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7.28 (일) 새로운 친구를 만나다
아침 일찍 호스트가 떠났다. 가는 순간까지도 정신없이 떠나버렸다.
그녀의 집은 정말 심각하게 관리가 안되어있었고, 거진 일주일을 머물기로 한 나는 고민 끝에 한번 정리정돈을 하기로 했다. 쓰레기봉투가 거의 100리터는 되어 보이는데 꽉 채운 쓰레기가 나왔고 그녀의 지저분했던 옷가지들도 옷방으로 보이는 곳에 다 차곡차곡 쌓아두었다.
청소는 몸은 힘들지만 하다 보면 보람도 있고 재미도 있긴 하다. 그렇게 다 치운 집을 보니 정말 깔끔하고 아늑해 보인다. 그녀가 잤던 침대도 맘대로 쓰라며 내어주었는데, 이불과 침대, 베개 시트를 빨고 앞으로는 거기서 잠을 자기로 한다.
동남아 나라들처럼 배달이라도 잘 되어있으면, 시켜서 먹거나 나가서 사 먹을 텐데, 집이 상당히 외지게 있어 걸어서 10분 이상 가야 하기 때문에 그리고 앞으로도 더 비싸질 동유럽 물가를 대비해 요리를 해 먹기로 한다. 집 앞에 실포라는 24시간 대형마트가 있다. 정말 편리한 점인데 가서 닭도리탕 재료들을 사 와서 해 먹는다.
우유로 잡내를 빼고 파, 양파, 마늘 등을 넣어서 30분 돌려 잡내를 없애준다. 레시피대로 나름 해보지만 사실 없는 재료가 너무 많다. 저염식에 익숙하기도 하고 사실 간을 잘 볼 줄 모르는 편이라 불편하지 않게 그릇을 비우긴 한다.
거의 간장 국물에 삶은 닭을 먹는 수준인데, 정말 요리는 쉽지 않다는 걸 매번 느낀다.
한국어를 공부한다는 친구가 있어서 만나러 나간다. 오션플라자라고 대형 쇼핑몰이 있는데 그곳에서 만난다. 이쪽은 민스카라는 역이 있는 곳인데, 동네를 같이 둘러본다. 프렌치 쿼터라고 에펠탑이 있는 집도 있었다. 우크라이나의 전통음식을 먹을 수 잇느 식당이 있다고 해서 같이 갔다.
무언가 레트로 한 느낌이 드는 식당이었고, 보르쉬라는 러시아와 동유럽권에서 먹는 토마토 수프와 다른 음식을 먹었는데, 정말 입에 맞지 않았다. 시큼하고 밍밍한 요구르트에 버무린 맛이 정말 한국과 대비대는 맛이었다.
다 먹고 나서는 길을 하염없이 걸어 올림피스카 라는 경기장들이 있는 곳까지 갔다. 그곳을 거치고 거쳐 독립광장 쪽까지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온다.
다시 배가 고파졌지만, 요리를 한번 하려면 3시간씩 걸리기 때문에 실포로 간다. 바로 먹을 수 있는 것 중에 즉석에서 피자를 만들어 주는 것이 눈에 띄었다. 내일 아침도 해결하면 되겠다고 생각을 하고 주문하는데, 주문받는 어린 여자 친구가 굉장히 퉁명스럽게 3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사실상 시키지 말라는 눈치였는데 굴하지 않고 주문했다. 마트에서는 기다릴 곳이 없기 때문에 집에 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피자를 받아갔고, 밤 열 시가 넘은 시간에 우걱우걱 피자를 비우고 빨래를 하고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