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do Dec 02. 2021

별 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어설픈 그림과 글

 별 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순간들이 있다. 누군가의 따뜻한 미소로 위안을 얻기도 하고, 코끝을 스치는 향에서 잊고 있던 지난 추억에 흐뭇해지기도 한다. 좋은 태도로 만든 제품을 사용하는것이, 대충대충 넘어가던 내 태도를 차분하고 세심하게 바꿔주기도 한다. 레이먼드 카버의 유명한 단편 ‘별 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은 제목 그대로 별 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순간을 그려내고 있다. 삶은 그렇게 대단하지도 않은 것들을 통해 도움을 얻고 살아가게 되는게 아닐까. 이 단편소설을 읽어봤다면, 그 순간의 감동이 떠오를 것이다. 평범하고 행복한 중산층 가정, 엄마는 아이의 생일을 위해 생일케잌을 주문한다. 가벼운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한 아이가 깊은 잠에 빠져 병원에서 관찰치료를 받는다. 그 고단한 과정에서 누군가의 짖굳은 장난같은 집요한 전화를 받는다. 몇 주가 안되어 손도 써보지 못하고 아이가 죽었다. 삶의 의욕과 식욕이 바닥났다. 또 전화가 울린다. 알고보니 케잌을 찾아가라는 빵집의 전화다. 아이는 죽고 없다. 그들에게 그 케잌의 의미. 분노로 새벽녘 찾아간 빵집 안은 갓 구운 빵의 고소함으로 가득하다. 서로의 오해는 풀리고, 제빵사는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갓 구운 빵을 권한다. 한 입 배어 문 순간, 식욕은 되살아나고, 다시 삶을 살아가야 함을 느낀다.


 내게도 이런 순간들이 있다. 종이 위로 부드럽게 사각거리는 연필 소리가 듣기 좋다. 사라졌던 글 쓰고 싶은 마음이 다시 살아난다. 발을 부드럽게 감싸는 폭신한 신발의 감촉에 무작정 밖으로 나가 걷는다. 어두었던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한쪽 구석을 채우는 은은한 조명이 가을의 오후 4시 햇살 같다. 그 은은함에 이끌려 그 아래에 의자를 가져와 먼지 쌓였던 책을 꺼내 읽는다. 오후의 햇살은 누리지 못했지만, 저녁의 온기를 누린다. 사물이 될 수도 있고, 어떤 말이 될 수도 있다. 잊고 지낸 지난 날을 떠오르게 하는 향일 수도 있다.


 여기에 별 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그 무엇들을 다루고 싶다.


 나에게 도움이 되었듯이 당신에게도 도움이 되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