를 줘서 그곳에서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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