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7.25 (목)
친구들이 출근하고 난 빈 집에서 그동안 장 봐온 물건들로 말도 안 되는 음식을 해 먹는다. 원래 저염식을 좋아하긴 하지만, 후... 하여튼 맛이 정말 더럽게 없어도 내가 만들었으니까 어쩔 수 없이 먹는다. 한 번은 전자레인지에 음식을 돌리다가 불이 붙었다. 유럽 호스텔 전자레인지는 그런 경우가 종종 있는데 위에 전기포트 가열되는 부위 같은 게 있다. 그래서 그곳과 음식이 맞닿았는지 막 연기가 나서, '아 난 카메라로 사고치 더니 집안 살림에 불을 지르고.. 쫓겨나겠구나' 했지만 다행히 음식만 조금 타고 연기는 크게 나지 않아서 문제가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음식을 하는 것을 찍어가며 오후 늦게 집 앞 맥도널드로 가서 커피와 버거를 먹는다.
하릴없이 마트로 가서 고기와 맥주를 사고 그 옆 KFC에 가서 치킨을 포장해서 집으로 왔다.
이날은 야수로바가 와있었다. 남자인 친구와 와있었고 아나스타샤와 이틀인지 삼일마다 교체하기로 한 모양이다. 그녀는 영어가 서툴렀지만 그녀의 친구는 영어를 잘했다. 굉장히 유쾌하고 덩치가 큰 수염 난 그런 남자였다. 그들은 나를 위해서 KFC에서 음식을 사 왔는데 나도 마침 사 왔다고 통했다고 껄껄 웃어 보이며 같이 안자 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재밌었던 것은 야수 로바는 남자 친구가 있는데, 친구들끼리 이렇게 집에 와서도 이성끼리 노는가 보다 싶었다. 아마 문화의 차이인 것 같은데 외식 비용과 너무 차이가 많이 나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그렇게 하루를 보냈고 앞으로도 이 아름답고 물가도 아름다운 도시에서 밀린 편집을 하며 지내기로 마음먹는다.
오늘의 잉여로운 모습이 조금 부끄럽고 키예프에서 제대로 된 관광을 한 게 없어서 카우치 서핑을 통해서 투어를 구한다. 보통 어느 도시를 가나 프리 워킹 투어라는 게 있는데 사실 끝나고 팁을 줘야 하고 약간 개도국에서 현지 학생이 돈도 벌고 영어를 연습할 겸 하는 투어다. 투어의 질은 아주 상급은 아니지만 (일단 언어가 안되니) 내일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아침 일찍 투어를 가겠다고 와츠앱으로 예약을 잡고 잠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