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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의 가드닝 Oct 01. 2021

구근, 꼭 똑바로 심어야 하나요?

싹이 기울어지게 심으면 안 되는 이유



구근을 심을 때 땅에 수직이 되는 방향으로 심으라 합니다.

그런데, 밑 바닥이 평평해서 수평을 잡는게 편한 구근도 있지만, 아네모네, 백합처럼 바닥이 울퉁 불퉁해서 어떻게 심어야 수직이 되나, 가늠이 잘 안 되는 구근도 있습니다.




기준은 간단합니다.

구근 안에 있는 꽃대가 반듯이 자랄 수 있게, 꽃대를 기준으로 하면 됩니다.


구근을 심을 때 혹시 싹이 나지 않았다면 일단 심어 놓고, 싹이 자란 후 방향을 보고 다시 잡아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단, 이 때에는 이미 잔뜩 뻗은 뿌리가 끊기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한 번 끊긴 뿌리는 재생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왜 반듯이 심어야 할까?


9월에 마늘을 심어주고 나면 싹이 난 11월에 옷을 두텁게 입고 갈고리 같은 모양의 도구를 가지고 마늘 싹을 비닐 밖으로 빼주는 작업을 합니다. 이때 농민들은 싹이 안 난 마늘은 혹시 뒤집어 심겨진 것은 아닌지 확인해보고, 만약 뒤집어진 것이라면 다시 뽇아 똑바로 심어줍니다. 

거꾸로 심겨 있으면 죽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튤립 구근을 생산하는 네델란의 경우, 대단위에 면적에 튤립을 심고 가꾸는데, 그 작업의 대부분을 기계로 합니다. 한국에서는 마늘을 심고, 주아를 잘라주고, 마늘을 캐고, 종자용 마늘을 쪼개는 모든 작업을 사람이 하지만, 네델란드는 이 모든 것을 기계가 합니다. 사람은 그저 기계를 조작할 뿐이죠.




한국에도 마늘 심는 기계가 있지만 농민들이 그 기계를 쓰지 않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비닐 구멍 하나당 하나의 구근만 심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앞뒤 구분을 하지 못 해 뒤집어 심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네델란드의 기계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네델란드의 기계 역시 구근의 위 아래를 구분하여 심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왜 그런데도 네델란드는 기계로 튤립을 심을까요?


그 이유는, 그래도 나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겨울이 춥고 봄은 온도 상승이 가파릅니다. 구근이 충분히 살찌우기 어려운 환경이죠.

그래서 그런 환경에서 최대한 마늘을 살찌우기 위해서는 쓸데없는데 힘을 빼지 않게 최대한 신경을 써야 합니다.

마늘을 거꾸로 심으면 거꾸로 나온 싹이 한참을 돌아 나오게 되는데, 그 시간과 힘까지 아끼겠다는 겁니다.


반면 네델란드는 원체 구근 비대에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보니, 거꾸로 심어 싹이 늦게 돋아도 그것이 문제되지 않을 만큼 충분한 구근 비대를 할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네델란드는 구근을 전부 기계로 심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 이제 우리가 키우는 튤립으로 돌아올까요?

우리는 튤립을 키우는 1차적 목표는 '꽃을 본다' 입니다.

이 꽃을 보는 목적을 달성하는데, 구근을 심은 각도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극단적으로 거꾸로 심어도, 꽃은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해가 쨍쨍한 정원에 구근을 심었다면, 심은 각도에 상관없이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내 환경은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실내 환경은 빛이 부족한 환경입니다. 제 아무리 빛이 좋은 남향 베란다라고 하더라도, 두 겹의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원래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의 절반 혹은 그 이하만 들어오게 됩니다.

노지에 비해 적은 빛 에너지를 받기 때문에 실내에서 자라는 튤립은 줄기가 단단하지 않습니다.


또, 실내보단 다소 따뜻하며 안정적인 온도로 키워진다는 점도 튤립의 줄기가 노지만큼 단단하지 않은 이유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실내의 튤립은 기울어져 심겨질 경우 꽃이 피기 시작하는 시기가 되면 꽃의 무게가 접혀진 부분에 자꾸 힘을 가하게 하고, 그로 인해 줄기가 쓰러지거나 부러지게 됩니다.


꽃은 피지만 예쁜 모습으로는 즐길 수가 없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특히나 실내 가드닝에서는 구근의 싹이 똑바로 자라도록, 땅에 수직이 되게 심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간에 잘라서 절화로 사용하겠다고 하면 상관없지만, 흙은 심은 채로 계속 보고 싶다면, 심는 각도를 더욱 신경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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