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언젠가 인터넷 블로그에서 본 미국 체육 시간의 수업 평가 내용이 기억납니다.
글을 올린 학생은 한국에서 중학교 과정을 마치고 미국으로 유학을 갔는데요. 미국에서는 팀 스포츠와 체육수업을 강조한다기에 긴장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이 학생은 한국에서도 체육수업은 무척 즐거워 여러가지 운동을 많이 배웠지만 중학교부터 수행평가를 받으며 운동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이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중학교 2학년부터는 입시에 반영되는 수행평가를 진행하기 때문에 등급을 맞추기 위한 운동이 흥미보다는 잘해야겠다는 부담이 컸죠.
그런데 미국 체육 수업은 팀 스포츠 비중이 컸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자신이 들어가서 팀에 피해가 될까봐 걱정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평가 기준을 몰라서 한국처럼 점수가 좋으면 좋은 평가를 받겠지, 하는 생각에 좋은 점수를 위해 열심히 연습을 했답니다. 연습을 한다고 실력이 늘면 좋겠지만 점수는 좋지 않았습니다.
진 게임이 많았고 팀에 도움이 되는 점수를 주지도 못했습니다. 학생은 아마 성적 평가가 안 좋을 거라고 내심 포기하고 있었죠. 그런데 3주 후 받은 체육평가 성적표는 놀라웠습니다.
점수가 놀랍게도 전부 A라는 것입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미국 학교의 체육 점수는 “학생의 능력에 대한 평가가 아닌 노력에 의한 평가였습니다. 처음보다 얼마나 나아졌는가? 처음보다 얼마나 더 연습을 했는가?” 였습니다. 그래서 어이없는 실수나 팀에 방해가 되는 플레이에도 친구나 코치모두 “좋은 시도였어(good try)”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환경에 하루 속히 우리나라에도 펼쳐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체육수업은 즐거워야 합니다. 남들보다 잘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에서 즐겁고 변화하려는 노력과 다양한 시도를 통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되어야 합니다.
아직도 운동을 싫어하고, 몸 쓰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아이들 연령이 높아질수록 운동을 배울 때 자신감 없이 쭈뼛거리는 모습을 볼 때가 있는데요. 학교 체육수업을 통해 개인 능력에 대한 평가를 받다 보니 아이는 마음에 주눅이 듭니다.
“나는 남들보다 운동을 못해서 부끄러워”하고 말입니다.
고학년인데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며 처음 운동을 시작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아이의 부모님들이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아이가 운동이 처음인데 괜찮을까요?”
특히 체육관에서 운동 수행 기간에 따라 등급이 차이가 보이는 운동을 하는 경우 부모님은 걱정이 더 심합니다. 친구들은 검은 띠인데 혼자 흰 띠라 부끄럽지 않을까요?
운동을 처음 해서 몸 움직임이 서툴러서 아이들이 놀리거나 기죽지 않을까요?
그럼 저는 이렇게 묻습니다.
“아이가 운동선수를 꿈을 꾸나요?”
“그건 아니예요.”
제 대답은 늘 같습니다.
“그럼 괜찮아요.”
이런 걱정을 하는 부모님이 많습니다. 그래서 고학년에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운동을 가르치기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이미 학교 체육 시간에 아이의 움직임에 놀림을 받았거나 체육 시간에 수행평가 점수가 좋지 않으면 더 그렇습니다.
그런데 체육관에서 아이들은 다릅니다. 서로의 움직임에 대한 평가를 하지 않아요. 얼마나 잘하는가보다는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얼마나 최선을 다하고 얼마나 늘었는지 옆 사람이 아닌 처음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를 하는 거죠.
저는 그런 아이들을 앞으로 점점 더 많이 만나고 싶습니다. 여전히 운동은 어렵고 부담되고, 숙제처럼 여기는 아이들이 운동을 통해서 인성과 사회성을 기르고, 나아가 학업 성취까지 높아지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