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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의 가드닝 Nov 05. 2021

튤립, 수경재배 하다

추식구근, 수경재배


추식구근이 수경재배가 가능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추식구근을 직접 구매해서, 키워서, 꽃을 볼 수 있다는 것을 모르기도 하다.



수경재배는 오로지 물에서만 키우는 방법이다.

흙도 필요 없고, 화분도 필요없다.

수경재배를 하는 용기도 따로 구입할 필요가 없다.

먹고 남은 파스타 소스 병을 깨끗하게 씻어서 사용해도 되고, 패트병을 반으로 잘라서 써도 좋다.


첫 시도에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 수경재배의 큰 매력이다.




수경재배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역시 물이다.

물 자체는 식물에게 독이 아니나, 물을 매개로 벌어지는 일들이 수경재배의 성패를 좌우한다.




튤립의 경우 모양이 구형에 가깝고, 크기가 크다보니 무게중심을 잡기 위해 조약돌을 넣는다.

꼭 조약돌이 아니어도 좋다. 썩지 않는 무생물이라면 어느것이라도 좋다.

(단, 돌을 넣을 경우 돌에 있는 무기질이 소량이나마 튤립의 양분이 될 수 있다.)




개수도 정해지지 않았다.

각자의 판단에 따라 돌을 넣고, 물을 채워 넣는다.

딱 뿌리만 젖을 정도.

그렇게 물을 넣어두고 기다리기만 하면 언젠가 꽃은 핀다.




장소를 잘 선택했다면, 그 전에 튤립 껍질을 말끔히 벗겨 잘 씻어냈다면, 튤립은 썩지 않고 바로 뿌리와 싹을 틔울 것이다.




성장 과정에서 구근 외피가 약간 상한 것처럼 보일수도 있지만, 어차피 썩어서 흙이 될 부분이니 너무 신경쓰지 않도록 하자.


튤립의 싹이 10센치정도 자랐다면 이때부턴 장소 선택이 보다 자유로워진다.

그 전에는 꼭 온도가 10~20도로 유지되고, 햇빛이 직접 비치지 않는 자리에 놓아야만 했다면, 이제부터는 해가 비치는 곳에 둬도 좋고, 온도가 너무 낮거나, 반대로 조금 높은 곳에 두어도 괜찮다.




다만, 빛이 너무 세고, 반대로 온도는 높아서 그 온도가 튤립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는 곳이라면 튤립이 고온에 급히 개화하면서 아름답지 않은 모습으로 개화할 수도 있다.



온도와 햇빛, 둘 중 하나를 꼭 통제해야 한다면 햇빛을 통제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온도가 다소 높은 실내더라도 햇빛을 쬐지 않으면 튤립이 정상적으로 개화하지만,



빛까지 열심히 받으면 이렇게 다소 넙적한 모습으로 개화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튤립의 색이 빠질 수도 있다.




정상적으로 핀 꽃은 온도만 맞춰주면 오래도록 개화한다.

온대기후의 식물들은 영상 2도에서 보관하면 노화하지 않고 싱싱한 그 모습을 오래도록 유지한다.

사실 정확히는 얼어죽지는 않지만 성장이 멈추는 온도라고 볼 수 있다.


베란다가 있는 경우 이 베란다의 서늘함을 활용하면 실내에서 일찍 피운 수경재배 꽃을 베란다에 두고 오래오래 볼 수 있다. 



꽃은 햇빛을 쬐냐 쬐지 않느냐에 따라 컨디션이 달라진다.

아무리 예쁜 꽃봉오리 모습을 유지하고 있던 튤립도, 햇빛을 받기 시작한 시점부터 꽃이 거대해지고 넙적해지기 시작한다.

이렇게 시작된 노화를 온도로 낮출수는 있지만, 한번 시작된 노화는 반드시 끝이 있다.



개화가 끝난 튤립 구근은 버려야 하나,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다.

구근은 아직 통통해 보인다. 그러면 이대로 수확해도 저 상태 그대로 내년에 꽃을 피워주지 않을까 생각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꽃에 많은 에너지를 소진해버린 구근은 외피는 그대로 썩어 흙이 되고 안에는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작은 자구만 남아 희망적이지 않은 다음해를 기약해야 한다.




수경재배의 시기적 이점은 여기서 다시 한 번 더 발휘된다.

최적의 온도를 골라가며 키워낸 수경재배 튤립은 다른 튤립보다 훨씬 빨리 개화한다.

그래서 꽃이 지는 시기도 빠른데, 이때 수경재배 튤립을 흙에 심어주면 잎은 아직 휴면온도에 도달하지 않았으므로, 흙에서 많은 양분을 흡수하며 광합성을 통해 구근비대를 하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흙에 심었던 튤립보다는 뿌리가 부실하게 발달했기 때문에 양분 흡수의 한계는 있지만, 광합성을 충분히 한다면 그로 인해 많은 녹말을 구근에 비축할 수 있다.



꽃이 완전히 시들었다고 캐지 말자.

튤립의 구근비대는 이 때부터 제대로 시작한다.


영양분도 주고, 햇빛도 맘껏 보여주자.

그리고 밤낮으로 창문을 열어 공간을 최대한 춥게 유지해주자.


그러면 최선을 다해 비대한 구근을 땅속에 남기고 튤립은 떠날 것이다.

이 구근이 다음 해 다시 꽃을 피우는 것을 보고, 수경재배도 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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