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도리 MD PAPER B연필
취미는 무언가의 부재에서 오는 게 아닐까. 늘어나는 뱃살에 시작하게 된 운동, 소음을 막기 위해 듣기 시작한 음악, 자신감을 끓어 올리기 위해 도전한 자격증, 억지로라도 쉬어보려고 내리기 시작한 핸드드립 커피, 분리수거가 제대로 되는건지 의심스러운 배달음식 쓰레기에 만들어 먹기 시작한 요리. 삶의 부재를 채우기 위해 취미를 시작하게 되는 경우들이 있다.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회사는 하얀색으로 가득하다. 아파트와 빌딩들, 집으로 가는 길도 모두 하얀색이다. 삶은 매일 진부하고, 사회는 늘 딱딱하고, 사람들은 언제나 차갑게 느껴진다. 추운 겨울, 눈까지 오면 밖은 온통 하얀색이다. 이럴 때는 따뜻한 집에 가서 따뜻한 우유 한잔을 마시면서 눈 내리는 밖을 보고 싶어 진다. 자극적이지 않은 것이 그리울 때가 있다. 하얀색은 깨끗해 보이지만, 피곤함을 준다. 추운 겨울 따뜻한 우유 한잔처럼, 묵직하고 부드러운 질감이 느껴지는 크림색이 그립다. 멍하니 부드러운 크림색의 이 연필을 바라보고 있으면 잡고 싶어 진다. 잡으면 부드러운 글을 쓸 것 같고, 부드러운 그림 같은 글이 써지니 마음이 부드러워진다. 부드러워진 마음에 이 밤은 부드럽다.
무인양품 2B 연필로 쓰는 즐거움을 느꼈다면, 이제 취미로 넘어갈 차례다. 어느 취미나 그렇듯 모든 것에는 다음 단계가 있다. 다음 단계로 넘어갈수록 지불해야 할 비용은 점점 늘어난다. 어차피 사게 될 거라면 처음부터 최종단계에 있는 연필을 구매하면 되지 않냐는 질문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 어디에도 최종단계는 없다. 스태들러와 파버카스텔을 거쳐 블랙윙이나 다른 빈티지 연필들 그리고 그라프 폰 파버카스텔의 퍼펙트 펜슬까지 비용이 천차만별이고 이런 연필들이 최고라고 할 수도 없다. 블랙윙은 유명인사들의 극찬을 받은 연필이지만, 그때와 지금의 기술은 다르다. 그들이 말했던 불편함은 이제 싸구려 연필이 아니라면 모두 갖고 있다. 쉽게 부러지지 않고 부드럽게 글씨가 써져서 손에 무리가 덜 오는 연필들은 정말 많아졌다. 이런 좋은 연필들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만 남는다.
미도리 MD PAPER B연필의 부드러운 크림색은 부드러운 필기감을 기대케 한다. 이름과 심의 단위를 나타내는 글자 외에는 부드러운 크림색만으로 채워진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이다. 부드러운 크림색으로 부드러운 필기감과 B의 진함을 기대하게 된다. 글자에 적용된 대문자 폰트는 정교한 필기감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하다. 2B 연필의 부드러움을 갖고 있지만 사각거림이 미세하게 들릴 정도의 거친 B의 특성을 유지하고 있다. 형태가 갖고 있는 기대감을 그대로 필기감으로 느껴볼 수 있는 연필이다. 미도리 MD PAPER B연필은 무인양품 2B 연필을 써본 뒤 좀 더 부드러운 연필을 찾을 때 좋은 선택이다. 볼드형 글자와 크림색 몸체는 따뜻한 두부의 부드러움을 상징하고, 이 연필도 부드럽고 진하다.
미도리 MD PAPER B연필 세트(6개)
가격: ₩9,000 (개당 ₩1,500)
[미도리 Midori]
1950년 편지와 봉투를 시작으로 다양한 문구류를 생산하는 일본 문구 브랜드다. 특히 MD PAPER PRODUCTS 시리즈는 종이에 쓰는 가치를 얻기 위해 196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필기감을 발전시킨 MD PAPER를 중심으로 마치 두부 같은 느낌을 준다. MD 시리즈는 다른 장식 요소 없이 그 자체의 느낌을 제공한다. 크림색의 제품군은 모두 모아놓으면 일본 애니메이션 속에 온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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