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은 곧 마음 수련이다
저희 태권도장 바닥에는 점이 그려져 있습니다.
점하나 하나 하나가 수련생들의 자리입니다. 모든 품새는 내 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내 자리를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도 받지도 않고 나 스스로를 보호하고 방어하죠.
태권도의 출발은 개인 운동입니다. 그러다 단체 품새를 할 때는 시범단이 되면 여러 명이 같이 운동을 합니다. 이렇게 단체 운동이 되는 것이죠.
이 훈련과정이 우리가 태어나 가족을 만나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학교를 거쳐 사회로 나가는 과정과 비슷한 것 같다고 생각해요. 태권도를 통해 나에게 집중하는 법을 배우고 나의 세계를 점점 확장하는 경험을 하다 보면 몸뿐 아니라 마음도 성장하게 됩니다.
교육과정 자체도 몸과 마음의 훈련을 동시에 염두에 두는데요.
한 개인으로서는 이성 사회의 일원으로 사회성을 키워주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마음자세를 단련시키는 태권도
태권도라는 운동 자체가 마음까지 단련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아이들을 가까이서 관찰하고 오래 지켜보는 만큼 인 교육에도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인데요.
저는 운동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의 뿌리를 알게 하려고 합니다. 부모님의 노력과 사랑이 아니었으면 내가 태어날 수 없었다는 것을 알게되면 아이들이 겸손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효를 강조합니다.
2022년에 새삼스럽게 효를 강조하는 게 이상하게 들리실 수 있어요. 어쩌면 효는 낡은 개념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죠.
하지만 저는 이렇게 낡은 개념인 효를 배우게 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숙제를 내줍니다.
-부모님 발 씻겨 드리기
-안마해드리기
-신발 정리
이런 숙제를 내주면 아이들이 처음에는 귀찮아합니다. 학교 숙제가 하나 또 늘었구나, 해요. 하지만 막상 집에서 이런 실천을 하고 부모님께 칭찬을 받으면 그 다음에는 제가 숙제를 내주지 않아도 알아서 자발적으로 이런 훈련을 합니다.
효는 꼭 무언가를 해야만 갖춰지는 것은 아니에요. 생활 곳곳에 배어들면서 효를 실천할 수가 있죠.
한 예로, 단체 견학을 다녀오면 “부모님 덕분에 배우고 왔습니다.” 이렇게 감사 인사를 드리게 해서 작은 효를 실천하게 하는 것입니다.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고 아이가 부모에게 효도할 때 가정이 튼튼해지고 부모의 권위가 섭니다. 그래서 도장에서부터 이를 실천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권위’를 싫어한다고 해요. ‘꼰대’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권위가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올바른 어른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올바른 삶을 살아가는 본을 보여주는 것이죠.
저희 도장에선 관장이 아빠 사범이 엄마 역할을 합니다. 관장은 엄하게 느껴지더라도 올바른 말 올바른 행동을 합니다. 아이들이 무서워하지 않을까 염려 하는 부모님들이 계시지만 저는 그런 부모님들께 이렇게 말씀드려요.
“어머님, 아이들이 저를 무서워하는 것과 어려워하는 것은 다릅니다.”
올바름을 올바로 가르칠 때 아이들은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어려워하죠. 그리고 어려움을 배우는 이들이 권위 안에서 올바르게 자라납니다. 저는 결국 이렇게 올바름을 몸에 익힌 아이들이 높은 학업성취도를 올린 경우를 자주 봤습니다.