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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떱 Apr 01. 2018

마블 스튜디오의 비상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만들어지기까지

4월 25일은 어벤져스 시리즈의 3편이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의 개봉일임과 동시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첫 작품 [아이언맨]이 개봉한지 10년이 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를 맞이해 코믹인사이드에서는 조촐하게나마 4월 22일까지 매주 한 개씩의 글을 업로드할 예정이다.


첫 번째 글은 마블 스튜디오에 관한 글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만들어지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정리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마블 스튜디오 탄생


마블 스튜디오가 만들어진 이유는 그리 거창하지 않다. 겨우 파산을 면한 마블이 빚을 갚을 목적으로 캐릭터 라이센스를 팔기 시작한 게 그 시작이었다. 자체 공장을 가지고 생산하던 액션피겨 사업도 모두 접고 장난감 라이센스를 다른 기업에 넘길 정도였으니 오죽했을까. 심지어는 마블 테마로 패밀리 레스토랑을 열겠다는 기업에 영업 라이센스를 팔기까지 했다. 그 정도로 그들은 절실했다.
  

마블의 첫 영화 스튜디오 마블 필름즈

물론 그전까지 마블이 영화 사업을 안 한 건 아니다. 마블에는 마블 필름즈라는 영화 프로덕션이 있었지만 그들의 실적은 주로 애니메이션 작업이나 드라마 제작으로 그들이 만든 영화는 거의 없었다. 가끔 실사화 라이센스를 팔기도 했다. 하지만 한번 실사화 계약을 맺는다 해도 여러 작품을 동시에 만드는 영화사에게 슈퍼 히어로 영화는 수많은 프로젝트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당연히 영화사는 제작에 소홀하게 되고 시간이 흐르다 보면 작업은 멈추고 말았다. 당시 각본만 만들어지고 빛을 보지 못한 영화는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헐크...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마블 스튜디오

1996년 마블의 새로운 주인이 된 기존 주주 아이작 펄머터와 아비 아라드는 기업을 재편성하며 이전까지 영상 컨텐츠를 맡았던 마블 필름즈를 없애고 그 자리에 마블 스튜디오를 새로 만든다. 마블 필름즈의 CEO였던 아비 아라드는 마블 스튜디오를 그대로 맡았지만 회사의 상황은 이전과 달랐다. 이전처럼 영화 계약을 하더라도 마블 스튜디오에는 장기적인 수입이 필요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무조건 영화가 나와야 했다.


라이센스 판매


기업 재편성 이후 마블이 영화를 주력 사업으로 정하자 마블 스튜디오의 짐은 무거워졌다. 말했듯 제대로 만들어졌던 영화는 없었고 새로 계약을 추진한다 해도 영화가 나온다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블 스튜디오는 급하게 영화를 만들기보다 오랜 기간 동안 토대를 만들며 준비하기로 결정한다. 1997년 마블 스튜디오는 폭스에게 [판타스틱 포], [데어데블] 같은 여러 캐릭터의 영화 제작 권한을 판다. 여기에는 조건이 하나 붙었는데 7년 동안 사전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영화사가 한번 집중해 만들어내다가 시들해지느니 천천히 꾸준하게 관심을 들이기를 바랐던 것이다. 1993년부터 [엑스맨] 실사영화를 만들고 있던 폭스는 바로 전 해에 감독으로 브라이언 싱어와 각본가 톰 드팔코를 기용하고 내년 개봉을 목표로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블 스튜디오가 제시한 사전 작업 조건 때문인지 (확실치는 않다) [엑스맨]의 개봉은 미뤄지게 되었고 싱어와 드팔코에게는 각본을 편집할 수 있는 시간이 추가로 생기게 된다. 그 사이 새로 수정된 [엑스맨] 각본은 폭스가 원하던 가장 이상적인 각본이 되었다.

마블 스튜디오가 본격적으로 제작에 관여한 첫 영화 엑스맨

한편 [엑스맨]의 프로듀서였던 리처드 도너는 자신의 밑에 있던 케빈 파이기를 [엑스맨] 제작팀에 합류시킨다. 현장에서 파이기를 처음 만난 아라드는 마블 컨텐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그를 스카웃한다. [엑스맨]을 시작으로 마블 스튜디오가 참여하는 모든 영화화 작업에는 파이기가 관여하게 된다. 파이기의 주 업무는 각본 검토와 개발 과정 참여로 각본에 대한 의견 제시를 맡는 것이었다.


2000년에 개봉한 [엑스맨]이 성공하자 대중들은 슈퍼히어로 영화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다행스럽게도 이후 개봉한 [스파이더맨]과 [데어데블], [헐크] 같은 영화들은 꽤 좋은 성적을 내게 된다. 영화 수익으로 더 이상 빚에 시달리지 않게 된 마블은 본격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 마블 스튜디오에 나머지 라이센스를 팔도록 지시했다. 물론 많은 영화사에 캐릭터들을 분산 투자했지만 폭스처럼 많은 프로젝트를 함께 할 곳도 필요했다. 마블 스튜디오가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를 만든 아티산 엔터테인먼트였다. 2000년 말 아티산은 마블 스튜디오와 공동 제작하는 조건으로 24 작품의 라이센스를 따내는데 그중에는 최근 개봉한 블랙 팬서를 비롯해 캡틴 아메리카, 데드풀, 블랙 위도우, 토르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2003년 마블로 한 사람이 찾아온다.



협상


2003년 기업 자문을 하던 데이빗 메이젤은 마블이 로열티로 5%의 수익만 챙기고 있는 것을 보고 의문을 갖는다. “아무리 라이센스 장사라도 수익을 더 챙길 수 있을 텐데?” 마블의 회장인 아이작 펄머터는 돈을 더 벌 수 있도록 협상해주겠다며 찾아온 그를 마블 스튜디오의 COO에 앉힌다.


메이젤이 사업을 지휘하게 됐을 때 마블 스튜디오는 한참 라이센스 협상을 진행 중이었다. 워너에는 캡틴 아메리카를 소니에는 토르를 팔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타난 COO는 모든 협상을 중단시켜버린다. 기존처럼 수익의 5%만 챙긴다는 조건을 바꾸기 위해서였다. 이후 메이젤은 라이센스 판매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카드로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시작한다. 마블 스튜디오는 아이언맨과 어벤져스를 기반으로 한 비디오 전용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들고 수익의 절반을 주는 대가로 아티산을 인수한 라이언즈게이트로부터 제작비 전액을 투자받는다. 메이즐은 투자 사실을 협상에 사용한다. “이걸로 제작비 전액을 투자받았어. 수익도 절반이나 갖는 데다 제작 주도권도 우리한테 있지. 봤어? 우리 컨텐츠는 이 정도야.”


그렇게 마블 스튜디오에 중요한 세 사람이 모이게 되었다. CEO 아비 아라드, 프로듀서 케빈 파이기, COO 데이빗 메이젤. 이 세 사람은 지금까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설계했다고 알려진 사람들이다. 10년이 지난 지금 세 사람은 모두 자신이 이 기획을 오래전부터 구상했다며 주장하지만 누구 한 명의 아이디어였다고 단언할 수 없다. 이미 기획의 핵심인 크로스오버는 오래 전부터 만화에서 벌어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세 사람은 자신들이 꿈꾸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위한 작업을 시작한다. 영화 여러 편의 크로스오버는 모두가 바랐던 숙원사업이었기에 같은 마음일 거라 생각한 모양이다. 당연히 승인받을 것이라 생각하고 회의에 발표를 한 순간 가장 큰 장애물이 나타났다. 바로 마블의 사장이었던 아이작 펄머터였다. 펄머터는 마블 스튜디오가 못 미더웠는지 “마블 스튜디오가 직접 영화를 만들겠다.”라는 메이젤의 의견에 반대했다. 애초에 라이센스로 얻는 수익을 더 벌게 해주겠다고 들어온 사람이 사업을 벌이겠다니 탐탁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메이즐, 아라드, 파이기가 그렇게 자신 있어하니 영화 제작을 승인을 해줬다. 대신 어떤 금액도 지원하지 않겠다 선언했다.


원하는 사업을 하게 됐지만 아무런 투자를 받지 못한 마블 스튜디오는 대출을 받기로 한다. 2004년 마블 스튜디오는 메릴 린치에서 아직 다른 영화사에 넘어가지 않은 앤트맨, 캡틴 아메리카, 닥터 스트레인지, 어벤져스 등 8개 작품과 그에 등장하는 10개 캐릭터의 라이센스를 담보로 대출을 신청한다. 메릴 린치는 8년간 최대 10개의 영화를 만들겠다는 계획에 5억 2천5백만 달러를 대출해준다. 2005년 영화를 기획하기 시작한 마블 스튜디오는 자신들이 팔았던 캐릭터 라이센스들을 다시 사들이기 시작한다. 여러 곳에 퍼져있다가 다시 마블로 돌아온 캐릭터로는 아이언맨, 헐크, 블랙 위도우 등이 있었고 제작은 점점 박차를 가해갔다. 그러자 마블은 마블 스튜디오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거두고 그들을 지지하기 시작한다. 심지어 마블 엔터프라이즈라는 사명을 마블 엔터테인먼트로 바꾸며 영화 같은 다른 컨텐츠도 만든다고 어필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MCU의 기획 중 CEO인 아비 아라드와 COO 데이빗 메이즐 사이에 마찰이 빚어지게 된다.


마찰의 원인은 메이즐이 대출을 받으며 제시한 조건에 있었다. 8년간 10개의 영화 개봉이라는 이 조건은 1년에 영화 1편, 많으면 2편이라고 생각되지만 제작기간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 영화 [아이언맨]이 3년 뒤인 2008년 개봉한 걸 생각하면 마블 스튜디오는 1년에 2편씩 개봉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와 같은 상황을 예상한 아비 아라드는 관객 분산으로 인해 영화 흥행이 실패할 것이며 능력 강한 캐릭터들이 포화되며 결국 프랜차이즈가 무너질 것이라 주장한다. 메이즐은 개봉하는 영화가 많으면 돈도 많이 벌릴 것이라며 반대했고 결정적으로 마블의 회장인 펄머터 역시 메이즐의 의견에 힘을 싣는다. 이에 아비 아라드는 주장을 꺾지 않고 자신이 소유한 마블 스튜디오의 모든 주식을 팔며 CEO직에서 내려온다. 그리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만들어진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첫번째 페이즈 박스셋

결과로 넘어가자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성공적이었다. 2008년에 개봉한 [아이언맨]은 5억 8천5백만 달러라는 수익을 얻었고 같은 해 개봉한 [인크레더블 헐크] 역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그리고 마블의 운명을 바꾸는 일이 벌어지게 되는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란 프랜차이즈가 디즈니의 눈에 들게 된 것이었다.

2009년 2월 디즈니는 마블 엔터테인먼트에 접촉한다. 그리고 약 반년 간 접촉한 디즈니는 8월 마블을 인수하게 된다. 인수 과정에서 디즈니와 긴밀히 협력했던 데이빗 메이즐은 자신의 모든 주식을 디즈니로 매각한다. 디즈니가 마블을 인수한 뒤 가장 먼저 손을 댄 곳은 마블 엔터테인먼트가 아닌 마블 스튜디오였다. 디즈니에는 [어벤져스]부터 다른 배급사에게서 영화 배급권을 가지고 왔고 마케팅 부서 전원을 해고하며 직접 마케팅을 맡았다. 디즈니는 본격적으로 마블 영화에 투자를 하기 시작했고 2013년 기존 개봉 영화들에 대한 배급권까지 되찾아왔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자체가 디즈니의 핵심 사업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2015년 디즈니는 마블 스튜디오를 마블 엔터테인먼트에서 분리시켜 디즈니 직속의 영화사로 변환시킨다. 빚을 갚기 위해 만들어졌던 자회사가 대기업의 주력 사업이 되는 순간이었다.


P.S 그들은 지금 무얼 하고 있는가


먼저 견해차로 하차한 아비 아라드는 자신의 프로덕션 업체를 차린다. 이후 그는 소니와 최근 개봉한 [스파이더맨 홈커밍]을 포함한 스파이더맨 프랜차이즈의 제작에 참여하고 있으며 [콩]이나 [고스트 인 더 쉘]의 제작에 참여한다. 곧 개봉할 톰 하디 주연의 [베놈]에서도 아라드는 프로듀서로 참여한다.


데이빗 메이즐은 [앵그리 버드]의 영화 작업에 참여했고 최근 다른 만화사인 아스펜 코믹스를 인수하며 다시 한 번 만화의 실사화 작업을 진행하기로 발표했다.


케빈 파이기는 현재 마블 스튜디오의 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최초 계약에 따르면 케빈 파이기는 2018년까지 마블 스튜디오에 재직하기로 했다. 디즈니 인수 이후 케빈 파이기의 계약이 어떻게 변했는지는 확인된 바 없지만 현재 그는 차후 개봉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차기작들에 대한 기획을 구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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