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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의 가드닝 Sep 10. 2021

지금 심어야 하는 구근들

추식구근, 어떻게 심어야 할까. 흙에서부터 화분까지



우리가 종묘사에서 구근을 사게 되는 시기는 일러야 10월 말입니다. 종묘사에서는 늦게 심어도 문제 없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늦게 심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찍 심을 수 있다면 일찍 심는 편이 좋습니다.



# 일찍 심을수록 좋은 추식 구근들



무스카리, 알리움, 아네모네, 라넌큘러스, 프리지아는 구근을 심자마자 싹이 나오는 추식구근입니다.


추식구근을 크게 나누면 심자마자 싹이 나는 구근, 싹이 안 나는 구근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심자마자 싹이 안 나는 구근은 구근 안에 개화에 필요한 모든 양분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경우엔 극단적으로 빛이 안 드는 어두운 방안에서 키워도 꽃을 볼 수 있습니다. 

개화에 필요한 양분까지 다 비축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 구근은 개화구 사이즈가 큰 편이고, 그래서 우리나라처럼 봄철 온도 상승이 가파라, 충분한 구근비대를 할 수 없는 곳에서는 해마다 꽃을 보는게 어렵습니다.


이에 비하면 심자마자 싹이 나는 구근은 상대적으로 개화구 사이즈가 작습니다. 이들은 개화에 필요한 양분을 스스로 광합성을 해서 얻어야 하기 때문에 가을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야 합니다.

가을이 지나 겨울에 가까울수록 햇빛이 내리쬐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가급적 일찍 심어야, 보다 양질의 광합성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들 구근은 가급적 빨리 심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일찍 심는것이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구근은 평균 온도가 20도 이상일때는 휴면기에 들어가 있지만, 밤중 온도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휴면기에서 깨어나 뿌리를 뻗을 준비를 합니다.

구근마다 뿌리를 뻗는 발아온도는 다르기 때문에, 낮은 온도에서 뿌리를 뻗는 구근식물을 너무 일찍 심어버리면, 축축한 흙에서 계속 휴면기를 갖다가 구근이 썩어버릴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키우는 구근 식물 중 튤립과 수선화는 발아온도가 낮은 쪽에 속하기 때문에 가을이 깊어지는 9월 말이나 10월에 심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밤 온도가 15도 정도 되는 곳이라면 지금이라도 튤립을 심어도 좋습니다.


튤립과 수선화는 발아 개시 온도가 낮다고 하였지만, 그래도 수선화는 일찍 심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아니, 할 수 있다면 아예 캐지 말고 흙에 계속 두는 것이 좋습니다.)


튤립과 수선화는 뿌리의 구조가 조금 다릅니다. 튤립의 경우 구근 바닥의 절반 부분에서만 초승달 모양으로 뿌리가 돋아납니다. 올해 뿌리가 난 쪽은 다음해엔 뿌리가 안 납니다. 해마다 번갈아 가며 절반의 뿌리만 내기 때문에 뿌리가 나는 성장판이 구근 밖으로 돌출되어 있고, 온도나 물 같은 외부 조건에 의해 아주 쉽고 빠르게 뿌리가 나게끔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수선화의 경우, 바닥의 원형판 전체에서 뿌리가 나기 때문에 올해 뿌리가 났던 성장판이 아주 두껍게 붙어 있습니다.

새 뿌리는 새 성장판에서 나기 때문에, 새 살을 보기 위해 묵은 살을 벗겨내듯, 새 성장판 밑을 덮고 있는 묵은 성장판을 떼어줘야 합니다.


이 일을 수행해주는 것은 바로 땅 속에 있는 미생물들 입니다. 이 들은 물에 촉촉히 불어 있는 죽은 성장판을 닥터피쉬처럼 먹어치워줍니다. 그런데 이들 미생물은 따뜻해야 활발하게 활동 합니다. 추우면 미생물도 같이 활동을 멈춥니다.

그러니 미생물들이 아주 두꺼운, 묵은 성장판을 충분히 제거 할 수 있도록, 따뜻한 9월에 미리 심어주어야 합니다.


히아신스도 수선화처럼 두꺼운 성장판을 가졌습니다. 일찍 심는 것이 좋은 이유기도 합니다.

다만, 히아신스의 경우 지금 심으면 11월 초에 꽃이 핍니다. 만약 내년 봄에 꽃을 피우길 바란다면 지금 구근을 심지 말고 11월 이후에 심는 것이 좋습니다.


무스카리는 구근 비대와 번식을 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심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일찍 심었을 경우 잎 성장이 발달하여 잎이 과도하게 길어질 수 있습니다.

만약 짧고 두꺼운 모양의 잎을 가진 무스카리를 보고 싶다면 무스카리도 11월 이후에 심어주세요.




# 구근 심는 방법

        

- 어떤 흙에 심어야 하는가


 실내 가드닝의 경우엔 해충 유입등의 문제 때문에 대부분 흙을 구입해서 사용합니다. 이렇게 구입하는 흙을 크게 두 가지로 가벼운 '상토'와 무거운 '배양토'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추식구근은 꽃이 크기 때문에 꽃이 무겁습니다. 꽃을 지탱하는 줄기의 길이가 긴 경우도 더러 있기 때문에 만약 구근과 뿌리를 눌러주는 힘이 약하면 줄기가 쓰러지기 쉽습니다.


이런 이유로 가벼운 흙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만약 상토를 사용하고 싶다면 모래를 넉넉히 섞어서 사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단일 제품으론 배양토가 무거운 편입니다. 그래도 이 또한 제조사에 따라서는 피트모스나 코코피트를 많이 섞어 가볍게 만는 배양토도 있으니, 가급적 이런 소재가 적게 함유되고, 자갈이나 모래가 충분히 섞인 배양토로 구입하시길 권합니다.


튤립 자체는 어떤 흙에 심어도 됩니다. 숲에서 긁어 온 부엽토에 심어도 되고, 반대로 부엽토라곤 조금도 없는 모래밭에 심어도 됩니다.

꾸준한 물 공급만 된다면 튤립은 어떤 흙에서든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잘 키운다'를 목적으로 하면 최선의 흙이 따로 있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튤립은 무기질이 풍부하고 배수가 잘 되는 사질(모래) 토양에서는 뿌리를 잘 뻗고 구김 없이 예쁜 꽃을 피운다고 합니다. 그러나 너무 삶이 안정되고 편안한 나머지 종족 보전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여 구근 분화는 적게 이뤄진다고 합니다.


반대로 부엽토가 많고 거름기가 많은 양토에서는 구근 분화 및 비대가 잘 되는 대신, 꽃의 컨디션이 나쁘다고 합니다. 다음해를 생각하면 좋지만 올해 꽃을 예쁘게 즐길 수 없으니 이 또한 바람직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절충안이 사질양토입니다. 모래도, 양분도 적당히 섞여 있는 흙입니다.

이 흙에서는 꽃도 예쁘게 피우면서 구근 비대 및 번식도 적당히 이뤄집니다. 제가 무기질이 포함된 흙을 추천하는 또 다른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 어떤 화분에 심을 것인가.


 구근은 심는 화분에 따라 꽃의 수명이 달라집니다. 어떤 화분에 심은 꽃은 일주일만에 시들기도 하고, 또 어떤 화분에 심은 꽃은 3주 넘게 피어 있기도 합니다.

몇 달을 기다려서 꽃을 보는 것이기에, 기왕이면 좋은 컨디션으로 보다 오래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이런 이유로 저는 도자기 화분을 추천합니다.  옹기로 된 화분도 좋습니다. 

유약이 잘 발라져 있어 코팅이 잘 된 도자기 화분은 화분 자체가 서늘하기 때문에 화분 속 흙을 보다 오래 차갑게 유지해줍니다.

올해 가장 마지막까지 꽃을 피우고 있던 수선화도 옹기 화분에 심은 것이었습니다. 그쯤엔 꽃을 보는 것도 조금 지겨워져 얼른 화분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는데, 가만 두면 5월이 오도록 꽃이 지지 않을것 같아서 결국엔 억지로 꽃을 잘라야 했습니다.


도자기 화분의 장점은 서늘한 온도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도자기 화분은 유약이 잘 발라져 있기 때문에 화분이 물을 흡수하지 않습니다. 화분 안에 있는 물은 오래도록 마르지 않기 때문에 추식구근은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 흔히 추식구근은 과습에 약하다고 생각하여 물마름이 좋은 토분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과습에 구근이 썩을 수 있다는 거지, 이 식물 자체가 물을 안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 좀 먹으려고 하면 물이 사라지고, 또 물을 먹으려는데 물이 사라져 버리곤 하면 추식구근은 자신이 가진 에너지로 성장하게 되면서 자기 에너지를 깎아먹게 됩니다. 그러면 잎과 꽃에 가야 할 양분도 줄어들어 꽃의 컨디션이 나빠지고 내 후년을 위한 구근비대로 이어지지 못합니다. 도자기 화분은 이런 점에서 추식구근에게 안정적인 물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좋습니다.


다만 이런 도자기 화분도 단점이 있습니다. 무겁고, 깨지기 쉽고, 비싸다는 것이죠.

특히 깨지기 쉬운 점은 통제가 어려운 어린 아이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엔 꽤 중요한 점입니다. 저도 어린아이를 키워봤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추식구근을 참 좋아합니다. 심자마자 뿌리가 뾱 나고, 싹이 나고 잎이 자라다가 화려한 색감의 꽃이 피니, 이처럼 아이들에게 흥미로운 식물이 없겠지요. 그러니 아이들이 호기심에 추식구근을 만지다가 안전사고가 날 수 도 있으니, 이 부분을 미리 고려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안전문제까지 생각하면 가장 접근하기 좋은 재질의 화분이 플라스틱 화분입니다.

플라스틱 화분은 수분 유지도 좋고 가벼운데다 안전사고 위험도 없으며 싸기까지 합니다.

모양이 안 이쁘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그것마저 요즘은 많이 극복되었지요. 


참고로 토분은 추식구근을 심을 용도로는 추천하지 않는 편입니다.

토분도 제작 방식에 따라 물마름의 차이가 있어, 사실상 도자기 화분에 가까운 토분도 있지만 그걸 떠나서도 토분을 추천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단열이 안 된다는 점입니다.


토분은 열 전도율이 좋습니다. 너무 추운 겨울날, 우리가 촛불을 몇 개 켠 후 토분을 위에 엎어서 베란다에 간이 난로를 만들어주는 이유도 토분이 열 전도, 복사 능력이 좋기 때문입니다.

이런 토분에 추식구근을 심어 해가 비치는 곳에 두게 되면 햇빛을 고스란히 받은 토분 때문에 화분 속 흙의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게 됩니다. 이렇게 낮동안 빠른 속도로 온도가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게 되면 구근 휴면기는 차치하고라도, 구근 자체가 성장이 불안정 하게 되면서, 줄기 성장과 잎 성장을 충분히 하지 못한 상태로 급히 꽃을 피워 올리면서 난쟁이 꽃을 피우게 됩니다. 또 이렇게 온도가 올라 급히 꽃이 피는 경우, 꽃의 모양 또한 기형이 되어 못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 물마름 문제와 온도 상승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토분의 사용은 최대한 자제하되, 그래도 불가피하게 토분을 사용하고자 할 때는 물 시중을 제때 잘 들어주고, 토분에 햇빛이 직접 닫지 않게 빛 차단을 잘 해주셔야 합니다.



- 어느 깊이로 심을까


 구근의 권장 깊이는 세세하게는 조금씩 다르지만 평균 잡아 2~2.5배 깊이로 심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런데 이 깊이는 노지 기준입니다. 추운 겨울철 지표면이 얼어붙어 버리니, 구근이 얼어버리지 않게 깊게 심어주라 하는 거지요.


실내가드닝은 이 깊이를 굳이 고수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얕게 심은 것이 장점일수도 있습니다.


구근식물은 얕게 심을수록 구근분화가 잘 됩니다. 식물은 본디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운 환경에서 종족번식의 욕구가 강렬해집니다. 얕게 심으면 발에 채여 뽑혀나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구근 식물은 최대한 많은 종자로 쪼개져서 다음해를 도모하려고 합니다.


구근 분화 이전에는 또 다른 종족번식의 욕구로 꽃을 많이 피웁니다. 수선화의 경우 얕게 심으면 더 많은 꽃을 피웁니다. 대신 꽃대의 길이는 짧습니다.


깊게 심으면 환경이 안정적이기도 하고, 두꺼운 흙을 뚫고 나가는 데 양분을 많이 쏟기도 하고 그래서 꽃의 개수가 줄어듭니다. 동시 다발적으로 많은 꽃을 피워내는 수선화 떼떼아 떼떼라는 품종은 식재 깊이에 따른 차이가 보다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그러니, 꼭 깊게 심는 것이 능사가 아니니 취향에 따라 얕게 심는 것도 고려해보세요.


저는 구근 윗 부분이 덮일 정도의 깊이로 심어주는 편입니다.



- 물주기

 구근을 심고 물을 충분히 주는 것은 국룰입니다. 간혹 심은 후 물을 안 주고 한 달 이상을 버틴 분들도 보았는데, 그렇게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손해입니다.


 추식구근은 준비성이 뛰어납니다. '만약에'라는 상황을 가정하여 그런 상황에도 살아남을 수 있게 꽤 많은 준비를 하지요.

양분이라곤 1도 없는 물에서 자랄 경우를 대비하여 꽃을 피울 수 있을 만큼의 양분을 미리 비축하기도 하고, 식재 이후의 가뭄에도 대비하여 뿌리를 뻗어 버틸만한 수분을 가지고 있기도 하죠.


그런데, 이렇게 미리 준비를 했다고 해서 우리가 그렇게 키워도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식물이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수분과 양분을 다 써서 발아를 했다면 그 이후엔 외부에서 꾸준히 물 공급이 되어야 합니다. 추식구근은 다른 종자보다 약간의 물을 더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그 물을 바닥까지 쓰게 한다면 튤립의 성장은 느려지고, 심한 경우 양분 부족으로 꽃이 사라지는 블라인드나 블라스팅 현상이 생길수도 있습니다.


식재 후 흙에 물을 흠뻑 주면 화분의 물이 더디 마릅니다. 화분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은 한 달 이상이 걸리기도 합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흙이 마르지 않으면 과습으로 뿌리가 썩지 않을까, 걱정할 수 있는데, 피트모스 100%의 흙에 심어 통기성이 심각하게 나쁜 경우만 아니라면 과습으로 구근이 썩는 일은 없을 겁니다. 다만 이 경우, 통풍은 잘 되는게 중요합니다. 어디에 보관하든 반드시 창문은 열어서 흙에 바람이 닿도록 해야 합니다.



9월 2주차에 우리가 신경쓰고 해야 할 일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의 일은 다음주에 알려드릴테니, 아직 오지 않은 날의 고민은 잠시 덮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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