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기획이란?
다음으로는 흥행에 영향을 미치는 외적요소로 외부적이거나 환경적인 요소 또는 영화 비즈니스와 관련된 요소들이 어떻게 영화 흥행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물론 외적요소 역시 매우 다양한 요소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번에는 대표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6가지 - 배급사, 개봉시기(성수기), 스크린의 규모, 마케팅, 비평가 평론가 평점, 입소문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1. 배급사
먼저 '배급사'는 한국영화에 있어서 흥행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요소 중에 하나이다. 물론 이것은 배급사 Name Value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영화산업에서 브랜드는 가치가 없다. 다시 말해 CJ E&M라는 배급사를 보고 우리가 영화를 보러 가지 않는다. CJ E&M이 되었건 Showbox나 NEW가 되었건 배급사의 브랜드는 관객들의 영화 선택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뿐더러 영화의 퀄리티나 재미를 담보하지 않는다.
배급의 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급사는 각각이 가진 시장 지배력을 통해 흥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장지배력은 배급사가 극장의 스크린을 얼마나 확보(극장 상영관과 시간대 확보)할 수 있느냐로 나타나고 이 능력이 배급의 힘이다.
모든 제작자나 감독들은 좋은 개봉시기에 많은 스크린을 확보하여 가급적 오래 관객과 만나기를 원한다. 그리고 당연히 그래야 수익이 극대화된다. 특히 극장 매출이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극장의존도가 절대적인 우리나라 상황에서 극장을 콘트롤하는 배급의 의존은 절대적이다.
<한국영화산업통계>의 "연간 상영 편수"와 "전체 관객점유율"을 한번 살펴보자. 2020년 한국영화 배급사 순위를 보면 1위 CJ E&M은 한국영화 11편을 배급, 전체 관객점유율 17.6%를 차지했고 2위는 롯데가 11편 14.9%, 3위는 NEW로 7편, 10.5%, 4위 Showbox는 2편 8.9%, 5위 워너 브라더스는 6편 5.4%의 전체 관객점유율을 차지했다.[7] 2020년 한해 동안 상영된 영화가 총 2,936편이었는데 상위 5대 메이저 배급사가 고작 1,26%인 37편의 영화로 57.2%의 관객을 확보하며 전체 시장의 60% 가까이를 점유했다. 이중 쇼박스의 경우는 <남산의 부장들> 외 단 한편으로 8.9%라는 높은 점유율을 보였다. 10위까지의 배급사로 확대하면 약 3%의 영화(82편)가 75.6%, 무려 전체 시장의 3/4를 장악하고 있다. 결국 남은 2,854편의 영화가 23.5%의 시장을 나눠가졌다는 것이고 개봉 영화의 97.2%는 여기에 속한다.
해마다 조금씩은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순위 5위까지의 배급사는 늘 관객 점유율 5~60% 이상을 차지해왔고 심지어 2019년에는 약 70%의 관객을 점유했다.(2016년 63.2%, 2017년 55.3%, 2018년 62.7%, 2019년 관객점유율 약 69.4%). 결국 상위 5위의 메이저 배급사에서 배급되지 않는 영화는 시장에서 흥행하기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임을 알 수 있다.
다음은 2020년 한국영화만을 비교한 배급사별 "관객 점유율 순위"와 "매출 점유율"이다. 이를 통해 한국영화의 시장 지배력에 대해 참고하기를 바란다. 물론 이 순위는 부동이 아니라 영화 흥행에 따라 해마다 변동되고 있다. 그러나 순위가 엎치락뒤치락 하지만 전체 비중은 비슷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배급사의 힘은 한국영화산업의 특수성으로 인해 더 극대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 기업이 영화의 투자, 제작, 배급 및 극장 사업을 수직계열화 할 수 있다. 현재 CJ E&M은 멀티플렉스 ‘CGV’를 운영 중이고 롯데컬처웍스는 ‘롯데시네마’를, 메가박스 플러스 M은 ‘메가박스’를 운영 중에 있다. 심지어 CJ E&M, ShowBox, New 등은 자체 제작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영화의 기획부터 상영까지 영화제작의 모든 단계를 수직계열화하고 있다. 이는 시장의 지배력을 높이고 흥행력을 높이며 수익의 전부를 독차지할 수 있어 좋지만 반대로 군소 배급사나 이에 속하지 않는 영화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을 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으며 소외된 영화들은 웬만해서 흥행의 꿀맛을 보기 쉽지 않다.
극장을 가진 배급사들은 자사 작품의 장기상영, 좋은 시간대의 스크린 편성 그리고 극장 내 선재물이나 포스터의 노출, 예고편 상영 등과 같은 홍보마케팅에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며 자신들의 극장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극장을 소유한 것 자체가 경쟁우위에 서게 하는 큰 메리트이다. 이 메리트는 나아가 자연스럽게 좋은 작품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즉 배급사가 힘이 있으면 좋은 작품이 몰려들고 좋은 작품이 많아지면 배급사의 힘이 점점 더 커지는 흥행의 선순환 벨트가 완성되는 효과를 낳는다. 나아가 더 많은 제작비를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며 한국영화의 퀄리티를 높이고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역할을 했다. 오늘날 봉준호 감독과 같은 세계적인 거장의 탄생과 좋은 작품이 나오는데 기여한 것이 바로 이러한 메이저 배급사였다.
하지만 이들의 힘이 커지면 커질수록 대기업의 수직계열화에 대한 문제제기와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독과점은 관객의 볼거리를 제한하고 다양한 영화가 설 자리를 잃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재능있는 신인감독들이 등장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어 장기적으로 한국영화산업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그래서 2010년 후반부터 극장과 투자배급을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의 경우는 연방대법원이 1948년 소위 ‘파라마운트 판결(Paramount Decree)’이라 불리는 ‘독과점 방지법’을 통과시키며 워너 브라더스나 파라마운트와 같은 메이저 스튜디오가 소유한 극장을 매각해 제작사나 배급사가 극장을 소유하지 못하게 하였다. 이는 스튜디오가 소유한 극장에 자신들이 투자하고 제작한 작품을 상영할 때 다른 배급사 또는 군소 배급사 작품에 불공정한 상영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한국영화산업의 자본의 취약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투자수익률이 5%가 안되는 상황에서 투자와 배급, 극장을 분리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투자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극장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다시 투자를 해왔는데 상영과 배급이 분리하게 되면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고 이는 우려나 기우라기보다는 매우 가능성이 높은 현실이다.
아무튼 이런 한 배급의 역학관계를 보면 배급사의 힘이 얼마나 흥행에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요소인지는 쉽게 알수 있다.
그렇다면 배급사의 힘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첫 번째 "좋은 작품"의 확보이다.
즉 ‘얼마나 흥행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여기서 말하는 좋은 작품이란 'Good Quality', 'Well Made'를 의미하지 않는다. 흥행 가능성을 말한다. 즉 스타 배우, 검증된 감독, 다양한 화제성 등 관객들의 시선을 끌수 있는 영화를 의미한다. 이런 작품들은 관객들에게 쉽게 어필하고 자연스럽게 관람을 유도할 수 있다. 그러니 좋은 작품을 많이 확보한 투자배급사가 힘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이런 힘을 확보한 투자배급사는 작품선택의 우선권을 가질 뿐만 아니라 검증된 창작자를 먼저 선점할 수 있어 작품 수급이 훨씬 수월해진다. 그러다보니 작품 수급에도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있다.
두 번째로는 "라인업"이다,
즉 ‘얼마나 많은 작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가 배급의 힘을 좌우한다. 흔히 이것을 배급사에서는 라인업이라고 부르는데 한해 동안 제작하거나 상영할 영화 목록을 말한다. 이는 단순히 개봉할 영화 목록의 나열이 아니라, 배급사가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관객을 확보하기 위한 종합적인 전략의 청사진이다. 극장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쩌다 한편의 좋은 작품을 가지고 있는 배급사보다는 일정하게 꾸준히 안정적으로 작품을 공급해 주는 배급사를 더 의존할 것이다. 왜냐하면 다양한 작품의 지속적인 공급은 관객들이 새로운 영화를 찾아 꾸준히 극장을 찾게 만들어 극장의 안정적 운영을 가능하게 하고 무엇보다 흥행의 리스크 헷지(hedge)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예전과 배급 시스템이 달라져서 멀티플렉스에 디지털 상영이 일반화되며 작품 수급이 원활해지자 극장 입장에서 작품 공급을 받지 못할까 배급사의 눈치를 보는 일은 없어졌지만 작품을 주기적으로 안정적으로 공급해 줄 수 있는 배급사의 작품은 아무래도 더 신경을 쓰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당신이 장사를 하는데 안정적으로 다양한 물건을 공급해 주는 업체가 어쩌다 물건 하나 주는 업체보다 당연히 중요하지 않겠는가?
세 번째로는 "창작자와의 인적네트워크"이다. 즉 우수하고 검증된 감독이나 스타 배우나 매니지먼트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예전에는 제작사 대표가 감독이나 주연배우를 캐스팅 했다. 그래서 모든 인맥을 동원하여 감독을 확보하고 좋은 배우를 캐스팅하려고 난리를 부렸다. 심지어는 여배우의 스타일리스트나 연기선생님에게 온갖 선물을 주며 여배우의 마음을 움직여보려 노력하였다. 하지만 오늘날은 오히려 투자배급사가 배우나 매니지먼트와 더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캐스팅의 기회를 포착한다. 출연을 고사한 송강호를 찾아 중국까지 비행기타고 날아가 캐스팅 해온 사람은 제작사 대표가 아니라 투자배급사 대표였다. 투자배급사들은 우수한 창작자를 미리 선점하기 위해 노력을 한다. 작품이 큰 성공을 하고 나면 그 감독에게 거액을 제시하며 차기작에 대한 First Option 계약을 하거나 감독이 설립하는 제작사에 투자하는 등 인적네트워크를 선점하려 한다. 이러한 좋은 감독이나 배우와의 네트워크를 잘 갖춘 투자배급사는 그만큼 시장 지배력의 우위를 가지게 된다. 또한 이는 IP와 창작자를 모두 선점하는 1석2조의 효과가 있다.
그 외에도 요즘은 마케팅 또한 중요한 능력이다. 더불어 최근 K-Contents가 전세계적인 파장을 일으키며 해외 배급과 시장 확장과 같은 글로벌 진출 능력도 배급사가 힘을 갖는데 필수적인 갖춰야 요건으로 중요시 되고 있다.
2. 개봉시기
배급에 있어서 중요한 선택 중에 하나가 '개봉시기'를 결정하는 것인데 어느 시기에 개봉하느냐?는 흥행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개봉시기의 시장의 규모, 계절적 특성, 경쟁관계, 시기별 흥행 장르 등 다양한 요소들은 개봉시기는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하는 요소들이다.
통상적으로는 관객이 많은 성수기에 영화를 개봉하는 것이 흥행에 도움이 되지만 무조건 성수기에 개봉하는 것이 흥행에 이롭고 3, 4월이나 10, 11월 같은 비수기에 개봉하는 것이 흥행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것도 아니다. 또한 블록버스터는 성수기에 작은 저예산 영화는 비수기에 개봉해야 하는 것과 같은 개봉 공식이 절대적인 것도 아니다. 어떤 영화는 성수기 블록버스터들이 경쟁하는 틈바구니에 비집고 들어가 나름 의미있는 흥행을 하는 경우도 있다. 즉 배급 전략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개봉시기를 정하는 데 있어서 고려해야 할 요소는 크게 4가지를 꼽을 수 있다.
먼저 첫째, 잠재 시장의 규모이다. 즉 자신의 작품을 개봉할 때 그 시장의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느냐가 중요하고 둘째, 계절적인 환경이다. 영화는 우리의 감성에 직접적으로 호소하는 문화 콘텐츠이기 때문에 계절에 따라 관객의 감성에 맞는 장르가 있다. 셋째, 개봉시기의 경쟁 작품 상황을 고려해야 하고 마지막으로 넷째, 개봉 당시의 사회적인 분위기도 고려해야 한다.
먼저 잠재 시장의 규모는 <한국영화산업통계>의 "월별 흥행 추이", "개봉 시기별 관객 분포"를 살펴보면 확인할 수 있다. 2020년은 코로나 팬더믹으로 인해 극장 관객이 급감하였고 정확한 월별 흥행 추이를 분석하는데 한계가 있기에 2019년 월별 관객 수를 살펴보고자 한다.
2019년에서 가장 관객이 많았던 시기는 8월로 전체 관객 226,679,573명 중 24,786,121명의 관객이 들었다. 다음으로는 6월 22,845,582명, 12월 22,465,404명이고 그 다음으로 2월과 7월 순으로 관객이 많았다. 이는 한국영화 외국영화를 합산한 관객 수로 이를 다시 한국영화만 따로 살펴보면 8월에 17,981,401명을 동원하며 1년 중 가장 관객이 많은 달이였고 8월 관객의 72.5%가 한국영화를 보았다.
8월은 여름방학과 휴가시즌으로 2019년 뿐 아니라 매년 반복되는 한국영화의 최고 성수기이다. 소위 "텐트폴 시즌"이라 불린다. 다음 한국영화 성수기로는 설과 추석 명절 그리고 12월에서 1월로 이어지는 크리스마스의 성수기가 있다. 전체적인 월별 시장의 규모는 아래 표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한국영화와 외국영화의 점유율의 상관관계이다. 외국영화의 성수기와 한국영화의 성수기가 비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자신의 영화가 개봉할 시기의 관객분포를 확인하고 그 시기의 특성이나 맞는 장르 그리고 잠재시장 규모를 고려하여야 한다.
두 번째로 계절적인 환경(장르)을 고려해야 한다. 영화는 감성에 호소하는 경험재로 계절에 따라 흥행하는 장르의 영화가 있다. 일반적으로 우수에 젖는 가을에는 멜로드라마와 같은 차분하고 감성을 자극하는 영화들을 선호하고 여름에는 무더위를 날려 버릴 수 있는 청량한 액션 영화를 찾으며 크리스마스가 되면 연인들은 행복하고 로맨틱한 분위기의 영화를 찾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개봉시기를 정할 때 계절에 따른 관객들의 감성적 변화를 고려하여야 한다.
다음 표는 2019년 한국영화 관객 수 상위 10위까지의 작품들이다. 이 작품들의 개봉시기를 참고하면 계절별 흥행 영화를 분석해 볼 수 있다.
1위를 차지한 <극한직업>의 경우 개봉일이 1월 23일로 설 명절 연휴가 시작되는 2월 2일 토요일 전주에 개봉하였다. 그리고 제일 핫한 여름 시즌에 개봉한 영화로는 <엑시트> 7월 31일, <봉오동 전투> 8월 7일, 이어 추석 연휴 전날에는 9월 11일 <나쁜 녀석들 : 더 무비>가 개봉하였다. 그리고 멜로인 <가장 보통의 연애>는 10월 2일, 드라마였던 <82년 생 김지영>은 10월 23일이었고 12월 성수기에는 재난 블록버스터 <백두산>이 12월 29일 개봉하였다. 특이한 점은 2019년 한국 영화계를 휩쓸고 한국 영화를 세계에 알린 <기생충>의 개봉시기이다. <기생충>은 5월 30일에 개봉하였는데 이는 ‘칸느 영화제’에 맞춘 것이다. 이런 계절적인 시기적 특성과 함께 이런 영화제 개최 일정과 수상과 같은 이슈도 역시 개봉과 흥행에 영향을 미친다. 물론 계절과 무관하게 개봉하거나 계절적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개봉하여 흥행한 영화도 많다. 2019년 5월 15일에 개봉한 <악인전>의 경우는 등급도 청소년 관람불가인데다 가정의 달이 5월에 개봉하였지만 흥행에 성공하였다.
이를 보면 가장 큰 성수기인 여름 시장은 대부분의 메이저 배급사들이 준비한 기대작으로 시원하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 블록버스터가 개봉되고 다음으로 설이나 추석명절에는 따뜻한 장르의 코미디나 드라마 같이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들이 선호된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이 되면 멜로나 드라마가 크리스마스에는 전통적으로 로맨틱 코미디가 계절을 점유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계절적 요인으로 여름이 시작되는 6월부터는 공포 영화가 선호된다. 대부분은 공포영화는 여름에 많이 볼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 7월과 8월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와 한국형 블럭버스터가 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저예산으로 만드는 공포영화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그래서 대체적으로 공포영화는 6월 중순부터 7월 초중순까지 개봉하여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 공포영화의 또하나의 팁은 대체적으로 그 해에 가장 먼거 개봉한 공포영화가 흥행할 확률이 높다. 또한 11월이 되면 수능시험이 있어 수험생들이나 청소년을 겨냥한 영화들이 개봉되기도 한다. 이렇듯 개봉시기의 계절적 특성 또한흥행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므로 개봉시기를 결정할 때 이를 고려하여야 한다.
세 번째로 고려사항은 개봉 당시의 경쟁작이다. 성수기에는 각 배급사의 주력 영화들이 경쟁하고 상대적으로 비수기에는 저예산 영화나 중소규모의 영화들이 개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대작들은 왜 경쟁을 피해 분산 개봉하지 않고 같은 성수기에 몰려 개봉해 서로 피튀기는 경쟁을 할까? 더더구나 그 시장에서 1등을 하지 못하면 손해가 클텐데… 이유는 간단하다. 의정부 부대찌개 골목, 신당동 떡볶이 골목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결국 최대 관객이 몰리는 시기인 만큼 소문난 잔치에 다양한 먹거리를 기대하는 관객을 끌어들여 시장의 파이를 극대화할 수 있고 그것이 따로 개봉하는 것보다 훨씬 흥행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이 시즌에는 배급사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개봉 순서와 일정을 정하려고 고도의 심리전을 펼친다. 1년 중 가장 관객이 많은 7월 마지막 주에서 8월 둘째 주까지 약 3주간 줄줄이 각 배급사의 1년 농사를 결정짓는 소위 기대작들은 개봉된다. 그러다 보니 경쟁작들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작품이 언제 개봉하느냐에 따라 흥행성적은 다를 수 있다. 만약 당신의 영화가 힘이 있다고 판단된다면 가장 먼저 개봉하거나 가장 관객이 많은 7월의 마지막 주가 좋다. 가장 먼저 개봉하면 오랜 기간 1위를 이어가며 대박 흥행 행진이 가능하고 여름 시장의 관객을 싹쓸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기대작들 중에서 자신이 작품의 경쟁력이 타 작품에 비해 약하다고 판단될 경우는 다른 작품보다 우선하여 개봉하는 것이 통상적으로 유리하다. 왜냐하면 1,2주라도 쎈 작품보다 먼저 개봉해 개봉 첫 주에 1위를 달리며 관객들을 끌어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바로 다음 주 센 영화가 개봉하면 관객들로부터 외면당할 확률이 높다. 즉 1주 천하인 것이다. 반대로 센 영화는 뒤로 가면 어떻게 될까? 오히려 기지개 한번 제대로 펴보지 못하고 흥행에서 밀릴 수 있다. 이렇듯 경쟁 영화에 따라 복잡 미묘한 신경전을 펼쳐야 한다.
이렇게 큰 시즌에 아주 작은 영화를 개봉하기도 한다. 아무리 성수기라도 모든 관객들이 블록버스터 영화만을 보려 하지는 않는다. 뭔가 색다른 영화를 기대하는 관객들도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성수기 틈바구니에 작은 영화들을 개봉하기도 한다. 예술독립영화와 같은 경우 경쟁이 덜한 비수기에 개봉한다고 관객이 폭발적으로 늘지도 않을 뿐더러 주로 이런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의 성향이 시기나 계절에 상관없이 보고 싶은 작품은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기꺼이 상영 시간을 맞추고 극장을 찾아 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동 시기의 경쟁 영화는 늘 신경이 쓰이고 결국 마케팅에서 그 작품들과의 차별화하려 무던히 노력을 한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개봉할 시기의 사회적 분위기, 환경적인 영향이다.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발생함으로 인해서 모든 관심이 빨려 들어갈 수 있다. 저자의 첫 프로듀서 데뷔작 <오버 더 레인보우>는 2002년 5월 17일에 개봉했다. 이 당시 이정재, 장진영이란 스타배우를 내세운 기대작이었다. 그러나 이 당시 2002년 모두가 다 아는 것과 같이 한일 월드컵이 개최되었다. 한국은 2001년 평가전에서 프랑스에 0:5, 체코에 역시 0:5로 번번이 참패하며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모두가 생각했었고 그래서 월드컵이 개봉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예측이었다. 5월 31일에 개막을 앞두고 히딩크 호는 서서히 실력 발휘를 하기 시작하더니 온 국민을 월드컵 열기로 달아오르게 만들었고 우리 사회의 모든 이슈를 삼키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영화를 상영해야 할 극장에서 영화 대신 축구 경기를 대형 스크린으로 중계하기에 이르렀다. 작품에 대한 좋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흥행 성적은 처참했다. 만약 월드컵이 아니었다면 어떤 결과를 얻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개봉 시기였다.
또한 2016년 개봉한 <판도라>는 원전폭발 사고를 다룬 영화로 경주 지진과 함께 노후화된 고리 원전의 안전에 대한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 개봉했다. 이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불안감이 고조된 상태에서 제작된 영화이다. 또 <귀향>이나 <항거>, <동주>, <박열>, <암살> 등은 위안부 문제, 대법원의 강제노역 배상판결 등 한일 갈등이 심화되며 영화 흥행에 영향을 준 경우이다. 하지만 반대로 영화 <튜브>의 경우는 대구지하철 참사로 인해서 개봉 시기를 6개월이나 연기했어야 했다.
이러한 사회적인 상황은 단순히 개봉 시기에 국한되어 영향을 미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불매와 같은 부정적인 영향과 또 반대로 흥행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며 치명적인 타격을 주기도 한다.
이 외에 주연배우의 스캔들과 같은 돌발적인 문제도 큰 영향을 미친다. 몇 년 전 미투(Me Too)가 영화계를 덮치며 몇몇 영화들이 개봉을 미루거나 개봉을 하지 못한 경우가 있다.
개봉 시기 역시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는 것이고 다양한 요소들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하나의 공식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영화 흥행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외적 변수이다.
3. 스크린 수
'스크린의 규모'는 요즈음 한국 영화의 뜨거운 감자이다. 스크린 독과점의 문제는 메이저 배급사들의 주력 영화들이 개봉할 때마다 매번 반복되고 있는데 이렇게 스크린 쏠림 현상에 대해 이의가 제기된다는 것은 그만큼 스크린의 규모가 영화 흥행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여겨지기 때문일 것이다. 우선 스크린 수가 많으면 자연스럽게 상영 횟수가 증가하고 동시에 관람할 수 있는 관객 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흥행에 어떠한 식으로든 영향을 미친다.
이런 스크린과 흥행의 상관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상영과 관련된 몇 가지 용어와 개념을 알아야 한다.
- 좌석판매율[8]은 실제 편성된 좌석수 대비 관객 수를 백분율로 나타낸 것이다. 즉 전체 스크린의 총 좌석수 대비 실제 팔린 좌석수를 말한다.
- 스크린점유율[9]은 동기간에 상영된 영화의 전체 스크린 중에서 특정 영화의 스크린 수를 백분율로 나타낸 것이다. 2019년 전국의 극장 현황을 살펴보면 총 513개 극장이 3,079개의 스크린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예를 들어 특정 영화가 약 300개의 스크린에서 상영을 하고 있다면 스크린 점유율이 10% 정도인 것이다.
- 상영점유율[10]은 조회 기간에 상영된 영화의 전체 상영 횟수 대비 특정 영화의 상영 횟수의 비율이다. 이는 일정 기간 동안 전체 스크린에서 상영할 수 있는 총 상영 횟수 중에서 특정 영화가 얼마나 상영했느냐를 말하는데 상영 횟수는 스크린 수와 러닝타임에 영향을 받는다. 스크린 수가 많으면 당연히 상영 횟수도 늘어나고, 러닝타임이 짧다면 상영 횟수는 늘어나고 반대로 길면 상대적으로 상영 횟수는 줄어들게 된다.
- 좌석점유율[11]은 일일 총 좌석 수 중에서 특정 영화가 차지한 좌석 수의 백분율이다. 2019년 기준으로 3,079개의 스크린의 좌석 수는 총 463,162석이다. 즉 한 회 상영에 46만 명이 동시 관람이 가능하다. 이를 하루 평균 7회 상영한다고 가정하면 하루 총 관람 가능한 좌석은 3,242,134석인데 이중 특정 영화가 차지한 전체 좌석 수를 좌석 점유율이라 한다.
자~ 그렇다면 스크린이 영화 흥행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스크린 수와 관객 수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만약 관객 수에 비해 스크린 수가 많으면 관객이 여러 스크린으로 분산되어 그만큼 스크린 당 관객 수가 적어지게 되고 이와 반대로 스크린 수에 비해 관객이 많으면 스크린마다 관객 수는 많아지게 된다. 이를 앞서 용어 설명에서 좌석판매율이라고 한다. 즉 전체 스크린의 객석 수를 합친 총좌석이 10,000개라 했을 때 3,000명의 관객이 들었다면 30%의 ‘좌석판매율’인 것이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극장에서 특정 영화에 몇 개의 스크린에 몇 석 짜리를 편성할지 그리고 얼마나 오래 상영할지를 결정할 때 기준이 바로 이 ‘좌석판매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좌석판매율’이 높다라는 것은 결국 많은 관객이 특정 영화를 선호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극장 입장에서는 선호도가 높은 영화에 더 많은 스크린을 편성하고 오래 상영하려 하는 것은 당연하며 이는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논리로 작동한다.
그래서 스크린 규모는 개봉할 때 한번 정해지면 종영할 때까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좌석판매율’에 따라 확대되기도 하고 반대로 줄어들기도 한다. 2009년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12]>와 2014년 개봉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개봉 당시 소규모로 시작했지만 입소문이 나며 좌석판매율이 점점 높아지자 스크린 규모를 확대하여 성공한 경우이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경우는 최대 809개 스크린까지 확대되며 다큐멘터리 사상 최대 관객인 480만 명을 기록했다. 반대로 한국 영화의 가장 빅 시즌인 2018년 7월 25일 여름 시장에 개봉한 강동원 주연, 김지운 감독의 영화 <인랑>의 경우는 순제작비 200억이 넘는 블록버스터답게 개봉 첫날 1,085개 스크린에 4,503회를 상영하며 ‘스크린점유율’ 19.3%, ‘상영점유율’ 25.9%로 좌석 수 701,203석과 ‘좌석점유율’ 25.7%를 기록하며 관객 수 274,510명에 ‘좌석판매율’ 39.1%를 차지하며 호기롭게 출발했다. 하지만 개봉 2일차부터 줄어들기 시작한 스크린 수는 개봉 10일 차에 1/5로 줄어든 207개 스크린에서 288회 상영하는데 그쳤고 ‘스크린점유율’은 3.8%, ‘상영점유율’ 1.5%, ‘좌석점유율’ 1.1%, ‘좌석판매율’ 12.9%로 급격히 하락하며 최종 관객 899.029명의 초라한 성적으로 종영하게 되었다.
이처럼 결국 ‘좌석판매율’에 따라 상영 중 스크린 수는 증감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흥행의 향방이다.
자! 그럼 ‘좌석판매율’이 높아지며 관객이 많이 드는 작품의 경우는 모두 스크린 수를 늘리느냐 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왜냐하면 앞으로 그 영화를 선택할 잠재 고객의 수요가 한정적이거나 관객 수 증가의 폭발력에 한계가 있다면 스크린을 늘리는 것은 그리 현명한 선택이 아닐 수 있다. 독립영화나 예술영화의 경우는 스크린 수를 늘려도 늘어난 좌석 수에 비례해서 관객이 늘어나지 않거나 그 폭이 미미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12년 9월 김기덕 감독은 <피에타[13]> 개봉 후 스크린 편성의 불합리함 언급하며 자신의 영화의 상영관 확대를 다음과 같이 피력하였다. “‘좌석점유율’ 사이트를 보니까 여전히 <도둑들>이 1,000회 이상이더라고요. 저희 영화가 400~500회 정도고요. 저희 영화 ‘좌석점유율’(실제로는 좌석 판매율을 의미한 것으로 보임)이 45~60% 정도인데, 그 정도면 횟수를 늘리는 게 극장 ‘상도’인데 그러지 않은 것은 안타깝고요. 다른 영화는 15% 미만인데도 안 빠지더라고요. 그게 <도둑들>이에요.”[14]
실제로 <피에타>는 전국 326개 스크린에서 ‘누적관객수’ 603,283명, ‘좌석판매율’ 최고 42.6%를 기록했고 개봉 10일차까지의 평균 ‘좌석판매율’은 25.1%였다.
만약 김기덕 감독의 바람대로 <피에타>에 더 많은 스크린 편성하고 상영 횟수를 늘렸다면 좌석 판매율이나 관객 수는 어떻게 되었을까? 관객이 최종 60만 명에서 100만 명 또는 200만 명을 넘겼을까? 물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의 시장 경험으로 봤을 때 '넓은 대중적 선호를 갖지 못한 영화들은 개봉 후 시간이 지날수록 관객 수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따라서 <피에타> 역시 좌석판매율이 높다고 상영 후반으로 갈수록 관객 수가 폭발력 있게 늘어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연간 극장의 평균 좌석 판매율이 30% 내외인데 <피에타>의 개봉 10일 차까지의 평균 ‘좌석판매율’이 25.1%로 보통 수준을 하회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예상은 합리적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김기덕 감독이 언급한 <도둑들>을 보면 <피에타>가 최고 ‘좌석판매율’ 42.6%를 기록한 개봉 4일차 9월 9일에 비해 ‘좌석판매율’은 낮지만 관객 수는 <피에타> 28,973명 보다 19,688명이 많은 48,661명을 동원했다. 이는 <도둑들>의 개봉 55일 차의 기록이다. 참고로 <도둑들>은 최종 전국 1,091개의 스크린에서 12,984,701명의 ‘누적관객수’를 기록했고 좌석 판매율은 최고 73.8%까지 기록했었다. 또한 개봉 10일 차까지 평균 ‘좌석판매율’을 보면 54,7%로 연평균 좌석 판매율 30%를 훨씬 상회하였다.
이를 보면 단순히 ‘좌석판매율’의 높고 낮음으로만 스크린 수를 조정하기보다는 실제 그 영화를 기대하고 관람하려고 하는 잠재 관객의 수를 잘 예측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고려 요소일 수 있다. 이뿐 아니라 실제로 극장의 스크린 편성은 사전 예매율이나 고객 평단 반응과 같은 고객 선호도와 고객의 관심 즉 영화감독, 제작규모, 출연배우, 마케팅비용, 시나리오 등의 다양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합리적으로 진행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사 입장에서 매번 스크린 수 경쟁을 하는 것은 왜일까? 당연히 스크린 수가 많으면 관객들은 원하는 영화를 원하는 시간에 보다 쉽고 편리하게 관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하나의 스크린보다는 두 개의 스크린이 하루 동안 관람할 수 있는 더 많은 관객을 동원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상영 시간의 차이를 둘 수 있어 관객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시간대에 원하는 영화를 관람할 수 있어 편리하다. 단순히 이런 숫자적인 것뿐만 아니라 여러 스크린에서 영화가 상영되며 상영점유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관객들에게 자주 노출되고 자연스럽게 관객들은 ‘이 영화가 지금 많은 사람들이 보는 영화 구나… 나도 봐야겠다’라고 생각해서 마치 군중심리처럼 '따라서 관람'할 확률 또한 높아진다. 이뿐 아니라 스크린을 많이 차지하게 된다는 것은 반대로는 다른 영화가 상영할 기회를 빼앗은 것이기 때문에 경쟁 작품을 밀어내는 효과 역시 생긴다. 즉 관객들이 보고 싶어도 극장에 걸리지 않거나 불편한 시간대에 상영을 한다면 자연스럽게 관객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상영점유율을 높이려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배급사의 주력 블록버스터의 경우 독과점 논란에도 불구하고 스크린 수 경쟁을 하게 된다.
‘좌석판매율’과 ‘상영점유율’ 은 관객들의 입소문이나 관람 태도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예를 들어, 당신이 극장에 들어갔는데 텅 빈 극장에 혼자뿐이라면 어떤 기분이 들겠는가? 바로 ‘아 이 영화 재미없나~ 왜 이리 사람이 없지’ 하는 불안감이 엄습할 것이다. 그런데 반대로 평일 오전 시간에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영화에 관객이 꽉 차 있는 경우라면 아마도 당신은 ‘아 이 영화 좋은 영화인가 보구나 생각보다 사람이 많네’하며 기대감이 생기며 기분이 좋을 것이다. 이렇듯 좌석 대비 관객 수는 관객들의 관람 분위기에나 심리에도 영향을 준다. 그래서 적당한 관객 수의 유지는 중요하다.
또한 이러한 스크린 수 증감은 흥행에 가속도를 붙이거나 급격히 주저앉게 만든다. 먼저 계속해서 스크린 수가 늘어나게 되면 관객들은 그 흥행을 피부로 느끼게 되는데 예매할 때 앱을 살펴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10개 스크린을 가진 멀티플렉스이지만 실제로 상영하는 영화가 3~4편인 경우를 자주 보았을 것이다. 결국 장사가 잘되는 영화에 스크린 편성을 더 하다 보니 스크린이 많아도 실제 상영하는 영화는 몇 개 안 된다. 이는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언제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영화를 볼 수 있어 편리할 것이다. 또한 무작정 영화 한 편 보고 싶은 관객들에게는 그 영화를 자연스럽게 보도록 유도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는 흥행에 가속도를 붙이는 결과가 된다. 이와 반대로 스크린 수가 적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영화 상영시간을 맞춰야 하는 불편함이 생기게 되고 그 상영시간이 이른 아침이나 늦은 시간이라면 관람을 포기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그러면 당연히 관객 수는 줄어들며 흥행과 거리가 멀어진다. 앞서 예로든 <워낭 소리>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와 같은 영화는 처음 이러한 핸디캡을 가지고 출발해서 이를 극복하고 흥행에 성공한 것이어서 가히 신드롬이라 할 수 있다.
4. 마케팅
앞서 이야기한 멀티플렉스의 출현과 함께 한국 영화 시장은 지난 20여 년간 매우 가파르게 상장하였다. 이는 단순히 관객 수나 제작 편수 혹은 수입된 영화 편수의 증가, 매출의 증가와 같은 양적인 면에서의 성장을 가져왔다. 한국영화의 연간 개봉 편수는 2010년 140편에서 2019년 502편(실질개봉작 199편)으로 10년만에 3.6배 증가하였고 수입개봉된 외국영화도 286편에서 1,238편(실질개봉작 448편)으로 약 4.3배나 크게 증가하였다.
이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유아에서 노년에 이르는 두터운 관객 층의 형성, 주부 관객이나 시니어 관객과 같은 새로운 관객 층의 등장, 주로 20대에 의존하던 기존의 영화 시장에서 4~50대가 주 영화 소비 관객층으로 부상하며 관객의 질적인 면에 있어서도 크게 성장하였다. 또한 관객층의 변화는 영화의 소재나 장르적 측면에서 다양한 영화들이 제작되고 상영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게 되면서 내용적인 면에서도 긍정적인 성장을 이루어 왔다.
하지만 이 성장의 이면에는 한정된 시장에서 작품들간의 더욱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는 현실이 존재했고 실시간으로 변하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창작자들이나 투자자들의 고민은 점점 더 커킬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은 제작비를 나날이 치솟게 만들었고 그러면 그럴수록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몸부림으로 영화 마케팅에 대한 의존도는 증가할 수 밖에 없었다.
앞서 좋은 기획은 마케팅을 쉽게 만든다 말하며 영화 마케팅의 1차적인 목표는 개봉 첫 주에 자신의 영화가 경쟁작품 보다 앞서 관객들에게 우선 선택되도록 하는 것이라 했다. 즉 개봉 주에 1등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1등 영화가 왜 중요한지 데이터를 통해 살펴보면 1등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 수 있다.
2019년 7월 24일 <나랏말싸미>를 시작으로 여름 텐드폴(성수기) 시즌에 개봉한 영화는 7월 31일 <엑시트>와 <사자>, 8월 7일 <봉오동 전투>가 개봉하였다. 이들은 모두 총제작비 100억 원이 넘는 고예산 영화들이다. 이중에서 7월 31일 개봉한 <엑시트>가 총 관객 947만 명(매출액 792억 원)을 동원하며 여름 시장의 승자가 되었다. 이 영화가 개봉했던 2019년 31주차는 전체 관객수가 약 697만 명, 매출액 562억 원이었는데 같은 날 개봉한 영화가 무려 37편이었다.(32주차는 55편) 이 중에서 <엑시트>와 <사자>가 동원한 관객수는 <엑시트> 400만 명 이상, 경쟁영화 <사자>가 100만 명이었다. 결국 7월 마지막주에 두 영화가 전체 영화 시장을 독점하였다. 일반적으로 1등 영화가 전체 관객의 6~70%, 2등이 15~20%, 3등이 5~10%를 차지하며 1~3등 영화가 전체의 90% 이상의 관객을 차지한다. 2019년 여름 성수기의 최종 성적은 <나랏말싸미> 96만 명, <사자> 161만 명, <봉오동전투> 479만 명이다. 이를 보면 'Winner takes it all'인 '승자독식'의 시장이 바로 영화산업의 생리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결국 1등을 하느냐 못하느냐는 중요성 넘어 작품의 생존의 문제이다.
물론 1등을 만드는 것이 영화 마케팅의 목표라고 해서 마케팅이 잘되면 무조건 1등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영화 마케팅이 영화 흥행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오늘날 다양한 콘텐츠가 매일 쏟아지는 현실에서 관객들의 관심을 끌고 영화관으로 유도하는 마케팅의 전략적 접근은 매우 중요하다.
다음은 흥행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영화 마케팅의 주요 기능이다.
첫째는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다. 영화 마케팅의 기본 목표는 영화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다. 예고편, 포스터, 온라인 광고, SNS 캠페인 등 다양한 광보 홍부 수단을 동원하여 대중이 영화에 대해 알게 하므로 자연스럽게 관객층을 형성한다. 이러한 초반의 관심은 영화 개봉일의 관객 수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유명 배우나 감독이 참여하는 영화는 그들의 팬층이 주요 마케팅 타겟이 될 수 있다.
두번째는 영화에 대한 관객의 기대감을 형성하는 것이다. 영화는 경험재라고 이야기 하였다. 즉 영화를 보기 전에는 얼마나 재미있는지, 얼마나 관객들을 만족시킬지 알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영화 마케팅에서는 계속해서 관객들에게 영화가 재미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심으려 노력한다. 결국 개봉 첫날 영화의 성공은 그 기대감을 얼마나 잘 형성하느냐에 달려 있다 할 수 있다. 효과적인 마케팅은 영화의 장르, 스토리, 또는 독특한 요소를 강조하며 관객들에게 ‘보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특히 티저 예고편이나 바이럴 마케팅은 스포일러를 피하면서도 궁금증을 자극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번째는 시장을 세분화하고 영화의 흥행을 이끌 명확한 타켓을 설정하는 것이다. 어느 영화든지 모든 관객층을 대상(타켓)으로 하지는 않는다. 영화에 맞는 특정 연령대나 취향이 존재하고 이를 타겟으로 하여 집중 마케팅을 하여야 한다. 그래서 그들이 영화의 첫 관객이 되어 개봉 첫날 영화관으로 오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물론 우리 모두는 자신의 영화를 남녀노소 모든 관객들이 관람하기를 원할 것이다. 그렇다고 모두를 타켓으로 하여 마케팅하는 것은 바보같은 일이다. 만약 흥행을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하여 설정한 타겟 관객의 기대와 만족이 충분히 강력하다면 이는 입소문을 타게 되고 자연스럽게 관객층은 확대되며 큰 흥행의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그것도 한정된 자원(마케팅비)으로 최대의 효율을 내면서 말이다.
영화 마케팅은 흥행에 있어 단순한 보조 수단이 아니라, 영화 성공에 직결되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적절한 타겟팅, 사전 기대감 조성, 개봉 이후 입소문 관리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수적이며, 각 영화의 성격에 맞춘 맞춤형 전략이 흥행의 성패를 가른다.
5. 비평가, 평론가 평점
영화 비평가나 평론가들은 영화의 예술적 가치를 평가하고, 관객들에게 그 영화가 볼 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왔다. 이런 전문가의 분석은 영화 선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때로는 대중의 취향과 괴리되어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낳기도 한다. 이처럼 비평가나 평론가의 평가는 영화 흥행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흥행을 견인하는 긍정적인 영향을 살펴보면
첫째, 작품의 신뢰성을 부여
평론가들의 평가가 긍정적일 경우, 영화의 초기 흥행 성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예술성이나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드라마, 독립 영화, 혹은 다큐멘터리 같은 경우 평론가들의 호평이 영화의 흥행에 큰 기여를 하고 작품의 신뢰성을 부여하여 초기 관객 유입에 큰 도움이 된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의 경우는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수상 직후 비평가들의 극찬이 쏟아지며 "역대급 결작"이라는 평가가 확산되었다. 이 비평가의 권위있는 평가는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볼 만하다"는 심리를 형성하고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해 국내 1,031만 관객 돌파와 해외 흥행 성적을 이끌었다.
둘째, 장기적 흥행 지원
평론가의 영화에 대한 심층적 분석은 작품에 대한 재조명을 유발하고 입소문을 내는 효과를 낳는다. 2018년에 개봉한 이창동 감독의 <버닝>은 칸 영화제에서 역사적 무대포즈(8.8점)을 기록하며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초기 관객의 유입은 매우 적었고 흥행이 저조한 편이었다. 그러나 평론가들이 영화 속 "벤의 창고 불태우기 상징성"에 대한 해석 논쟁이 SNS에 확산되며 관객들의 관심을 유도하였고 이는 입소문을 타고 장기 상영으로 이어졌다.
셋째, 독립영화의 생명력을 불어 넣음
대중적인 인기가 낮은 배우나 신인감독들의 소규모 작품들은 비평가나 평론가들의 지지로 틈새시장을 확보한다. 2018년 개봉한 <소공녀>와 같은 독립영화는 상업영화의 배급환경 속에서 개봉하는 것 조차 쉽지 않다. 그러나 영화평론가들의 "편대 자본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라는 극찬이 이어지며 독립영화관에서 장기 상영되었다. 이러한 인디영화의 경우는 평론가들에 의해 소개되고 주목되는 것과 더불어 새로운 감독이나 배우의 탄생을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우리가 잘 아는 이재훈과 박정민은 2011년 <파수꾼>이란 영화를 통해 그 연기력을 인정 받으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천우희는 2014년 <한공주>를 통해 오랜 무명의 단역을 벗어나 주연배우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이렇듯 비평가나 평론가들의 평가는 영화의 신선한 새바람을 일으키고 작은 영화들의 흥행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반대로 평론가의 평가가 흥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첫째, 지나친 기대감의 반전
비평가나 평론가들의 과도한 기대나 평가가 오히려 관객들에게 실망감을 주어 입소문의 악영향을 주는 경우이다. 소위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라 했듯이 관객들이 개봉전 비평가나 평론가들의 흥분된 평가에 극장으로 몰려갔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에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2017년 <뺑반>의 경우 봉준호 감독이 각본에 참여했다는 것으로 기대가 컸으나 개봉 후 "스토리 전개가 산만하다"는 혹평이 나왔고 초기 관객이 급감하면서 예상치 못한 흥행 실패를 기록했다.
둘째, 대중성과 예술성의 괴리
비평가나 평론가들의 평가는 작품의 질적 완성도와 작품의 예술성에 촛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대중성과 예술성을 고루 갖춘 경우의 영화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예술적 작품성은 매우 높으나 대중성에서는 다소 먼 영화들이 존재한다. 이 경우 비평가나 평론가들은 매우 호평을 하지만 대중들은 거리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봉준호 감독의 2017년 <옥자>는 넷플릭스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칸 영화제 경쟁부분에 진출하며 비평가들에게 "환경 메시지가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일반 관객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또 박찬욱 감독의 경우는 높은 작품성으로 인해 늘상 비평가나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고 있지만 관객들의 평가는 그리 호의적이지는 않고 결국 흥행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기나친 기대감의 형성은 오히려 "평론가가 추천하는 영화는 우리가 볼 영화가 아니야" 하는 생각을 관객들이 가지게 하기도 한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2023년에 개봉한 <더 웹툰: 예고살인>은 평론가들이 "클리셰의 반복"이라 혹평하며 평점 평균 2.5점을 주었지만, 20대 관객들은 "웹툰 원작의 재현도가 높다"며 평점 8.1점(네이버 기준)을 주었고 결국 180만이라는 관객을 동원했다. 또한 2014년도 김한민 감독의 <명랑>의 경우는 평론가 평점 5.8점(네이버 기준)에도 불구하고 1,700만 명의 관객들을 동원하며 한국영화 관객수 1위를 거머쥐었다. 아마도 이는 역사적 영웅의 서사와 이순신 장군에 대한 대중적 애정이 평론가의 "과도한 CG"라는 기술적 지적을 넘어서게 만들었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며 평론가의 영향력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고 영화의 오피니언 리더였던 평론가들의 영향력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 특히 OTT시대가 되며 알고리즘 추천과 SNS 감성 리뷰가 평론가의 권위 있는 평가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 <길복순>에 대해 비평가들은 "유치한 복수극"이라 치부했지만 글로벌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다.
다음은 평론가의 호평을 받았지만 흥행에 실패한 영화와 반대로 혹평을 받았지만 흥행에 실패한 영화의 소개한다. 다음 영화들의 평론과 관객들의 리뷰를 찾아 비교해보면 영화 흥행에 대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 평론가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실패한 영화
<마더> (2009)
감독: 봉준호
영화 개요: 아들이 살인 혐의로 누명을 썼다고 믿는 어머니가 진범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다룬 범죄 스릴러
평론: 봉준호 감독 특유의 사회적 비판과 인간 심리에 대한 심도 있는 묘사, 그리고 김혜자의 뛰어난 연기가 극찬을 받았다. 특히 김혜자의 연기가 인상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봉준호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흥행: 하지만 평론가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마더>는 기대만큼의 대중적인 흥행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영화의 어두운 분위기와 심리적 긴장감이 강해, 대중들이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소재라는 점이 흥행에 걸림돌이 되었을 수 있다.
<버닝> (2018)
감독: 이창동
영화 개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미스터리하고 철학적인 이야기 전개와 인물 간의 긴장감을 담고 있다.
평론: 이창동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과 유아인, 스티븐 연의 연기력이 극찬을 받았다. 특히 이 영화는 평론가들 사이에서 현대 한국 사회의 불안과 청년 세대의 소외를 잘 담아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해외에서도 칸 영화제를 비롯한 여러 국제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으며 주목받았다.
흥행: 그러나 이 영화는 국내 흥행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영화의 복잡하고 열린 결말, 긴 상영 시간, 그리고 대중적이지 않은 소재가 관객들에게는 어려움을 주었고, 결국 상업적으로는 흥행에 실패했다.
* 평론가의 혹평을 받았으나 흥행에 성공한 영화
<해운대> (2009)
감독: 윤제균
영화 개요: 부산 해운대에서 일어나는 대규모 쓰나미 재난을 배경으로 한 한국 최초의 대규모 재난 영화로, CG와 특수효과에 많은 공을 들인 작품.
평론: 영화의 스토리가 상투적이고, 캐릭터들이 단순하며, 감정적 연출이 지나치다는 평가가 많았다. 특히, 재난이라는 진지한 소재와 달리 멜로와 코미디 요소가 혼재한 점이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흥행: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해운대>는 1,1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엄청난 흥행에 성공했다. 이는 재난 영화라는 장르적 특성과, 당시 대중이 대규모 시각적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 덕분에 큰 인기를 끈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윤재균 감독의 코믹하며 따뜻한 감성의 연출이 한국관객의 입맛에 적중했다.
<7번방의 선물> (2013)
감독: 이환경
영화 개요: 지적 장애를 가진 아버지가 딸과 함께 교도소에서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휴먼 드라마.
평론: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스토리가 너무 감정에만 의존하며, 현실적이지 않은 설정과 과도한 신파적 요소가 지나치다는 혹평을 받았다. 영화의 연출이 단조롭고, 감정적인 부분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흥행: 하지만 <7번방의 선물>은 감동적이고 가족적인 이야기 덕분에 대중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고, 1,2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비록 평론가들의 혹평이 있었지만, 대중들은 영화의 감동적인 요소에 큰 공감을 하며 흥행을 이끌어냈다.
<음란서생> (2006)
감독: 김대우
영화 개요: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성인 코미디 영화, 금기된 문학과 에로틱한 소재를 유머와 풍자로 풀어낸 작품.
평론: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영화가 성적인 소재를 다루면서 진지하지 않고 지나치게 가벼운 연출과 코미디적 요소에만 치중했다는 비판이 있었다. 또한, 스토리의 깊이나 메시지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흥행: 그러나 이 영화는 파격적인 설정과 코미디 요소가 결합되면서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었고, 박스오피스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평론가들의 평가와는 다르게 관객들은 영화의 가벼운 유머와 독특한 소재를 즐겼다.
6. 입소문
입소문은 한국영화산업에서 흥행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강력한 변수 중 하나이다. 특히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오늘날에는 입소문은 데이터 알고리즘과 SNS 플랫폼에 의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SNS가 발달하기 이전에는 입소문은 말그대로 입에서 입으로 구전을 통해 전해졌다. 사람들이 오프라인의 만남을 통해서 전달하거나 또는 전통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입소문은 전달되었다. 그러다보니 입소문이 파괴력을 가질 정도로 전파되려면 절대적인 물리적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부정적 입소문이 돌아도 어느 정도 마케팅으로 대처할 시간을 벌 수 있었고 실제 입소문이 흥행에 영향을 미치기 전에 아직 소문을 듣지 못한 관객들을 모아들일 수 있었다. 즉 마케팅의 낚시에 낚인 관객들은 달콤한 후킹에 속아 영화를 관람하였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오프라인 시대였기 때문이다. 만약 개봉 첫주 영화가 재미없었다면 그 영화를 본 관객이 "그 영화 재미없어"라고 주변에 이야기 하려해도 그 다음주에 직장이나 학교에 가서 누군가를 만나야 전할 수 있었다. 그래서 최소한 이러한 입소문이 영향력를 가질 정도로 퍼지려면 최소 2주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이마저도 주말을 지나며 영화에 대한 감상이 사라진 이후라면 네거티브한 입소문의 강도는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오늘날의 입소문은 다양한 미디어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퍼져나가고 있고 그 확산의 범위 또한 매우 넓어졌다. 심지어 어떤 영화의 경우는 시사회 도중에 영화에 대한 평가가 퍼져나가 영화가 개봉도 하기 전에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물론 긍정적 평가라면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기대감을 불러일으켜 첫주부터 매진 행렬을 이끌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부정적 평가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 개봉과 함께 기 한번 제대로 펴보지 못하고 폭망하는 결과를 맞기도 한다. 이처럼 현대의 입소문은 실시간으로 삽시간에 퍼져 나가고 흥행에 매우 커더란 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입소문의 영향이 큰 이유는 영화는 관객의 감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기분 나쁜 감정은 누군가에게 털어놔야 속시원하지 않은가? 그래서 좋은 감정보다는 나쁜 감정이, 칭찬 보다는 험담이, 좋은 입소문 보다는 나쁜 입소문이 더 빠르고 멀리 퍼진다.
2009년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워낭소리>는 긍정적인 입소문을 타고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흥행 결과를 낳았다. 평생 땅을 지키며 살아온 최노인이 30년을 함께한 친구인 소를 떠나보내며 겪는 일화는 매우 담담하고 자극없는 이야기였다. 더군다나 다큐멘터리 장르는 일반관객들에게 관심이 있거나 즐기는 영화가 전혀 아니었다. 그래서 개봉 초기부터 아무도 이 영화를 주목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영화가 준 잔잔한 감동에 입소문은 조금씩 퍼져나갔다. 개봉 첫주 불과 6개 스크린, 일 30회 상영의 미약한 출발에도 불구하고 입소문은 3개월 이상 이 영화를 장기 상영하게 만들었고 최대 274개 스크린, 일 1,789회를 상영하며 최종 293만 명의 관객들 동원했다. 이 신드롬은 이후 2014년 노부부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이 영화는 480만 명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흥행을 기록했다. 이처럼 초기 관객의 열광적인 반응은 SNS와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확산되며 몰아보기 현상을 유발하고 마치 전염병처럼 번져 '보지 않으면 안되는 영화'로 인식되어 많은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모았다. 입소문의 끝판왕은 재상영 요청이다. <어벤져스>는 요청에 의해 재개봉까지 하게 되었다.
입소문은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쉽게 예측하기가 어렵다. 또한 한번 시작된 입소문은 그것을 통제하거나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위의 <워낭소리>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와 같이 긍정적인 입소문이라면 문제가 아니겠지만 그 반대의 부정적인 입소문이라면 무척 난감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일수이다.
CJ E&M이 2017년 여름 텐트폴 시즌을 겨냥하여 만든 블록버스터 <군함도>는 "조선인을 일본인보다 더 나쁘게 그렸다"는 소문과 함께 "역사왜곡", "지난친 폭력성"이란 비판이 일며 개봉 3일만에 평점이 6점대로 추락했다. 이는 감독이나 제작자 입장에서는 무척 당혹스럽고 전혀 예상 못한 반응이었을 것이다.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려는 제작의도가 관객들에게 잘못 전달되었고 이 역풍은 생각보다 거세었다. 결국 손익분기점이 800만 명인 <군함도>(순제작비 225억 원, 마케팅비 42억 원, 총제작비 267억 원)는 659만 명을 동원했다. 물론 숫자로 보면 650만 명 관람은 성공한 것으로 보이나 메이저 배급사의 야심작이자 여름 텐트폴 시즌의 주력 상품으로 막대한 제작비가 투자된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결과이다.
개봉 첫날 관객의 "실망했다", "재미없다", "돈 아깝다" 같은 부정적 입소문은 바로 주말관객의 급감으로 나타나며 개봉 초기부터 흥행에 빨간불을 만나게 된다. 더욱이 악성 루머와 같은 허위 정보나 "결말이 실망이다"와 같은 평가, 또는 아주 중요한 스포일러가 입소문을 타게 되면 흥행에 치명타를 입기도 한다.이런 부정적 입소문은 영화 자체의 완성도와 질에 대한 평가와는 상관없이 소문의 흐름을 부정적으로 만들어 흥행에 악영향을 주고 이렇게 불기 시작한 입소문은 어떠한 마케팅의 노력으로도 막아내기 쉽지 않다.
부정적인 입소문이 꼭 부정적인 결과만을 낳는 것은 아니다. 부정적 입소문이 오히려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논란 부추겨 흥행에 도움이 된 사례들도 있다. 이러한 작품들은 논란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관심을 끌어 흥행에 성공한 경우이다.
2023년 방영된 드라마 <더 글로리>는 "과도한 폭력성", "학교 폭력의 미화" 등의 논란 속에서도 시청률이 급상승하는 역효과를 보았다. 이러한 논란은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호기심을 유발하고 "문동은의 복수는 정당한가?"와 같은 SNS에서의 열띤 토론을 유발함으로써 추가 관람을 부추겼다.
또한 때로는 부정적 입소문에도 불구하고 관객이 몰려드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는 노이즈에 대해 떄로는 "도대체 얼마나 못만들었는데?", "왜 논란이 되는데?"를 직접 확인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호기심과 궁금증이 작용하기도 한다. 이 경우는 반짝 관객몰이로 흥행이 길게 이어지지 않지만 반짝 관객이 몰리기도 한다. 둘째는 악성 리뷰의 화제성이 너무 커서 오히려 작품의 존재감을 확대시키는 효과를 낳은 경우이다. 또한 악성 입소문과 그 반대 입소문이 부딪치며 큰 논란을 야기하게 되는데 이는 서로의 주장을 결집시키며 관객들을 동원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건국전쟁>과 <파묘>는 2024년 상반기 연이어 개봉하며 역사적 해석과 정치적 입장이 충돌하며 보수와 진보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논란이 있었다. 이 논란은 이를 확인하고 지지하려는 관객들의 결집으로 흥행에 도움이 되었다. 세번쨰는 배우나 감독의 팬덤이 부정적 평가를 상쇄하거나 장르적 매력(액션, 멜로, 스텍타클 등)이 뛰어나 그 부정적 입소문을 잠재우는 경우이다. 결국 영화의 힘으로 입소문을 잠재우는 경우이다.
오늘날 입소문의 영향은 유투버와 인프루언서와 만나며 극대화 되고 있다. 매체 파괴력을 가진 유투버와 인플루언서의 리뷰는 전통적인 평론가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고 이제 영화의 흥행을 위해서는 이러한 새로운 매체와의 협업은 무척 중요해졌다.
2023년 개봉한 <서울의 봄>의 12·12 군사반란 장면 30초 영상은 틱톡을 통해 공개되었고 5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코로나 이후 관객이 급감하여 2019년 대비 60%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침체기에 이 영화는 1,300만 명이라는 관객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러한 틱톡이나 쇼츠는 입소문의 새로운 흐름이 되어가며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15초 내외의 짧은 영상 편집본은 바이럴되어 젊은 청년층 관객을 끌어모으는데 큰 역할을 하고 파워 유투브 크리에이터의 영화 분석 영상들은 입소문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다음은 입소문의 영향으로 성공한 영화와 실패한 영화의 사례이다.
긍정적 입소문의 영향으로 성공한 작품
<극한직업>(2019, 1,600만 관객 돌파 - 한국 영화 역대 2위).
"웃음 보장"이라는 평이 퍼지며 가족·친구 단체 관람이 증가. 네이버 평점 9.2점 유지.
<부산행>(2016, 1,150만 관객)
"좀비물의 새로운 지평", "아버지의 감동적 희생". 유튜브 반응 영상이 100만 뷰 돌파.
<곡성>(The Wailing, 2016, 680만 관객 - 공포장르 치고는 희귀한 기록).
"결말 해석 논쟁", "종교적 상징성". 온라인에서 영화 해석 글이 10만 건 이상 작성됨.
<7번방의 선물>(2013, 1,280만 관객)
"눈물 폭풍", "아버지와 딸의 감동 스토리". 관객 80%가 여성으로, 커뮤니티에 후기 공유 확산.
<신과 함께>(2017, 1,441만 관객).
"사후 세계의 독창적 세계관", "시각 효과의 혁신". "명장면 캡처"가 SNS에서 공유되며 흥행.
부정적 입소문의 영향으로 실패한 작품
<군함도>(2017, 650만 관객 - 제작비 300억 원 대비 적자).
"역사 왜곡" 논란과 "지나친 폭력성" 비판이 확산. 개봉 3일 만에 네이버 평점 6점대로 추락.
<승리호>(2021, OTT 흥행: 넷플릭스 진입 1위, 극장 흥행: 70만 관객)
극장 개봉 전 "CG는 훌륭하지만 스토리 단순" 평이 퍼져 극장 관객이 외면.
<목숨 건 연애>(2016, 30만 관객)
"황정민·김아중 조합의 어색한 케미" 리뷰가 개봉 첫날 SNS를 장악.
<강철비2: 정상회담>(2020, 190만 관객 - 전편 <강철비> 470만 대비 60% 감소)
"반복된 클리셰", "북한 캐릭터의 과장" 비판이 입소문으로 확대.
부정적 입소문이 논란을 불러일으켜 성공한 작품
<더 글로리>(2023, 드라마 -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비영어 부문 1위. 시즌1·2 모두)
"학교 폭력 미화", "과도한 폭력성"이란 논란이 오히려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호기심을 유발하며 시청률 상승을 이끌었고 "문동은의 복수는 정당한가?"라는 SNS에서의 열띤 토론이 추가 관람을 부추기며 흥행.
<변호인>(2013, 1,137만 관객 돌파 - 당시 역대 한국 영화 9위)
"진보 성향의 정치적 메시지"를 둘러싼 보수층의 반발도 있었지만 이런 정치적 논쟁이 오히려 "직접 확인해봐야겠다"는 심리를 자극하였고 송강호의 열연과 1980년대 민주화 운동 소재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며 흥행.
<공조>(2017, 781만 관객 - 제작비 80억 대비 대성공)
"북한 캐릭터의 비현실적 묘사", "유치한 액션" 이라 비판이 있어지만 "현실성 없지만 재미있다"는 평이 퍼지며 가벼운 오락성을 원하는 관객들이 유입되며 흥행.
<독전>(2018, 526만 관객 - 범죄 액션 장르 평균 이상)
"복잡한 스토리", "조진웅·류준열의 캐릭터 비현실성"이란 비판에도 불구하고 "헷갈리지만 몰입감 있다"는 양면적 평가가 논쟁을 유발하며 관객 유치했고 마약 조직의 긴장감 넘치는 전개가 몰입되었다는 입소문을 형성하며 흥행.
<백두산>(2019, 825만 관객 - 제작비 260억 원 대비 흑자)
"지진 특수효과의 과장", "북한 과학자 캐릭터의 비과학성"이란 비판을 뛰어넘는 "현실성은 없지만 스케일이 장난 아니다"는 평이 역설적 홍보 효과를 만들었고 이병헌·하정우의 연기와 대규모 폭발 장면에 대한 기대의 입소문으로 흥행.
지금까지 영화 흥행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살펴보았다. 이외에도 영화의 음악이라든지, 유수의 국제영화제에서 수상이나 노미네이트, 박스오피스 등 다양한 요소들이 영화 흥행에 영향을 미친다. 지금까지 열거한 요소들은 영화를 홍보 마케팅을 하는 과정에서 셀링 포인트(Selling Point)로 활용되는 요소이기도 하다.
[7] 배급사 순위는 매년 변동되는데 이는 전년도 극장 흥행 결과에 따른 순위이기 때문에 대박 작품이 있으면 배급사 순위가 쇼박스처럼 작품수가 적음에도 높을 수 있다.
[8] 좌석 판매율 (관객수 / 배정된 좌석수 x 100)
[9] 스크린 점유율 (기간에 상영된 특정 영화의 스크린 수 / 기간에 상영된 영화의 전체 스크린 수 x 100)
[10] 상영 점유율 (상영 횟수 / 조회 기간에 상영된 영화의 전체 상영 횟수 x 100),
[11] 좌석점유율 (배정된 좌석수 / 일일 총 좌석수 x 100)
[12] 통합전산망 박스오피스 통계 자료에 따르면 첫 주에는 서울 10개 스크린, 전국 20개 스크린에서 소규모 상영을 시작으로 관객들이 늘자 서울 77개, 전국 294개의 스크린으로 확대 상영하여 최종 전국 2,962,897명의 관객을 동원하였다.
[13] 김기덕 감독의 18번째 영화로 2012년 제69회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최우수작품상)을 수상
[14] 한겨레신문 2012.09.11 기사, 박보미 기자 (https://www.hani.co.kr/arti/culture/movie/55125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